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스파게티 맛으로 크게 인기를 얻었던 ‘뽀모도로’의 가맹사업을 돌연 중단하고, 스파게티가 있는 풍경을 연지 반년이 조금 넘은 지금 그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광화문 매장에 들어섰을 때, 사실 ‘그가 가진 명성에 비해 매장 규모가 너무 작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4인용 테이블 10개 남짓, 벽면에는 문화인, 연예인 등 유명인사가 남기고 간 인사말이 액자로 만들어져 걸려 있는 것이 조금 독특할 뿐이었다.
박충준 대표는 16년 동안 신라호텔 조리부에서 근무하며 국내외 귀빈들에게 손맛이 살아있는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이며 유명세를 얻었다. 팔 힘을 기르고 프라이팬의 정확한 사용법을 익히기 위해 프라이팬에 모래를 담아 묵직해진 팬을 돌리고 연습했다는 것은 이미 이탈리안 요리사 지망생이라면 한번은 들어봤음직한 에피소드다.
그러다 박충준 대표는 1998년 처음으로 자신의 가게로 파스타 전문점 ‘뽀모도로’를 열었다. 소문난 손맛에 단골들이 줄을 잇는 것은 물론 가맹사업도 활기를 얻어 20개점 이상의 매장을 열었고, 2002년 1월에는 인사동의 오래된 한옥에서 스파게티를 비롯한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이는 ‘벨라로사’를 열어 한 번 더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뽀모도로는 지금 동업자와의 상표권 분쟁 및 불화, 메뉴의 품질이 확보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지금은 박충준 대표가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음식점 업태 중 가맹사업 하기 어렵기로 유명한 파스타 전문점. 그 이유는 바로 ‘일관된 맛’ 때문이다. 가맹점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할 무렵에는 별도의 조리교육을 통해 조리사를 심어놓는 것으로 음식의 질을 확보하고, 20개점 이상이 됐을 때는 센트럴키친을 마련해 소스나 면을 공급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다.
하지만 파스타는 2차 조리과정을 거쳐야 하는 메뉴다. 그것도 면의 양과 소스의 양에 따라, 프라이팬에서 면과 소스를 섞는 시간에 따라, 그리고 결정적으로 조리사의 손맛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이 된다. 박충준 대표는 “단순히 요리법만 알아서는 제대로 맛을 낼 수 없다”며 “끊임없는 연습도 필요하지만 요리사로서의 감각이나 손맛은 타고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 때문인지 스파게티가 있는 풍경을 찾는 사람들은 꼭 박충준 대표가 해주는 스파게티를 먹고 싶다며 그를 주방으로 밀어 넣곤 한다. 새하얀 조리복 앞에 묻은 붉은색 토마토소스는 30년 가까운 시간동안 스파게티와 함께 해온 그의 세월과 그에 대한 애정을 의미하는 듯 했다.
박충준 대표는 지난 2002년에는 스파게티 조리법을 비롯해 요리를 하면서 느꼈던 점, 에피소드 등을 담은 에세이집 ‘스파게티가 있는 풍경’을 출간했다. 지금 그가 서 있는 매장과 같은 이름이다. ‘호텔’이란 다소 무겁고 어려운 자리에서 벗어나,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최고로 맛있는 스파게티를 맛보여주기 위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는 박충준 대표는 오늘도 스파게티가 있는 풍경 속에서 맛있는 스파게티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으리라.
임영미 기자 y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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