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파동 이후 '한성식품'
김치파동 이후 '한성식품'
  • 김병조
  • 승인 2005.11.17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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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자 대표이사 특별인터뷰
"고객 격려가 힘---100% 안전 김치로 보답"
한국김치의 대모 한성식품 김순자 대표를 지난 15일 만났다. 국산김치 수거검사 결과에 대한 식약청의 발표가 있은 지 10여일이 지난 시점에서다.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했지만 김치에 미쳐, 김치만을 위해 20년을 바쳐온 김 대표의 현재 심정과 상황을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한성식품은 국내 김치업체 중 가장 많은 70여 건의 특허를 출원해 그 가운데 이미 18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지적산업재산권 취득도 30건에 이를 정도로 김치산업 발전에만 이바지해왔다.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에는 국가로부터 철탑산업훈장까지 받기도 했다.

김치 하나만으로 연간 매출 500억원을 올리고 있고, 거래처만 해도 3천여 곳이 될 정도로 탄탄한 중견기업이 시정명령에 해당하는 행정조치 하나로 휘청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누구의 잘못을 논하기 전에 안타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120분에 걸쳐 격정을 토로하는 순간 감정을 자제하던 김순자 대표는 끝내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대담=김병조 편집위원>

▲지금 심경이 어떻습니까?
김치 하나에 미쳐서 살아왔습니다. 가끔 김치 때문에 가정에서의 행복조차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최근 중국김치 문제로 한성김치가 부쩍 주목을 받았으나 우리는 그동안 나름대로 원자재 값 상승과 위생 강화 등으로 2중 3중고를 겪으면서 항상 조바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일까지 터진 상황이 돼 앞이 캄캄할 뿐입니다.
위생에 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김치공장은 3년에 한번씩 대대적인 보수를 해야 하고 1년에 한번은 부분적인 수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원가에 대한 부담이 매우 큽니다.
한성김치는 납품처가 많기 때문에 거래처별로 하루에도 여러 팀이 방문하고 수시로 김치의 안전성을 체크해 왔어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공장을 순시할 때는 악녀가 되는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결벽증에 가까운 성격 탓도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위생이나 안전면에 이상이 있으면 즉시 시정토록 해왔습니다. 직원들에게는 항상 “나에게 보여주기 위한 준비는 하지마라,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준비를 하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런 날벼락이 떨어진 것에 솔직히 억울하다는 생각도 없지 않습니다.

▲현재 회사가 처해있는 상황은 어떻습니까.
3천여 개 납품처 중에서 많은 업체가 발표 직후에는 저희 제품을 외면했습니다만 지금은 재거래를 해주겠다는 고객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처음에는 억울하다는 생각에 법적대응도 검토했으나 아직도 한성김치를 신뢰하는 기존 고객의 마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고가 나자마자 식약청에 서산, 진천, 부천 3개 공장의 김치 안전성 검사를 의뢰해 지난 9일 모두 안전하다는 결과를 받았고 이 결과를 가지고 3천여 개 거래처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거래처에서는 대부분 저희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소비자들의 생각이 일단은 부정적이기 때문에 당장 거래를 재개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더군요. 문제가 된 공장은 진천공장뿐인데 나머지 서산과 부천공장에서 생산되는 김치에도 문제가 있는 것처럼 소비자들은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진천공장은 이미 폐쇄를 했기 때문에 직원들이 일터를 잃은 상태고, 서산의 2개 공중 중 1개 공장도 가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들이 이 일을 잊을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중소기업으로서 그 기간을 견디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이번 일로 미국, 일본 등과 진행하던 사업도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이대로 더 가다가는 한성식품 가족 400명이 길거리로 내몰릴 지경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거래를 끊었다가 최근에 다시 거래를 재개한 데도 있는지요.
있습니다. 그러나 거래를 재개한 업체들도 소비자들의 눈을 의식해 한성식품의 물류 차량과 포장 박스가 눈에 띄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을 하더군요. 담당자들은 한성김치가 좋다는 것을 알지만 고객들의 시선은 아직 따갑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한성김치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져 있고, 단골 고객도 많아서 이번 사태를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격려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요.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죠. 어느 캐터링 회사 대표는 운영중인 학교에 가서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들에게 한성김치의 안전성을 설명하고 아무 이상이 없으므로 김치업체를 교체하지 않겠다고 설득까지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힘을 얻고 있습니다. 몇몇 호텔에서도 호의적이고 힘내라는 격려를 많이 해주는 편입니다.
특히 개인 고객 중에 피부과 의사인 분이 있는데 그 분은 직접 인터넷으로 편지까지 보내와서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기생충을 전공했고 피부과 교수직을 12년간 하신 전문가 입장에서 이번 문제는 한성김치의 잘못이 아니라 행정상의 문제가 더 많다고 지적해주시더군요. 모두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이것을 희망의 끈으로 삼아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우선 식약청 기준은 물론이고 학계와 시민단체, 그리고 고객 한 분의 요구에도 100% 충족할 수 있는 자체적인 안전검사 기준을 만들겠습니다. 품질검사 항목에 기생충 검사 등을 추가하고 종자와 수확, 제품생산 등 원재료 산지까지 자체품질검사를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100% 안전을 보장할 자체 안전정밀검사 체계와 동시에 외부 공인기관의 정기적인 정밀검사를 통해 이중 안전장치를 마련토록 하겠습니다.
셋째, 원재료는 물론 원재료 산지 점검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안전한 원재료 생산추적시스템을 보강해 실시하겠습니다.
넷째, 상시 운영하던 견학프로그램에 소비자의 감시 모니터링 기능을 부여해서 고객 신뢰를 얻는데 더욱 주력하겠습니다.
끝으로 식약청 HACCP을 빠른 시일 내에 지정받는 것은 물론 국제적인 공인을 추가로 받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성김치 고객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고객 여러분의 사랑이 한성식품 20년을 지켜왔습니다. 김치 만들기 외길 인생을 걸어 온 저로서는 이번 김치파동을 겪으면서 다시 한번 여러분의 신뢰가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 깨닫고 있습니다. 경위야 어찌됐건 식품안전의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저희에게 있습니다. 이번 식약청의 결과 발표를 겸허히 수용하면서 이 위기 속에서 ‘100% 안전한 김치 만들기’를 위해 새롭게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우리 한성김치를 지켜주신 고객님들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아직도 막막하지만 용기를 내서 김치에 미친 20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 험한 고비를 넘고 100% 안전한 김치를 만들 것을 약속드립니다.
한성김치를 신뢰하고 있던 고객님들에게 걱정을 끼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를 드리며, 그동안 최선을 다해 왔던 업체라는 점을 감안해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기를 간절히 바랄뿐입니다. 그리고 좋은 제품으로 보답하겠다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이런 일들로 우리나라 김치의 위상을 떨어뜨리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한성김치에 보낸 고객의 격려 메시지>

“좋은 중소기업이 잘못된 행정으로 희생”
저는 피부과 의사로서 한성식품의 김치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냉장고에 잘 있고요. 이번 사태의 뉴스를 보고 우리나라 행정의 여러 문제점을 보는 것 같아 많이 씁쓸했고, 좋은 중소기업이 잘못된 행정으로 희생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전 피부과 교수직을 12년간 하는 동안에도 의학 석사, 박사를 기생충으로 전공하였기에 이번에 문제가 되었던 선충류(Nematode)의 문제점들, 그리고 특히 우리나라에서 야생 고양이 등의 분분에 의한 구충류 및 회충류 등 감염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지만, 이는 이번에 발표된 회사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나라 야채 모두의 문제라고 봅니다. 집에서 먹는 배추는 안전하고 한성식품의 배추는 나쁘다는 생각은 바보들이나 하는 것이라 봅니다.
또, 생야채가 아닌 김치를, 그것도 미성숙란이 몇 개 발견되었다고...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아직 아무도 몰랐던 국내 야채의 문제로만 잡고, 야생 고양이 척결 등 근본적인 접근을 하였어야 하는데, 김치로 문제를 돌리기만 하면 날로 먹는 다른 야채는 안전할까요?
이번 문제를 전체 야채 재배의 문제로 돌려서 근본적인 먹거리의 안전성 검사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지, 정상적인 활동을 하였지만 운이 나쁘게 걸린 김치회사만 희생시키면서 근본적인 우리나라 야채 재배의 문제는 건들지 않고 지나가는 (지금까지의 관행대로...)것은 공정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이는 마치 도심에서 총을 난사한 후 총을 맞은 사람이 거기 있었기에 잘못된 것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습니다. 근본적인 총을 난사한 사람은 그냥 두고...
저는 (아주 전문가는 아니지만) 기생충에 관한 한 조리된 김치가 훨씬 더 안전하다고 봅니다. 특히 충분히 숙성한 김치는 더 안전하겠지요... 저는 언론의 발표를 무시하고 한성김치를 저와 가족이 계속 먹을 것이고 또 주문할 것이지만, 이번에 누락된 배추, 무, 당근, 샐러리 등의 생야채를 먹는 것은 신중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한성식품 관계자 여러분 모두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시고,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피부과 전문의 김태홍 http://www.kimssk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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