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의 해’ 갑진년 새해가 밝아온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프랜차이즈 업계의 걱정과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올해 들어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사업을 옥죄는 법령과 규제가 줄지어 시행되거나 통과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주도한 ‘필수품목’과 관련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해 오는 7월 2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시행일 이후 새로 가맹계약을 체결할 때는 모든 필수품목 항목과 공급가격 산정 방식을 계약서에 기재, 공개해야 한다. 기존 가맹점과도 6개월 이내, 즉 2025년 1월 1일까지 모든 가맹계약서를 새로 체결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공정위는 공급가격 산정 방식 공개 범위 및 방식에 대해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자체 공장을 운영하지 않고 OEM 등으로 외주업체에 맡겨 소스 등 필수품목을 제조해서 가맹점에 공급하는 많은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자칫 영업 비밀인 필수품목의 원가가 공개되지 않을지 크게 우려하고 있다.
또한 ‘불리한 거래조건 변경 시 성실 협의 의무’를 규정한 시행령 개정안도 이달 중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서 조만간 국무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시행령이 통과되면 신제품 출시 등으로 필수품목이 추가되거나 가격이 인상, 유지될 때마다 새롭게 협의해야한다. 업계에서는 ‘가맹점주와 협상하다가 날 새게 만드는 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가맹지사에게도 가맹점 사업자와 똑같이 계약갱신 청구권을 부여하라는 법안과 모바일 상품권도 가맹점주와 사전동의를 받으라는 정부 지침도 곧 발효될 예정으로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들이 첩첩산중이다.
국회 입법 상황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20대 국회가 4월 총선을 거쳐 6월에 종료된다. 그러나 여전히 지난해 12월 14일 정무위원회 여당 의원들이 ‘민주유공자법안’에 반발해 퇴장한 사이 야당에서 기습적으로 가맹점주단체 등록제와 단체협상권을 규정한 개정안을 상정해 관련 법이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참여연대 등과 함께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시위를 벌이는 등 다수당의 힘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단체등록제 등을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관련 규정이 미비하거나 모호한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어 더 머리를 맞대고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졸속 통과돼 등록된 단체가 대표성을 갖지 못하거나 회원명단도 비공개될 경우 자칫 가맹점 사업자 간의 이해 갈등도 벌어질 것이다.
또한 교섭창구 단일화여부, 협상의 횟수와 범위 등도 미비해 자칫 노조보다 더 강력한 단체협상권을 가맹점주 단체에 부여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프랜차이즈의 핵심인 통일성, 동일성 유지는 물 건너가고 프랜차이즈 본사의 창의성 발휘와 경영 의지가 꺽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만난 한 프랜차이즈 본사 대표는 “프랜차이즈사업을 시작한 이후 20여 년 동안 지난해 12월 매출이 11월보다 떨어진 경우를 처음 경험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들어서도 외식 경기가 나아질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가맹점주와 가맹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더 맛있고 좋은 제품을 만들고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마련해야 할 때 불필요한 힘과 시간을 버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