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던 원재료 가격이 하늘 높은줄 모르게 급등하고 있다.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6.6%로 외환 위기(IMF) 직후인 1998년 4월(7.0%)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가공식품도 6.4% 올라 2012년 4월(6.5%) 이후 가장 많이 올랐으며 소비자 물가 역시 1년 전보다 4.1% 올라 2011년 12월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정부가 연초에 목표로 했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 2.0%, 최근 수정치인 3.1%를 크게 웃도는 수치이다.
고물가 행진이 이어진 지 6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주춤해지기는커녕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고 올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와 물류대란 그리고 달러 강세와 함께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와 세계 4대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국제 유가를 비롯한 곡물가와 원자재 가격급등이 실물경기에 빠르게 반영된 탓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국내 소비가 점차 회복되는 흐름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중국이 코로나19 재확진으로 인해 세계 최대 수출물량을 소화하는 상해항 봉쇄로 물류대란을 촉발해 세계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매출 회복에도 헛장사… 소비자 인상가격 불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완만하게 오르던 식품·외식 물가는 반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품목을 가리지 않고 가파르게 인상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오른 가격만 보아도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가파른 인상을 했지만 식품·외식업체들은 그래도 남는 것이 없어 가격 인상을 고민 중이다. 급등한 원재료 가격을 판매가에 충분히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높아진 식품·외식 물가가 여간 부담스러울 수가 없다. 직장인들이 점심 한 끼를 먹으려면 1만 원이 훌쩍 넘기 마련이고 조금 괜찮다 싶은 음식을 먹으려면 2~3만 원은 지불해야 한다.
특히 외식비의 경우 배달료가 급등한 것도 가격 인상의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들어 배달업체들이 단건 배달서비스를 앞세워 6000원 이상의 배달료를 요구하고 있다. 배달료 인상은 결국 외식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 코로나19 사태보다 더 힘든 난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함께 오미크론 확진자가 감소하면서 식품·외식업체들의 매출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는 원재료비를 감안하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원재료비의 상승이 일시적이라면 견뎌 볼 만하지만 올 연말 혹은 내년 상반기까지 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그저 암울하기만 하다. 물가 상승률 역시 당분간은 4%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비관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코로나19 사태로 2년 이상 버텨 왔지만 앞으로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앞으로가 더욱 걱정이 드는 이유이다. 지금과 같은 물가 상승이 장기화 되면 경기침체 속에서도 물가가 상승하는 스테그플래이션(stagflation)을 넘어 퍼팩트 스톰(Perfect Storm)공포가 닥쳐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가 물가 상승률은 억제하기 위해 유류세 인하 조처 강화를 비롯해 주요 12개 외식품목 가격공시와 배달료 등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이런 임시방편적인 대책으로는 지금의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는 어렵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의 고물가를 잡을 대책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식품·외식기업 경영환경이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된다고 해서 좋아질 가능성이 없다.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음을 각오하고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경기침체 속에서 물가상승이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코로나19 사태보다 더 무서운 악재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