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세계화 전략의 전환
K-푸드 세계화 전략의 전환
  • 권대영 호서대학 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 승인 2024.04.2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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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음식·식품과학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 정부도 이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해방 이후 식품영양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영양 궁핍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만 관심이 많았다. 당시에는 음식으로 장난치는 업자들이 많았는지 이를 단속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그 결과 때문인지 우리나라만큼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나라는 세계에 별로 없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 국민과 정부는 지나치리만큼 이에 민감하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식약처는 자영업자나 기업에 군림하는 존재가 됐다. 세계에서 음식이 가장 안전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규제가 심해 음식·식품산업이 세계 최고가 될 기회를 발목 잡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우리나라의 많은 식품과학 기술자들은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는 제품 개발과 생산 기술에만 관심을 갖고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에 투자해 왔다. 지금도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 예산만 1년에 수천억 원에 해당하는 많은 연구비를 개발사업에 쏟아붓고 있다. 우리 음식의 전통, 역사, 과학 등 가치와 뿌리에 관한 연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최근에서야 우리 음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음식・식품을 만들어 파는 기업이 많이 생겨났지만 2000년도 이전에는 우리나라 일부 기업들은 외국 음식을 기반으로 이를 개발하고 생산해 기업을 발전시켜 왔다. 사실 이런 전략을 써서 성공한 나라가 있다. 일본은 자신들의 전통음식을 개발해 돈을 벌기보다는, 서양의 음식을 본떠서 음식・식품으로 개발해 큰돈을 벌었다. 오늘날에는 해당 음식이 일본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고, 오히려 역으로 다른 나라에 진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이러한 전략을 쓸 수밖에 없었다. 19세기 일본이 개방하기 전에는 일본 음식은 전통적으로나 역사학적으로 크게 내세울 식품이 없었다. 오히려 서양 음식에 비해 영양학적으로 심한 불균형 식품이 많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서양 음식을 모방해 장사하거나 사업하면 큰돈을 벌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식품기업도 대부분 일본의 전략을 따라 식품산업을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이제 K-푸드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시대를 맞아 지속 성장하려면 근본적으로 다른 전략을 짜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전통음식은 오랜 역사를 지녔고 영양학적으로도 완벽해 일본의 전통음식에 비할 바가 아닐 정도로 무궁무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7세기, 모함메드는 돼지고기를 먹고 탈이 나자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는 내용을 쿠란 경전에 넣었다. 일본은 불교국가라고 볼 수 없는 데도 ‘살생하지 말라’는 종교적인 이유로 고기를 먹지 못하게 했다. 7세기경 왜 그런 정책이 나왔고 1000년 이상 유지됐는지 알 수 없다. 일본은 어떤 연유인지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도 추구하지 않았다. 아마 쇼군으로 대표되는 막부시대에 먹는 것에 집착하는 것도 무사로서 추구할 도가 아닌 것으로 여기지 않았나 생각된다.

한식은 역사학적, 문화적, 맛이나 영양학적으로 일본 음식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한 가치가 있다. 장류나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이 있고 불고기, 비빔밥, 양념치킨, 삼겹살, 순대, 김밥, 소고기국 등 다양한 K-푸드가 있다. 

이제 우리나라 식품산업은 일본을 따라 제품을 개발·생산해 판매하는 전략을 바꿔야 한다. 소위 비욘드재팬(Beyond Japan) 전략을 써야 할 때다. 우리나라에 그러한 자원이나 역량은 충분하다고 본다. 단지 생각만 바꾸면 된다. 우리 음식의 전통은 일본보다 훨씬 훌륭하고 다양하다. 한식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라와 있다고 생각하고 세계 음식 시장을 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한식 정책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는 세계인들이 한식을 많이 찾도록 하는 데 정책이 있지 않고 한식 공급을 늘리는 데 대부분 돈을 썼기 때문이다. 사실 현대 음식과 식품 연구는 음식을 생산하는 것보다 소비자들이 음식을 잘 선택하도록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해야 한다. 자동화, 기계화 등 공장 기술 연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우리 음식을 맛보고 찾아가서 먹을 수 있는 K-푸드 음식점에 국내외 손님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연구에 눈을 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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