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지리적 표시제, 수출 걸림돌… 대책 필요”
“김치 지리적 표시제, 수출 걸림돌… 대책 필요”
  • 이동은 기자
  • 승인 2023.03.2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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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료 개념 정립 및 국내산 사용 비율 완화, 지리적 표시제 이원화 운용 제시

노변청담, ‘김치의 국가명 지리적 표시제’ 관련 논의

식품업계 원로들의 친목단체인 ‘노변청담’은 지난 22일 서울 역삼동 봉우리 한정식에서 ‘김치의 국가명 지리적 표시제’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사진=이동은 기자 lde@
식품업계 원로들의 친목단체인 ‘노변청담’은 지난 22일 서울 역삼동 봉우리 한정식에서 ‘김치의 국가명 지리적 표시제’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사진=이동은 기자 lde@

식품업계 원로들의 친목단체인 ‘노변청담’은 지난 22일 서울 역삼동 봉우리 한정식에서 ‘김치의 국가명 지리적 표시제’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모임에는 신동화 (사)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전북대 명예교수),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명예 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 사장과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 회장 등 12명의 회원이 참석했다.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 회장은 이 자리에서 “올해는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재로 등재된 지 1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다. 그러나 국내 김치업계는 최근 3년간 김치의 ‘지리적 표시제’로 인해 수출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오늘 참석해주신 여러분이 김치 업계의 입장을 헤아려주시고 지리적 표시제에 관한 해법과 지혜를 주신다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리적 표시제는 특정 지역에서 지리적 특성을 가진 농수산물 또는 농수산가공품을 생산하거나 제조·가공하는 업체에게 해당 지명을 표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농수산물 품질관리법 제32조)다. 김치의 지리적 표시제는 지난 2020년 2월 11일 공포됐으며 같은 해 8월 1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중국이나 미국 등 해외 기업들이 자국에서 만든 저품질 김치에 ‘한국’ 또는 ‘KOREA’라는 문구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을 막고 김치 종주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자는 것이 도입 취지다.

그러나 도입 취지와 달리 김치 지리적 표시제 시행 이후 오히려 국내 김치업체들이 수출제품에 ‘한국’·‘대한민국’·‘KOREA’라는 이름을 붙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리적 표시제는 농산물이 아닌 가공식품일 경우 농수산물 품질관리법 시행령 제15조에 따라 ‘지리적 표시 대상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을 주원료로 대상지역에 위치한 생산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만 지리적 표시가 허용된다. 또한 김치산업진흥법 제2조(정의) 2에서는 주원료를 ‘제조하려는 김치의 제품 특성을 나타낼 수 있는 원료(원료가 여러 종류인 경우 최종 제품에 혼합된 비율이 높은 순서로 3개 이내의 원료)’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김치 제품에 혼합된 비율이 높은 순서로 3가지 원료를 국산 농산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치업계는 김치의 주원료로 쓰이는 배추, 무, 고춧가루, 마늘 등의 수요를 국내 농가가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산 농산물만을 사용해야 하는 지리적 표시 적용이 어렵고 이는 김치의 세계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 회장은 노변청담에서 “올해는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재로 등재된 지 1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다. 그러나 국내 김치업계는 최근 3년간 김치의 ‘지리적 표시제’로 인해 수출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동은 기자 lde@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 회장은 노변청담에서 “올해는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재로 등재된 지 1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다. 그러나 국내 김치업계는 최근 3년간 김치의 ‘지리적 표시제’로 인해 수출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동은 기자 lde@

이와 관련 박형희 한국외식정보㈜ 대표(본지 발행인)는 이날 “김치 국가명 지리적 표시제를 수정 보완하지 않고 실행한다면 김치 수출 확대는 물론 김치의 세계화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그에 대한 대책으로 “주원료의 국내산 사용 비율 완화, 유럽 국가들과 같은 지리적 표시제 이원화 운용”을 제시했다. 박형희 대표는 “배추와 무 등은 국내산을 쓰더라도 고춧가루 등 양념류까지 100% 국내산을 사용하기는 어렵다. 국내 농가의 생산량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양념류라도 30~50%만 국내산을 사용할 경우 지리적 표시가 허용되도록 기준을 완화하거나 유럽처럼 지리적 표시를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지리적 표시제는 크게 PDO(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 원산지명칭보호)와 PGI (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 지리적표시보호) 제도로 나뉜다. PDO는 해당지역의 농수산물을 사용해 그 지역에 소재한 공장에서 생산·가공·제조한 제품들에 붙여진다. 반면 PGI는 원재료로 투입되는 농수산물이 해당 지역에서 재배했거나 혹은 다른 지역 농산물이라도 해당 지역에 소재한 공장에서 생산·가공한 식품에 부여된다. 이처럼 ‘한국산 전통 명품김치’에 대한 인증과 ‘한국에서 제조된 한국김치’에 대한 인증을 이원화시켜 운용하자는 것이다.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명예 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은 김치의 지리적 표시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김치의 주원료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철호 이사장은 “배추김치, 무김치, 파김치 등에서 알 수 있듯 김치는 주원료명에 의해서 김치명이 정해진다. 따라서 주원료를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다”며 “식품학회에서 주원료에 대한 개념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정립하는 것이 지리적 표시제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박사는 김치의 지리적 표시제에 대한 업계의 관심을 촉구했다. 권대영 박사는 “문제는 식품업계가 김치의 지리적 표시제에 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라며 “우리 모임과 같은 단체를 비롯해 학계에서 먼저 단합해서 김치의 지리적 표시제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등을 알리고 법안을 수정해야 하는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해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춘진 aT 사장(오른쪽 네번째) “김치의 세계화를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 지리적 표시제가 어떤 이점이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김치의 해외시장 수출에 큰 애로사항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사진=이동은 기자 lde@
김춘진 aT 사장(오른쪽 네번째) “김치의 세계화를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 지리적 표시제가 어떤 이점이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김치의 해외시장 수출에 큰 애로사항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사진=이동은 기자 lde@

참석자들은 김치의 지리적 표시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도 보였다. 김춘진 aT 사장은 “김치의 세계화를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 지리적 표시제가 어떤 이점이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김치의 해외시장 수출에 큰 애로사항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김치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나라마다 각국의 법이 있듯 지리적 표시제나 원산지 표시제로는 국제적으로 제품을 보호받기 어렵다. 세계적으로 김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에 ‘한국 김치’라는 상표 등록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현진 고려대 교수는 “김치 지리적 표시제라는 법안이 만들어졌음에도 국내 김치업체 대부분이 신청하지 않았다는 것은 법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어서 공무원과 관련 업계, 학계 관련자들이 참석해 법을 고칠 수 있도록 한다면 공무원 입장에서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날 좌장을 맡은 신동화 (사)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전북대 명예교수)은 “김치의 지리적 표시제를 보완·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산·관·학 모두가 관심을 두고 협력해야 한다”며 “오늘 종합된 의견을 바탕으로 국회 공청회나 심포지엄, 토론회 등의 자리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밖에도 이날 모임에 참석한 회원들은 김치의 지리적 표시제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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