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 하면 등장하는 먹을거리의 ‘품절대란’ 소동이 있다. 불과 몇 해 전에 광풍에 가까운 품절대란을 일으켰던 모 캐릭터 빵이 기억난다.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그 빵을 사기 위해 편의점마다 돌아다녔다는 눈물겨운 모정의 이야기가 화제였다.
지금은 평범한 빵인데 그 당시에는 전쟁 통에 식량 구하기보다도 어려울 정도로 품귀 현상에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올여름에도 각종 방송매체에서 연일 화제로 다루고 있는 뜨거운 먹을거리가 있다. ‘두바이 초콜릿’이다. 두바이라고 하면 사막과 석유가 먼저 떠오르는데 어쩌면 생뚱맞게도 초콜릿이 범세계적으로 화제라니 궁금하기는 하다.
해당 초콜릿을 파는 곳은 당일 한정 판매로 제품 공급이 제한적인데 세계 곳곳에서 그 맛을 보고 싶은 수많은 사람이 연일 넘쳐나 유사 제품을 만들어 유통하는데도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수준이란다. 국내에서도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몸이 돼 편의점 순례는 물론이고 중고품 거래 사이트에서까지 웃돈을 주고 거래할 만큼 인기다.
한편 2019년 여름, 미국에서 발생한 ‘치킨샌드위치 열풍’은 단순히 재미 삼아 샌드위치를 사는 행위가 아니라 폭행과 살인까지 발생하는 심각한 사건이었다. 치킨샌드위치를 사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던 손님들 사이에 벌어진 실랑이가 목숨을 앗아가는 예기치 못한 결말이었다. 이처럼 사람들의 별난 입맛으로 인해 웃지 못할 일도 일어나고 끔찍한 사태도 발생하는 걸 보면 사람 입맛이 요물인 셈이다.
세상에는 ‘별난 맛’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모 혹은 네모처럼 ‘모난 맛’도 있다. 모난 맛이라고 하면 어떤 맛일까? 모난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성격이 매우 예민하거나 까칠해서 다른 이들과의 관계가 순탄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이 있지만 지금 세상은 꼭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자기 개성을 살려 섬세하고 전문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돋보이는 세상이기도 하다. 음식 중에서도 개인에 따라 ‘호불호(好不好)’가 명확하게 갈리는 것이 있다. 이제는 많은 이들이 즐겨 먹는 베트남 쌀국수가 있다.
처음 국내에 소개됐을 때만 해도 동남아 지역에서는 일상적인 ‘고수’와 같은 향신료의 향이 문제였다.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는 그것 때문에 쌀국수를 멀리했고 반대로 그 향을 좋아하는 이들은 쌀국수 마니아가 되기도 했다. 그 후로 세월이 한참 지난 요즘의 베트남 쌀국수에선 더 이상 모난 구석을 찾아보기 어렵다.
또 다른 맛으로 둥근 맛이 있다. 대다수의 입맛에 환영받는 일명 ‘스테디셀러(steady seller)’가 그렇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찾는 짜장면이나 불고기 같은 음식은 오랜 세월의 검증을 받아 맛이 둥글다. 둥근 맛은 ‘품절대란’을 겪지도 않고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도 않는다.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원만한 맛을 한결같이 유지한다면 우리 사회 속에서 언제까지나 둥글둥글하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음식이다.
별난 맛은 그 유명세가 하늘을 찌르기도 하지만 별똥별처럼 하루아침에 사라지기도 한다. 모난 맛은 모두가 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특한 매력이 별난 맛 못지않은 인기를 주기도 한다. 둥근 맛은 모두에게 인기가 있지만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면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별난 모양도 이리저리 깎여 닳다 보면 세모나 네모처럼 모양이 변하기도 하고, 모난 것도 여기저기 무뎌지면 끝내 둥글어지기도 한다. 둥근 것도 자르고 오려내면 별난 것도 될 수 있고 모난 것도 될 수 있다. 사람의 입맛은 오묘해서 한 가지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별난 맛, 모난 맛, 둥근 맛처럼 각자의 매력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하고 서로 다른 맛으로 변신할 수도 있어야 하는 것이 주목받을 음식을 만들어 내는 이들의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