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산업에 있어 최근의 가장 화두에 있는 키워드는 푸드테크(FoodTech)일 것이다. 푸드테크는 단어로 보면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식품의 생산․유통․소비 전반에 IT, BT, AI 등 첨단 기술이 결합된 신(新)산업을 의미한다. 식품산업을 주관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서는 이미 몇 년전부터 푸드테크를 키워드로 해 푸드테크정책과를 만들었으며 푸드테크와 관련된 연구개발사업의 시행, 푸드테크 계약학과 운영 학과 선정 운영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올해 농식품부의 고부가가치식품개발 사업을 공고하면서 10대 푸드테크 핵심 기술 분야와 함께 연구방향을 함께 공지하였는데 10대 핵심기술분야로서 세포배양생산기술, 식물기반식품제조기술(식물성 대체식품), 간편식 제조기술, 식품프린팅 기술, 식품 스마트 제조기술, 식품 스마트 유통기술, 식품 커스터마이징 기술, 외식 푸드테크 기술, 식품 업사이클링 기술, 친환경식품 포장기술을 선정하기도 하였으며 이와 관련된 지정연구과제도 함께 공고되고 연구팀을 선정해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식품산업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및 식품기업의 푸드테크 기술 활용을 촉진할 수 있는 기술 인프라 조성을 목표로 ‘대형 푸드테크 사업’을 기획하고 있기도 하다.
‘CES(Consumer Electronic Show) 2024’에서도 푸드테크 분야가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되면서 푸드테크 기술의 도입이 큰 흐름임을 부정할 수 없기도 하다. CES 2024에서는 푸드테크가 식품산업 밸류체인 전반에 접목되면서 식품생산, 가공, 물류․유통․배송, 마케팅, 소비 후 단계 등 전 과정에 기술이 결합되면서 식품 및 관련 산업이 변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CES 2024에서 주목받는 식품기술로서 S사의 AI Vision Inside 기술이 적용된 냉장고, C사의 스마트 캡슐 아이스크림 제조기, Y사의 스마트 식품 조리 자판기, 개인 맞춤형 푸드 프린터, 푸스 스캐너 등이 선정되어 농업부터 주방, 그리고 소비 분야까지 넓은 분야에 푸드테크가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 줬다.
푸드테크를 단어 그 자체로 번역해 보면 식품 기술을 의미한다. 식품 기술 또는 식품 가공 기술은 원재료로부터 식품을 만들어 내는 기초적인 기술과 그와 관련된 지식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식품 공정이나 식품 공학적 측면이 강한 것이 식품 기술이다.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푸드테크도 기초가 되는 식품공정 또는 식품공학의 기술에 접목되는 기술을 말하는 것이지 푸드테크 단독의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식품 공정의 기본이 되는 기초 기술이나 단위 조작 기술, 그리고 식품의 물성 등과 관련된 기술에 대한 논의가 없어졌다. 기본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이 기술과 지식에 대한 습득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푸드테크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다. 대학의 교육에서 점차적으로 수학이 중심이 되는 식품 공학, 식품 가공 기술과 관련된 학과가 없어지거나 과목이 사라지고 있다. 또한 식품의 성질을 파악해야할 기초 과목들의 교육도 부실해 지고 트렌트에 따른 학과나 과목들만이 신설되고 있고 정부의 연구 지원도 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경향이 식품분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수학을 피하고 어려운 공부를 선택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기도 하다.
식품산업에 다양한 산업이 융합되면서 식품 산업의 생태계가 변화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과 지식에 대한 공부와 연구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도입된다 하더라도 그 근간에는 식품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필요하다. 식품에 대한 기본적 이해없이 식품제조업을 시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품이 이렇게 복합적이고 어려운 것인줄 몰랐다고 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식품산업에 첨단의 기술이 도입되는 것은 식품의 품질을 좋게하고 공정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며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식품 기술과 식품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다면 기초가 없는 건물과 같은 상황이 될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함에 있어서 식품의 기본적인 기술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