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우리의 생명을 지켜왔던 5곡 중 역사기록에 가장 많이 거론된 곡류는 콩이 아닌가 한다. 물론 쌀이 탄화미로 발견된 것은 기원전 수천 년 전이라고 하나 기록으로 나타난 것은 콩 만큼 되지는 않는다. 특히 중국의 기록들이 많이 남아 우리가 오래전부터 콩을 식용으로 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콩을 식용으로 한 민족이 우리 조상이다. 원산지는 한반도 위쪽, 발해로 보고 있으며 이 발원지는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추세이다.
특히 콩은 날로 먹는 경우 소화불량 등 이상 작용이 나타나 가열처리해 영양저해 물질을 파괴하면 좋은 식용재료가 된다. 특히 소화성이 낮은 콩 단백질을 미생물의 기능을 이용해 발효한 각종 장류는 우리 조상의 슬기가 잘 나타난 걸작품이다.
콩 그 자체는 어느 곡류에서도 볼 수 없는 높은 함량의 우수한 단백질(40~50%)이 있으며 여기에 인체에 꼭 필요한 필수지방산을 함유한 유지를 20% 내외 포함한 우수한 영양분이다. 이런 영양 측면에 더하여 근래 계속 밝혀지고 있는 각종 기능성 성분, 이소플라보, 식이섬유, 사포닌, 파트산, 트립신 저해제 등이 들어 있고 특히 콩 발효 후 새롭게 생성되는 물질들의 기능성도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콩을 주로 식량원으로 이용했으나 서양에서는 최근래까지 사료나 콩기름 제조용으로만 콩이 이용되었는데 근래 동양으로부터 얻어진 콩의 건강 기능성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콩 가공식품이 일상생활에서 기능성 음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두부나 두유, 콩 발효 제품들이 그들의 식탁에 필수 음식으로 굳혀가고 있다.
근래 불고 있는 동물성식품 기피현상에 힘입어 대표적인 식물성 단백질 소재로 주목받으면서 인간 식생활에서 콩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콩의 중요성을 일찍이 간파한 소비자 집단은 승려들이다. 불교 조리상 살생은 금하는 규율 때문에 동물성 식품섭취가 철저하게 금지된 상황에서 필요한 단백질원을 콩에서 찾았고 콩을 가장 잘 이용해 각종 음식을 만들어 먹어왔다. 그렇지 않아도 사찰음식이 건강 식단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이 사찰음식의 중요자리는 콩으로 만든 각종 음식이 차지하고 있다.
불교가 번성했던 고려시대 사찰음식에는 다양한 콩 조리제품이 들어있으며 여기에는 두부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두유, 두피, 콩비지, 콩나물, 콩을 볶아 빻아 가루로 된 미숫가루까지 고려로부터 조선조까지 이어지는 콩을 이용한 음식들이다. 이미 이때 조미료로서 메주를 이용한 장류는 일반화 되었고 신라 신문왕 3년 (AD 68년) 이미 폐백 음식목록에 메주가 들어있다는 것은 장류가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보급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 목은 이색은 목은시고(牧隱詩稿)의 금주음(衿州吟)과 요 음(曉吟)이라는 시에서 스님이 대접한 두부를 먹고 미안해하는 생각을 나타냈고 두부국을 끓이는 모습을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
또한 두부를 지지고 잘라 국을 끓일 때 여기에 다시 종백을 넣어 향기를 더한다는 것이 있어 두부를 만들어 여러 가지 음식과 함께 여러 방법으로 맛을 돋우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문사설을 쓴 이시필은 두유를 용기에 넣고 가열하면 표면에 되막이 생기는데 이것을 건져내어 그늘에 말려 오래 두고 국을 끓이거나 반찬을 만들어 먹는데 그 맛이 담백하여 찬으로 먹을 수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두부를 만들다 보면 두유가 나오고 나머지는 콩비지가 나오는데 절에서는 이 콩비지도 식재료로 유용하게 이용했다. 산중일기(山中日記 정시한)에도 승려들이 콩비지를 이용한다는 구절이 나오고 있다. 억불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조선시대 산중 사찰들은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두부와 국수는 종교 의례용이나 자가용으로 자주 만들어 먹었고 지금도 사찰에서 콩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이 만들어지는 것은 우리 불교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 추정이 된다.
이익은 성호사설(1681~1763)에서 콩을 맷돌로 갈아 정수만 취하고 두부를 만들 때 많은 찌꺼기가 남는데 이를 끓여 죽을 만들면 구수한 맛이 먹을만 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조선시대 사찰에서는 오랫동안 전승되어오던 콩을 이용한 여러 음식을 만들어 먹음으로서 체력을 유지하며 종교활동을 할 수 있었으며 불가에서 만들어 먹던 음식이 사가로도 전파되어 지금 우리가 즐기는 콩 음식이 사가로도 전파되어 지금 우리가 즐기는 콩 음식이 되었을 것이다.
성호 이익(1681~1763)선생은 백성들에게 콩의 역할을 정확히 알리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곡식이란 사람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며 이 중에서 콩의 힘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미 단백질이나 지방의 건강기능성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가 교리에 따른 지침으로 콩을 대중음식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여겨지며 그 후손인 우리도 그 혜택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