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누구 책임인가?
불편한 진실, 누구 책임인가?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외식테라피연구소장
  • 승인 2022.03.08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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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의 발전적 진화에는 ‘편리함’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가 그 밑바탕에 있다. 불편함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오늘날의 문명을 이뤄냈고 미래의 모습도 지금의 불편함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자연과 더불어 인간이 모여 사는 세상에서 크고 작은 문제 즉,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은 인류 역사의 초창기에서부터 계속됐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렇게 불편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해소하는 것을 우리는 ‘서비스’라고 부른다. 그래서 세상과 우리를 이어주는 생명줄과도 같은 서비스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임과 동시에 일의 성패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실체인 셈이다.

그런데 서비스에는 동전의 양면 혹은 빛과 그림자와 같이 대립하는 문제가 함께 존재하고 있어서 양측 문제를 모두 해소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마치 치안을 목적으로 설치한 CCTV로 범죄 발생률이 감소할 수는 있지만,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같은 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 것과 같다.

미국 부통령을 지내고 노벨 평화상을 받은 앨 고어(Al Gore)는 저서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에서 기후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기후변화를 저지하는 환경운동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지구 환경의 위기 징후는 오래전부터 인식돼왔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환경을 해치는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이제는 권장 사항이 아닌 강제 의무조항으로 기업체 경영에도 필수적으로 환경 보호를 반영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했는데 식품산업은 말할 것 없이 외식산업에서도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한 사안이다. 

이미 서구사회에서는 ‘제로웨이스트(zero-waste), 업사이클링(upcycling), 프리사이클링

(precycling)’ 등과 같이 자원의 재활용(recycling)을 넘어선 개념들이 적극적으로 전파돼 자리 잡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초기 도입단계의 시행착오를 경험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소비자에게 ‘친(親)환경’에서 ‘필(必)환경’으로의 의식 전환과 참여를 요구하는 모습이 주도적이고 기업에서 과감하게 비용을 감수하고 실질적으로 앞장서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불편’을 해소하는 접근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불편을 감내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불편을 개선하여 극복하는 것이다.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는 그만한 명분이 확실한 상황에서 가능하다. 우리가 자자손손 살아가야 할 지구 환경을 온전히 지켜내야 한다는 명분이라면 불편함을 감내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불편하더라도 일회용 제품이나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장하고 유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이러한 명분을 이해하고 동참하는 기업과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결국 지속 가능한 선진 소비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한편 불편을 극복하거나 개선하는 접근 방식은 인류에게 수많은 ‘편리함’을 가져다주었다. TV가 등장해서 볼거리를 제공하면서도 채널 돌리기가 불편한 것을 개선한 리모컨(remote control)의 등장은 이제 필수적인 서비스가 되었다.

어릴 적 유일한 외식 활동이었던 시내 중국음식점에서의 식사는 음식점에 오가는 불편함을 ‘신속배달’이라고 하는 서비스로 극복했다. 자장면 한 그릇도 무료로 배달해 주던 그 시절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지만 우리의 민족성을 들먹이는 오늘날의 배달서비스는 이미 성장과 진화의 무한궤도에 오른 듯하다. 

과거의 제한된 선택에서 이제는 무한 선택의 시대가 되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듯 배달해 주는 편리함을 제공해 주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그에 따르는 비용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편리함’의 마력에 빠지고 나면 그다지 대수가 되지 않는다. 간단함과 편리함의 대명사였던 인스턴트 식품, 라면을 끓이기보다 휴대전화에 엄지손가락 몇 번 누르면 다양한 맛을 편안하게 받아볼 수 있는 배달음식은 불편은 개선했지만 과도한 포장 용기와 음식물 쓰레기는 ‘必환경’시대에 필히 해결해야 할 기업과 소비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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