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정책, 조선초기 집단이성(理性)을 귀감으로
장애인 정책, 조선초기 집단이성(理性)을 귀감으로
  • 최종문 우양재단 이사장, (전)전주대 교수
  • 승인 2022.09.2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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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로서 참으로 죄송하고 안타깝다”, “정부 대책이 많이 부족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 사회는 변하고 있다. 장애를 가진 분들이 마주하는 현실에 공감하는 분들도 늘고 있다”, “지금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힘들지만 모두 함께 온전한 삶을 누릴 날까지 노력하겠다” 지난 4월 26일 문재인 정부 끝 무렵 국무회의에서의 김부겸 국무총리의 발언이다. (조선일보 2022.4.26.)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는 올해 8월에도 계속됐다. 정부의 해결방안은 태부족이다. 뜨뜻미지근하다. 

고위공직자의 경우, 조선 시대 정1품격으로 볼 수 있는 역대 대한민국 국무총리 48인 중 장애인은 단 1명도 없다. 종1품격으로 볼 수 있는 헌법재판소장 출신 인사가 지명됐으나 그나마 자진 사퇴로 끝났다. 장애인 고위공무원도 마찬가지다. 2018년 기준 부처 통틀어 ‘1%’ 미만이다. (뉴데일리 2018.10.21)

 장애인 공직 인사정책이 매우 포용적이었던 조선초기를 되짚어보자. 조선은 공직 기준으로 ‘신언서판身言書判’, 즉 외모, 언변, 글쓰기, 판단력을 꼽았는데 특히 외모를 으뜸으로 여겼다. 그럼에도 외모 핸디캡을 극복하고 입신해서 큰 업적을 남긴 장애인이 적지않다. 

조선 초기 장애인 우대의 직군이나 조건은 없었지만 직무 수행 능력만으로 평가, 선발하는 인사 제도 때문이다. 꼽추였던 허조(許稠 1369~1440), ‘왜소증’에 ‘은둔형 외톨이(Hikikomori)’의 2중 장애인 이원익(李元翼,1547~1634)이 그 대표 사례다.(박영서, 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 66쪽, 들녘. 2022)

 허조는 조선 초기 세종 시대 부민고소금지법(部民告訴禁止法), 또는 수령고소 금지법(守令告訴禁止法)을 제안하고 구임법(久任法) (정부내 전문인력군의 장기근무제도)을 제정, 여진족 정벌을 위한 파저강(婆猪江)토벌 반대와 신숙주 등 인재 선발 기용의 업적을 냈다. (박현모,<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 2007) 

 이원익은 선조, 광해군, 인조 3대에 걸쳐 영의정을 지냈다. 신봉승 작가가 세종을 상상속의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가정했을 때 국무총리로 꼽을 만큼 공인된 인품과 업적의 주인공이다. 3차례의 영의정 봉직과 본인의 영의정 사임 상소 18회 기록이 그의 청렴함과 책임감을 말해준다. (신봉승, <세종,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다>. 청아 출판사 2012). 그 밖에 조선 초가 장애인 공직자는 정1품(영의정, 좌의정)에서 종 9품(참봉)에 이르기까지 폭넓었다.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의 배경으로 필자는 조선 초기 계몽 군주 세종을 비롯해 그 선각자 그룹 특유의 이성을 꼽고싶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인퓜과 능력을 중시한 집단 이성 말이다. 

영의정 황희(黃喜1363-1452)의 긍정적 가치관과 따스한 리더십이 그 예다. 황희 정승이 길을 가고 있는데 한 사람이 다리를 절며 절뚝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때 일행 중 한 사람이 ‘저기 절름발이가 오고 있다’고 이야기했을 때 황희의 반응이 압권이다. ‘이 사람아 구태여 절름발이라 하지 말고 한 다리가 긴 사람이라고 하면 좋지 않아?’ 남의 단점을 말하길 싫어하는 황희 정승의 따스한 인품과 리더십의 한 단면이다. (이항령 <객설록> 1962). 

 지금은 별 탈 없이 스마트하게 생활하지만 다수 국민이 교통사고, 화재, 물난리 등 돌발 요인으로 신체장애인이 될 수 있는 위험에 상시 노출된 게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적 질환으로 장애인이 될 수도 있고 자각하고 국민 모두 장애인 앞에서 겸허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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