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가 되면 거의 두어 달 정도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달고 산다. 연말부터 시작된 새해 인사가 1월을 맞아 본격화되다가 잠시 주춤하는가 싶다가 이내 명절 ‘설날’을 맞이하면서 대미를 장식한다. 그렇게 연말연시 내내 염원하고 축원하는 ‘복’이건만, 정작 주위를 둘러보면 실제로 복을 받았다고 기뻐하고 받은 복에 감사하는 사람을 찾아보긴 어렵다. 복을 기원한 사람이 진심이 없었던 것일까, 복을 받은 사람이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까,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누구도 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보면 복이란 ‘삶에서 누리는 큰 행운과 오붓한 행복’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인간의 힘을 초월한 천운에 의해 저절로 돌아가는 길흉화복(吉凶禍福)의 운수로 이해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복에 대한 사상이 일상생활의 근간이 될 정도로 뿌리 깊은 정서이자 삶의 동기라고 할 수 있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와 같이 웃는 집 대문으로 모든 복이 들어온다는 믿음처럼 긍정적인 삶의 자세와 태도가 그토록 염원하는 복을 받는 현명한 비법일 수도 있다.
만복을 기원하는 노력은 음식 생활에서도 그 유래가 넘쳐난다. 우리 민족은 일찍이 특정 음식이나 식기 등에 복과 관련된 상징을 사용했는데, 예를 들면 떡이나 그릇에 수(壽)자, 복(福)자, 희(喜)자 등을 새겨 넣어 복을 기원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정월 대보름 ‘복쌈’이나 정월 초하룻날 사고파는 복조리(福笊籬), 제사를 지내고 하는 음복(飮福) 등 무수히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복을 부르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음양오행에 기초해 복을 부른다고 하는 ‘오방색’ 음식이 그중의 으뜸이다. 현대인들에게 인기 있는 ‘컬러 푸드(color food)’ 건강식 열풍이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오방색’ 음식으로 기본이 돼 있는 셈이다. 신선로, 구절판, 비빔밥, 오색송편 등 특정 음식만이 아닌 일상 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는 복을 부르는 음식이 체질화돼 있는 셈이다. 한편 정월 대보름에는 오곡밥과 9가지 나물을 준비해 이웃과 나눠 먹으며 새해 복을 기원했다고 한다. 오행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오곡밥과 갖가지 나물 음식을 여러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사회적 교류를 통해 오붓한 행운의 시너지 효과가 더욱 커졌을 것 같다.
또한 복주머니처럼 생겨서 복을 불러오는 음식의 대명사인 만두가 있다. 만두피 안에 소를 가득 넣어 빚는 만두는 복을 담는 마음으로 만들고 만두를 먹을 때에도 복을 받는 마음으로 먹는다고 한다. 이와 함께 새해 아침에 복을 기원하는 음식은 떡국이다. 장수를 기원하는 긴 가래떡을 동글게 썰어 태양을 상징하고 어떤 지역에서는 동전 모양이라고 해서 부를 상징 한다. 이렇게 복을 기원하는 떡국에 만두까지 더하니 복을 바라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복을 부르는 음식이 무수히 많은 가운데, 새해에는 복을 부르는 외식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실 음식 하나 먹었다고 해서 복이 올까 싶지만 모든 것은 사람 마음에 달려있다. 복을 부르는 음식도 그렇지만 외식 역시 혼자서 복을 부를 수는 없다.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의 공조(共助)가 필요하다. 복을 부르는 외식이 되려면 음식점과 손님의 정성이 통(通)해야 한다. 음식점의 정성이 재료와 조리, 시설과 공간, 인적 서비스 등 3가지 영역에 깃들여지고, 손님의 정성이 음식 준비와 제공에 대한 감사 표현, 복스럽고 깔끔하게 먹는 자세, 남에 대한 배려 등 3가지에 깃들여질 때 비로소 만복이 들어온다. 새해에는 모두가 많은 복을 받는 아름다운 외식생활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