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식이 쌀밥인가?
우리 주식이 쌀밥인가?
  • 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 승인 2022.09.2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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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에 걸쳐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 뿌리내린 이후 쌀은 생명의 원천이요 농업은 이 나라 최초 산업의 기반이었다. 모든 재화의 기준은 쌀이었고 천석꾼과 만석꾼은 큰 부자를 일컫는 말로 그 기준은 바로 나락이었다. 쌀은 우리 국민과 긴 시간을 함께 해온 주식이지만 근래들어 쌀은 이 자리를 내놓아야 할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현재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0% 안팎으로 나머지 필요량은 전량 수입해 충당하는 실정이다. 매년 밀, 옥수수, 콩 1800만t 내외를 외국에서 구입해 수입하고 있으며 여기에 사용하는 외화는 연간 28억 달러에 이른다.

주곡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국산 쌀 생산량은 한해 380만t 내외에 이르는데, 이렇게 생산된 쌀 소비가 줄면서 금년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정부는 37만t을 수매한다고 하지만 남는 쌀을 보관하기 위해 관련 부처는 저장비용과 장기 저장에 의한 품질열화로 울상이고 다른 밥상 물가는 오르고 있는데 쌀값만 떨어지다 보니 농업인들의 한숨은 끊이지 않는다.

수입밀과 옥수수 등이 우리 식탁에서 주식 자리를 넘보면서 쌀밥은 밀려나고 쌀 소비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쌀 소비량은 1991년 116.3kg에서 2021년에는 56.9kg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는 일인당 하루 쌀 156g을 먹는 셈인데 시판되고 있는 즉석 밥 1개(210g)에도 못 미친다. 이런 현상은 빵류와 면류를 선호하는 주 소비자인 젊은이들의 식생활 형태를 미루어 볼 때 앞으로 크게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주식의 자리를 차지해온 쌀은 우리 식량정책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생명원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보았듯이 자국에서 주곡이 충분한 양이 생산되지 않았을 때 오는 혼란은 석유나 다른 산업 소재가 부족할 때 느끼는 감정과는 크게 다르다. 자동차나 전자기계는 국가경제와는 관계가 있으나 인간 최소 기본 생존과는 거리가 있다. 식량은 당장 오늘, 모든 국민의 생명과 직접 관계가 되고 부족 시 대체 방법이 전혀 없다. 

현재 국내 거의 모든 식료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나 그 물량에서는 부족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심각성이 다소 부각되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쏟아지는 식품에 먹거리의 중요성을 가볍게 여기는 풍조가 있으나 먹거리는 공기나 물처럼 생명 유지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식량자급률을 높이는데 또 다른 제약 요인중 하나는 여름철 우리나라 기후와 토지 여건상 쌀을 대체할 작물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밀 생산을 늘려 수입량 일부를 대체하고자 하나 이 또한 쌀 소비를 늘리는 방안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수입물량을 대체하는 효과는 있을는지 모르나 외국산과 경쟁해야 하는 밀보다는 증산이 쉽고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차별화된 기능성원료인 보리를 증산하는 것이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데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우리의 주곡이며 국내생산이 가능한 쌀과 보리는 가격의 차원을 넘어 이 나라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그 물량을 일정 수준 확실히 확보해야한다. 특히 쌀 소비 확대를 위해 소비자가 선호할 수 있는 쌀 품종을 끊임없이 개발해 쌀밥을 더 맛있게 하고 특수성분이 함유된 차별화되고 기능성이 있는 쌀의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 현재 정부에서 주도하고 있는 분질미 사업은 용도확대를 위해서 바람직하나 가공제품 생산까지 이어져야하고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더 실질적인 접근 방법은 밥 품질을 높여 학교급식과 군 급식 활성화에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외식업계의 적극적인 참여도 권장된다. 현재로써 신속히 시행할 수 있는 정부의 방안으로는 소득 1분위(하위 20%) 대상 저소득층에 쌀을 일정량씩 무상 공급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세계 경제 10대국으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세계 극빈국의 식량지원사업을 통하여 국위를 높이고 선량한 쌀 소비처를 확보해야한다.

우리의 주곡, 쌀과 보리는 어떤 국책수단을 총동원해서라도 일정 수준 생산하고 비축해야 한다. 식량자급은 우리의 꿈이자 국가 안정의 우선순위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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