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나도 물가 상승세가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추석 전 이미 예고한 대로 농심, 팔도 등 라면 가격이 오르고 제과는 물론 우유제품에 이르기까지 주요 식품 전반에 걸쳐 가격 인상 도미노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원유가격이 오르면 우유제품은 물론 버터, 치즈, 제과·제빵, 커피, 아이스크림 등 유가공 제품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국민 간식으로 평가받는 오리온의 초코파이마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9년 만에 인상 대열에 합류한 것을 보면 식품업계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탓으로 인해 국제 곡물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것과 더불어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까지 폭등한 탓이다. 환율이 오르면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고 이를 가공해 제품을 만드는 식품기업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근 가파르게 오르는 인건비 역시 물가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식품은 물론 농산물 가격까지 동반 상승
식품 가격상승만이 아니다. 농산물 가격 급등세는 더욱 심각하다. 가공식품업계와 외식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배추, 무, 대파, 상추 등 신선야채 가격이 추석 직전 전주 대비 70~80%까지 상승했으며 추석 이후 농산물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유일하게 가격이 내리는 것은 쌀 뿐이다. 추석 직전 남부지방을 강타한 태풍 힌남노로 인해 농작물 피해가 극심했을 뿐 아니라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줄고 여름 내내 폭염·폭우로 인한 고온 다습한 올해 날씨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한 탓이다.
또 농촌 인건비는 천정부지로 오르지만 인력을 구할 수조차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노동자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2년 전 일당 10만 원 수준에서 현재 13만 원~15만 원으로 올랐지만 인력부족은 여전하다. 면세 경유 가격도 ℓ당 1400원 수준으로 오르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보다 40~50% 급등해 농산물 가격은 지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식물가 고공행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문제는 식품과 농산물가격의 가파른 상승 폭이다. 라면 물가는 평균 10%, 과자류는 12%, 원유가격은 16% 안팎에서 인상되고 있으며 농산물은 적게는 20% 선에서 최고 80%까지 오르고 있다. 농산물가격이 오르면 농산물을 소재로 하는 가공식품의 가격상승은 물론이고 외식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라면이나 유제품 등은 식당 등 외식업체의 식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외식물가가 고공행진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8월 외식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8% 상승해 지난 1992년 10월(8.8%) 이후 30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나타내고 있다. 식품외식업계는 식재료는 물론이고 인건비, 제경비 등 끝없는 물가상승이 이어지고 있는데 상품가격을 올려야 할지, 아니면 동결해야 할지를 놓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가격을 올리자니 고객이 끊어질 걱정이 들고, 안 올리자니 남는 것이 없으니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 우려된다. 식품외식업계의 가장 큰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