푸드테크 시대를 준비하는 자세
푸드테크 시대를 준비하는 자세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 승인 2021.08.12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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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우리 일상의 변화는 외식 활동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시내 도로와 골목을 질주하는 오토바이 소음이 들리면 자연스럽게 음식배달을 떠올리게 됐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외식업계에도 속속 등장해 커피를 만들어 제공하는 바리스타 로봇이나 로봇 셰프의 모습은 이제 신기함을 넘어 비대면 서비스 환경의 선구적 역할을 담당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미국 동부지역의 도심 레스토랑에서는 입구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고객이 직접 주문하고 오픈 주방에서는 나란히 줄지어 선 로봇들이 해당 메뉴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몇 년 전부터 볼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원이 음식을 만들고 아주 단순한 작업만 기계를 사용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주된 생산 업무를 기계가 담당하고 간단한 플레이팅 정리나 드레싱 얹어주는 일 정도만 사람이 하는 주객전도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나아가 홀 서빙 로봇의 등장은 많은 고객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함과 동시에 인건비 절감이라는 효용 가치가 더해져 관련 스타트업 기업의 미래를 밝게 해주고 있다. 이 외에도 특정 식재료를 대체하는 기술의 발전은 보수적인 소비자들에게는 자칫 이질감을 줄 정도로 음식 패러다임의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식품에 ICT가 융합된 푸드테크의 시대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눈부신 성장을 보여 한해 200조 원 규모의 시장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환경적 영향으로 그 필요성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서 외식산업 종사자들의 지각 변동은 어느 정도일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외식사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기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처음부터 외식업과 유관한 분야를 전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사업가적인 기질이 풍부하면 외식업을 모르고 시작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인공지능이나 플랫폼 서비스와 같이 기술적 기반이 충실한 사람들이 외식기업을 송두리째 움직이는 시대가 시작됐다. 음식을 만들 줄 몰라도 직접 음식점을 운영하지 않아도 음식의 생산과 유통을 연결하는 기술 시스템을 확보하는 사람이 외식사업의 승자인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라는 극한상황 속에서 외식의 개념이 서비스 체험적 차원이 아닌 끼니 해결의 근본적인 음식 활동 차원으로 학습이 되고 있어서 기술 시스템의 발전이 획기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일지 아니면 학습을 통한 습관이 될지는 미지수다.

요즘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차이점 중 하나는 집밥을 직접 만들 수 있는지 아닌지의 여부다. 단순히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식재료를 사는 것부터 전처리와 조리하는 작업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집밥을 만들어 먹을 수 없는 것이다. 기성세대에게 집밥을 만드는 것이 필수였다면 신세대에게는 선택이자 취미생활이 됐다.

인터넷에서 음식을 만드는 동영상을 재미있게 구독해 시청하는 신세대의 모습이 기성세대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모바일을 통해 세상 모든 문물을 다 접할 수 있는 편리한 시대를 살면서 골라먹는 재미, 시켜 먹고 설거지 안 하는 편리함은 집밥의 그리움을 떨쳐버리고도 남을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한 음식점은 예약금을 내면서까지 찾아가는 심리는 무엇일까? 편리미엄을 추구하는 신세대도 직접 찾아갈 만한 매력이 어디에 있는 것일까? 편리함에 프리미엄까지 동시에 추구하고자 하는 트렌드도 실제로 외식활동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외식을 ‘외식 서비스’라고 부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아무리 산해진미라도 담기는 그릇, 제공해 주는 사람, 장소와 시설, 분위기 등에 따라 그 가치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사람이 기계와 다른 것은 오감으로 인해 정서와 감정이 복잡 미묘하게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술적인 발달이 뛰어나도 사람을 이해하는 서비스의 중심을 잃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푸드테크 시대에 더욱 경쟁력을 갖춰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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