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시대가 도래했다. 사람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포감에 떨기 보다는 여전히 하루 확진자 1000여 명 이상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담담하게 일상을 이어가는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식품·외식 경기도 되살아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보복소비로 인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기도 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외식업계는 엔데믹 시대가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환경에서 가졌던 위기감을 유지하고 있다.
팬데믹과 다른 엔데믹의 위기
본지가 자매지 월간식당과 함께 창간 26주년 기념으로 외식 경영인 336명을 대상으로 ‘2020 외식업 경영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설문조사 참여자의 60.7%가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조치 이후 매출이 상승했다고 응답했다. 매장 내 매출이 회복되면서 비대면 매출(배달·포장·온라인) 비중이 감소하는 모습도 보였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 아래에서 매장 내 매출 비중은 55.5%였고 나머지는 비대면(배달·포장·기타 온라인 등) 매출이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매장 내 매출은 65.5%로 상승추세를 보였다.
이처럼 통계상으로는 외식경기가 명백하게 회복되고 있지만 실제 외식업을 영위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인식은 달랐다. 서울시 종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2020년·2021년 보다 매출이 회복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도에 비하면 70% 수준이 최대치”라고 말했다. 그는 통계상 외식 소비지출의 증가와 관련해서도 “집에서 피자·치킨·떡볶이 등을 배달로 주문해도 외식소비로 잡힌다”며 “전통적인 매장 영업을 통한 매출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외식 자영업자는 오프라인 매장 매출의 증가세와 관련해서도 “코로나19 기간 동안 온라인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온라인으로 맛집 밀키트 등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업소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오프라인 매출은 증가 했으나 온라인 매출 역시 줄지 않고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에서 영업하는 B씨도 “매장 내 매출만을 기준으로 봤을 때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넘어서는 곳이 있다고 들어봤지만 이는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식당 혹은 프랜차이즈일 뿐 대다수의 외식 소상공인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외식소비 증가에도 경기침체 우려 확대
이처럼 외식 자영업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이후 나타난 외식 소비 증가를 일시적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같은 인식은 하반기 이후 전망에서도 나타난다.
이번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대비 올 해 하반기 외식업 경기전망을 묻는 질문에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40.2%, 상당 부분 회복될 것이라는 응답이 12.4%로 52.6%가 외식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반면 지난해 하반기보다 경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응답은 34.0%에 불과했다. 이 중 18.8%는 다소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본 반면 현저히 어려워질 것이라는 응답은 15.2%였다. 지난해 외식경기와 크게 달라질 것 없다는 응답도 13.4%가 나왔다.
그러나 외식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62.5%가 “외식경기불황이 장기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중 26.8%는 외식경기 불황 장기화에 대해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외식 자영업자들이 경기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본 것은 원부자재 비용 상승, 구인난, 물가인상 등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류전문점을 운영하는 외식업계 관계자는 “우리 매장 대표 메뉴인 소고기 안심구이 1인분에 들어가는 원가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9000원 이었는데 지난 4월부터는 고기 값만 9000원”이라며 “원부자재 가격 인상만큼 소비자 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서 난감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종로5가에서 한식뷔페 전문점을 운영하는 C씨는 “식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실제로 남는 것이 없는데다 저녁 장사를 함께 할 직원을 구하기도 어렵다”며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제한은 풀렸지만 저녁장사는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배달·밀키트 역량, 외식업 성패의 키워드 등장
외식 자영업자들은 엔데믹 시대에 달라진 외식경영환경으로 비대면 외식환경을 꼽았다.
매장 영업을 중심으로 하는 외식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배달 전문점·밀키트 등 비대면 외식과도 경쟁을 해야 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환경 속에서 배달음식 소비가 크게 증가하더니 최근 런치플레이션 현상을 계기로 편의점을 중심으로 간편식 소비가 급증하고 있어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 자사몰 등 밀키트·배달 영업 인프라를 갖춘 일정 규모 이상의 외식업체들은 배달·밀키트 확산 트렌드를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한식뷔페 업계도 이같은 변화에 맞춰 과감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한식뷔페 브랜드 ‘자연별곡’은 오프라인 영업체계를 고수하는 대신 파인 다이닝을 지향하는 프리미엄 매장으로 거듭났다. 또한 신세계푸드의 ‘올반’과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은 영업장을 모두 폐쇄하고 HMR 브랜드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