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경쟁에서 벗어나기
무한 경쟁에서 벗어나기
  • 신정규 전주대 한식조리학과 교수, 전주대 LINC3.0사업 부단장
  • 승인 2022.11.28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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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이제 한 달 반 정도만을 남기고 있다. 늘 그렇지만 올해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가장 크게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진행중이긴 하지만 코로나19로부터의 일상회복, 코로나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끝없는 정치 공방,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 등 다사다난이라는 말 그대로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생활 패턴의 변화가 3년째 지속되고 있고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일상 생활의 불편함은 남아 있다. 그러나 불편함만 남은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생활패턴, 학습 방법, 회의 방식부터 소비자의 소비 패턴에 있어서도 변화를 가져왔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겉으로 드러나는 사회 경제활동이 느슨해지면서 지구 온난화가 다소 감소했고 공기의 질이 좋아지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흐르는 시간도 코로나 팬더믹도 흐름을 바꾸어 놓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경쟁의 심화이다. 인류가 삶을 영위하면서 경쟁은 어쩔 수 없었다. 인구가 적고 직업이 없었던 시대에도 식량에 대한 경쟁은 있었고, 인구가 증가하고 화폐, 계급이 등장하고 직업의 세분화되면서 경제소득을 위한 경쟁, 계층 이동, 신분 상승을 위한 경쟁은 더욱 심화돼 갔다.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에서는 비대면 활동이 많아지고 대면 활동에 비해서 성과를 입증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확대됐다.

경쟁은 성과를 위한 좋은 도구로 볼 수도 있다. 아니 어떻게 보면 경쟁이 있어야만 발전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쟁은 점점 과거처럼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선의의 경쟁으로 보기엔 너무 심해지고 있으며 경쟁의 시기까지 빨라지고 있어 우리를 괴롭힌다. 

어린 시절 부모의 아이에 대한 경쟁심리, 아이가 자라면서 겪는 비교에 의한 경쟁, 학교에서 성적에 의한 경쟁, 대학을 졸업하면서 취업 경쟁, 취업 후에는 승진과 생존의 경쟁, 심지어 요즘은 가족 간의 경쟁까지 요구되고 있다. 얼마 전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교육부총리가 자율이지만 초등학교에 일제고사를 부활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초등학교 일제고사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행복하고 창의적인 수업을 보장할 목적으로 1959년 학력검사 실시 이후 54년만인 2013년에 폐지됐다. 초등학교의 일제 고사 폐지 후 학력저하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일제고사 부활에 대한 당위성도 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대학에 근무하면서 최근의 학생들을 보면 학업성취도나 학업에 대한 심화도가 과거에 비해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는 특정한, 즉 과거의 기준의 학업 성취도를 보았을 때이고, 과거와는 다른 기준으로 보면 좋아진 부분도 눈에 띈다. 바로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창의력, 자유로움 등이다.사람을 평가함에 있어서 특정 기준을 가지고 경쟁을 시키는 것처럼 편한 방법은 없다. 하지만 이러한 무한 경쟁을 유도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은 사람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마저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계속해서 그것을 부추기고 경쟁에 경쟁을 더하는 것은 결국에는 경쟁만을 위한 경쟁이 된다. 결코 생산적인 일 수 없다. 초등학교의 일제고사 부활을 통한 경쟁, 회사 내의 경쟁, 사회적 경쟁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일정 부분에 있어서는 경쟁을 벗어나 서로를 위하고 끌어안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경쟁이 주는 승리, 그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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