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매너경쟁력이다
이제는 매너경쟁력이다
  • 관리자
  • 승인 2005.12.01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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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학기의 내 담당과목은 '현대인의 국제매너'다. 이 과목은 올 1 학기 포함 모두 13학기에 걸쳐 강의했던 '외식문화의 이해'와 함께 문화현상 또는 생활문화의 한 축이라는 점에서 4촌 관계 쯤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강의 준비를 위한 자료정리와 강의계획서를 작성하면서 나는 적지 않게 고심해야 했다. 80명의 학생들이 선택한 3학점 짜리의 비중 높은 과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의 목표를 지금까지 내가 맡았던 여느 과목들처럼 '뉴 이코노미 시대, 지식사회의 문화경쟁력 향상과 글로벌 리더로서의 자질 함양'에 두기로 했더니 그 나머지는 술술 풀려 나갔다. '매너 경쟁력'도 '문화경쟁력'과 함께 이른바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가치인 동시에 이 시대의 대표적 키워드 중 하나 라는 점에 착안했던 결과다.

매너 경쟁력에 대한 관심과 노력

요즘 매너가 다시 뜬다고 한다(주간동아 2005.11.29). 성공적 인간관계의 정립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매너가 꼽히면서 매너가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인 것이다.

어느 대기업 임원이 지난 달 비즈니스 매너를 지도하는 사설학원에 등록하고 매너 실습교육을 받았다. 그것은 회사의 직속 상사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던 중 '버터나이프'를 입으로 빨다가 상사에게 호된 질책을 받으며 느낀 '이대로는 살아남기 어렵겠다'는 엄혹한 자각의 산물이었다.(동아일보 2005.11.12 17면)

정작 매너교육을 받아야 할 사람은 위의 기업 임원 뿐이 아니다. 모든 국민들이 그 대상이다.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 국회의원과 정치 지도자들, 청와대 사람들도 그 대상에 포함돼야 함은 물론이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예의도 없고 매너도 없는 사람들의 천국처럼 느껴질 때가 적지 않다.
그래서 오늘날의 우리 사회가 혹시 '무례사회'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비록 중국이 제 입맛에 맞는다는 뜻을 넣어 만들어 냈지만 문자적 의미만큼은 그럴 싸 하기 짝이 없는 '동방예의지국'의 흔적이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것도 그 같은 의구심의 근거가 되니 답답하다.

그런데 더 답답한 것은 싸가지들의 무례, 무 매너적 행태가 생활문화 전반에서 마구 횡행하고 있지만 이를 시정해서 글로벌 스탠더드로 끌어 올리려는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낫살에 먹물깨나 먹었다는 죄로 어쩌다 꼴불견 싸가지들의 일그러진 행태를 일러주면 개망신 피박을 당하기 십상이고 조금 나은 대접을 받는다 해도 '너나 잘 하세요' 가 고작이다.

입시준비로 가정이나 학교의 형편이 여의치 않다면 교사단체나 '참교육'을 표방하는 학부모 단체가 그 역할을 떠맡으면 좋으련만 그들의 '참교육'은 무엇인지 다른 일벌이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시민단체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들은 통일, 환경, 인권,과 거사 등 묵직하고 근사한 의제에 관심이 있지 매너처럼 시시껄렁하고 째째한 일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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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 경쟁력 키우기는 관련 업계의 몫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요컨대 관련 업계가 나서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서 매너경쟁력 키우기에는 보다 긴 호흡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한다는 것을 전제로 그 일을 관련업계가 떠맡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면 전화매너는 전화회사가, 교통매너는 자동차 회사와 도로 관련 업계가, 관람매너는 공연단체와 공연장, 또는 프로구단 등 관련단체가 담당하는 방식인 것이다.

외식매너도 마찬가지. 외식매너의 업그레이드에는 외식업계가 앞장서는 게 딱 이다.
이쑤시개가 식탁에 없다고 그릇에 남아 있는 생선가시를 쓰는 고객을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바지 주머니에서 끄집어낸 천원자리 지폐의 한 쪽 끝을 뾰족하게 말아서 이쑤시개 대용으로 쓰는 손님을 엽기적 만행이라며 뒤에서 흉 볼 일이 아니다.

아무개 손님은 목욕탕에서 때 밀 듯 물수건으로 얼굴을 벅벅 문지르고 머리카락의 먼지를 닦아 내는가 하면 겨드랑이 밑까지 슬쩍 훔치더라고 깔깔 웃을 일도 아니다. 사전 예약취소 없이 나타나지 않는 손님에게 전화를 걸어 손해배상 어쩌구 저쩌구 혼내 줄 일도 아니다.

그 모두 바람직한 매너가 무엇인지, 왜 글로벌 매너인가를 주제로 한 매너교육을 우선순위에 올려놓고 인내심을 가지고 끈덕지게 시행하면 해결될 일이다. 장사도 잘 안 되는데 웬 고객 교육?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이 꼭 무슨 자선사업이나 장학사업에 그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고 국민들의 매너 경쟁력 키우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긴 호흡의 기업윤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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