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한국인의 밥상’ 유감
KBS ‘한국인의 밥상’ 유감
  • 권대영 호서대학 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 승인 2024.05.1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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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한식을 알리는 TV 프로그램 중 KBS TV의 ‘한국인의 밥상’만큼 좋은 프로그램이 없다. 우리나라 지역을 찾아가 그 지역 조상 대대로 먹던 음식을 발굴해 방송하면서 전통음식을 알리고 보존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와 음식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밥상에 마음 한가운데 불편한 부분이 있다. 차라리 프로그램이 향토 음식에만 충실하게 방송하면 좋으련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시청자들을 가르치려고 한다. 한술 더 떠 잘못된 역사를 말할 땐 몹시 불쾌하다.

대표적으로 “○○음식은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책에 처음 나오는 음식으로 그 이전 기록은 없었다”처럼 음식 역사에 대단한 지식이 있는 것처럼 방송했다. 「증보산림경제」에 처음 나온다는 것이 마치 책이 나오기 이전에는 그 음식이 없었고 책 편찬 당시 처음 만든 음식처럼 방송했다. 참 안타깝다. 음식이 기록에 남는 것은 오래전부터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전에는 그 음식이 없었다는 것은 대단히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이다. 이렇게 우리 음식의 역사가 훼손된 것이 김치, 청국장, 고추장 등 한둘이 아니다.

시청자들 역시 음식의 역사가 지리적, 농경학적, 환경학적, 음식학적으로 맞는지 살펴야 한다. 일부 시청자들은 어려운 한자책을 들먹이며 말하는 사람을 따지지 않고 맹목적으로 믿는 경향이 있다. 그 중심에 18세기 중반(1670년)에 유중림이 쓴 책 「증보산림경제」가 있다. 이 책은 홍만선이 18세기 초엽에 쓴 「산림경제(山林經濟)」을 말 그대로 증보한 것이다.

「산림경제」는 홍만선이 우리나라 살림살이에 대해 쓴 게 아니라 원나라의 「거가필용(居家必用)」을 참고해서 우리나라 음식 기록이 거의 없다. 「거가필용」 뜻 그대로 집에 있을 때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으로 음식 만드는 것을 주로 다뤘다. ⌈거가필용⌋은 가사협의 「제민요술(齊民要術)」을 기반으로 쓴 책이다. 「제민요술」도 중국의 모든 요리를 다룬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산림경제」가 고려시대 「거가필용」에 기인한 것을 보고 ‘한식의 뿌리가 고려시대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산림경제」란 말도 한자 뜻 그대로 ‘forest economy’가 아니다. 소리 그대로 ‘살림살이’란 뜻 그대로 ‘산림경제(山林經濟)’라고 썼을 뿐이다. 이렇게 한자는 이중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한자 학자들이 한자 뜻풀이로 음식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을 극히 경계해야 한다.

조선 후기의 농학자 유중림은 이러한 「산림경제」의 한계를 느끼고 우리나라 음식을 보강해 「증보산림경제」를 편찬했다. 이 책에는 우리나라 전통음식이 다수 들어갔다. 우리나라 음식의 대부분이 이 책에 처음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는 역사적 사실, 사건과는 연관이 없다. 이처럼 책의 발간 상황과 경위를 알고 이해해야 하는데, 책에 처음 나온다고 “이 책에 처음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 음식은 18세기 중반부터 먹기 시작했다”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이들 학자들이 해방 후 대학에서 우리나라 음식 역사를 가르쳐 온 위상만 보고 쉽게 진실로 믿어서는 안 된다.

나는 이들 학자들이 꾸준히 우리 음식 역사를 축소 왜곡하려는 의도를 안다. 자신들의 주장, ‘우리 고추가 임진왜란 때 들어왔다’는 것을 확증편향적으로 믿고 그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우리 전통 음식 역사를 축소하려는 것이다. 이들이 순창고추장이 나오는 「소문사설(謏聞事說)」의 저자를 이시필에서 후대 사람 이표로 바꾼 것을 보면 이해가 간다. 

우리 음식의 뿌리를 「산림경제」에서 찾다 보면 뿌리가 원이나 중국 일 수 있다는 오류에 빠지고 「증보산림경제」에 매몰되면 우리 음식의 뿌리가 18세기 이후라고 잘못된 주장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KBS ‘한국인의 밥상’ 제작진이 깨닫고 더는 이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세계 어느 나라든 고유 음식은 그 나라 그 지역의 농림수산물과 지리적 환경을 잘 극복하고 굶지 않고 살아가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음식 역사가 발달하는 것이지 다른 나라 음식이 들어와서 발달한 것이 아니다. 홍만선도 이런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초점을 맞춰 찾기보다는 중국 책을 베껴 「산림경제」를 쓰는 것이 훨씬 쉬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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