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보여 줄 것인가?
뭘 보여 줄 것인가?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외식테라피연구소장
  • 승인 2022.07.05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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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을 결정할 때 뭘 먹을까 고민하면 구세대, 어딜 갈까 고민하면 신세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제 외식을 할 때 ‘먹고 싶은 것’보다 ‘가고 싶은 곳’을 찾는 시대가 된 셈이다. 음식의 맛도 미각과 후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시각’으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시대다.

소위 ‘맛집’이라고 하는 곳은 맛이 뛰어나기 보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거리가 있어야 하는 곳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오늘날 많은 소비자가 SNS(소셜네트워킹 서비스)나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통해 시각적으로 매료된 정보를 맛의 절대적인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 현장을 확인해 체험하고 이른바 ‘인증샷’을 자신의 SNS를 통해 전파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에서 만족도가 결정된다. 과거에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음식점에서 식사하고 만족하던 것과는 고객 만족 프로세스가 한층 진화된 셈이다.

오늘날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연일 정보가 난무하는 인터넷 세상에서 가히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SNS 활동에 빠져 있는 것이 일상이다. SNS상에서 자신이 올린 정보를 누군가가 봐주고 반응하는 피드백의 다양한 보상 앞에 해당 정보의 진위나 품질적 가치를 검증하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다.

보다 자극적인 영상이나 메시지를 통해 더 많은 피드백을 원하는 것이 전부다. 이미 SNS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그렇게 만들었고 거기에 편승해서 각종 사업이 난무하는데 음식은 대표적인 역할을 한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자극하면서 시각적인 정보만으로 미각과 후각 등 실제로 판단에 필요한 감각들을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데 음식이 매우 적격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정말로 음식 맛이 뛰어나 방송 매체에서 취재하고 보도한 음식점에 손님들이 몰렸다면 지금은 순서가 바뀌어 방송 소재로 활용도가 높은 음식점들의 방송 노출에 따라 SNS 목적으로 찾아드는 손님들이 늘어나고 다시 그런 SNS 정보를 찾아본 다음 단계의 소비자 행렬이 이어진다. 마치 미디어 중심의 외식소비 생태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에 따라서 이런 프로세스를 추구해 맛을 만끽하기도 하고 반대로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간 집에서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고 손님들이 왜 많은지도 모르겠다는 불만도 나오는 것이다.

외식업을 운영하는 입장이라면 이러한 시대환경의 변화에 따라 뭔가 보여줄 거리에 초점을 두게 된다. 그래서 SNS 마케팅이나 온라인 마케팅에 관심을 두고 관련 교육 정보에도 관심을 둔다. 주위에도 그런 업주들이 상당수 있는데 볼 때마다 안타까울 때가 많다.

정작 소문을 내지 않아도 찾아올 정도로 뛰어난 품질의 음식이나 서비스가 있다면 굳이 보여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그런 곳은 처음부터 방송이나 SNS 마케팅 등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그런 것에 노출되지 않으려고 한다. 누군가에게 알려진다는 것의 화려함에는 반드시 어두운 이면이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미각과 후각 그리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서비스에 매료된 심미(深味)를 경험한 단골들이 지키는 노포들이 방송 출연을 고사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주위에서 방송 출연을 하고 몇 개월간 손님들로 인산인해가 되었던 음식점이 언젠가 폐업을 고려할 정도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접한다. 유명한 스타를 따르던 팬들이 어느 날 자취를 감추는 것처럼 정보만 보고 찾은 손님들은 순식간에 사라질 정도로 냉정한 존재다. 

몇 대를 이어가며 맛을 유지하는 명품 노포(老鋪)에게 ‘보여 줄 게 뭐가 있냐’고 묻는다면 딱히 답을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몇 십 년을 찾아주는 손님들이 그 답을 명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따라오지 못할 나만의 품질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절대로 보여주려 하지 말아야 한다. ‘보여주기’ 식의 마케팅은 커질수록 무너지기 쉬운 사상누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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