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승부
오월의 승부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외식테라피연구소장
  • 승인 2024.05.07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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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주말 조금은 이른 초여름 날씨에 막국숫집을 찾게 됐다. 오전에 어딜 다녀오다 예정하지 않은 외식을 하게 됐는데, 조금 덥다 싶어 뜬금없이 막국수 생각이 났고 혹시 가는 길에 간판이라도 보이면 들어가자는 심산으로 두리번거리던 중 큰 간판이 하나 보여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선뜻 들어섰다. 꽤 넓게 자리한 주차장에서 간신히 한 칸 자리를 발견하고 시계를 보니 하필 12시 무렵이었다. 이미 가게 앞에는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고 가게 입구에 설치된 키오스크 단말기로 대기자 등록이 한창이었다. 내 차례가 되어 등록하고 보니 앞에 21팀이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돌아섰겠지만 그날은 왠지 여유롭게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의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한구석 자리를 차지하고 기다렸다. 비교적 쾌적한 대기 공간이어서 그런지 다들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여유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래도 대기 줄이 빨리 줄어 어느덧 내가 입장하는 순서가 됐다. 전문점답게 비교적 메뉴가 단출했다. 음식을 주문하자 마치 예약 주문한 것처럼 빠르게 나왔다. 너무 빠르게 나온 탓에 음식을 미리 만들어 놔서 품질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염려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기우였다. 막국수와 함께 주문한 돼지 수육이 무척이나 부드러웠고 마지막까지 잡내가 나지 않고 부드러움을 유지하는 게 인상 깊었다. 신속한 음식 제공과 기대 이상의 품질에 만족한 나는 그다음 주말에 그 집을 다시 찾아 같은 음식을 포장해 왔다. 수육을 별도로 포장한 아래에 보온 팩을 붙여 준 서비스가 돋보였다. 수십 명이 대기하면서 먹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만족스러운 서비스는 여간한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혹자는 날씨가 더워지면 그런 집은 계절 영향을 받아 어디나 다 잘 되기 마련이라고 한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냉면이나 막국숫집이라면 어디든 줄을 서는 풍경이 낯설지 않겠지만 그래도 한산한 가게는 있다. 위에서 언급한 가게와 유사한 상권에 있는 냉면 전문점이 그랬다. 주차장도 넉넉하고 메뉴 가격도 합리적인데 손님 보기가 마치 ‘가뭄에 콩 나기’와 같았다. 그 이유는 이미 손님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5월은 각종 행사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그리고 예전에는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해 결혼식을 많이 하는 달이기도 해서 결혼기념일도 많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고물가 여파에도 불구하고 외식을 할 수 밖에 없다. 이왕 가족 외식을 한다면 만족스러운 곳에서 하고 싶은 소비자의 수요가 하늘을 찌르는 때이기도 하다. 

반면 5월은 계절적으로 야외 활동이 많아서 오히려 외식에는 불리한 조건일 수 있다. 위기는 기회라고 오히려 음식과 서비스를 최고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춘 곳이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5월의 모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한다. 그만큼 그들이 외식 활동에서 경험한 것을 각자 주변에 전파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요즘 세상은 과거 입소문과 달리 손소문(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손가락으로 온갖 정보를 전파하는 현상)으로 국경도 넘나드는 시대가 됐다. 가족 모임을 주관하는 사람이나 참석하는 사람 모두 최고의 경험을 기대하고 그만큼 여느 외식 활동보다 품질과 가치에 더욱 예민하게 된다. 오월에는 고물가 시대에도 손님이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을 만큼 당당한 가치와 전문성을 갖춘 사업자만이 눈이 부시게 푸르른 하늘을 만끽할 것이다. 모든 걸 걸어도 아깝지 않을 오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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