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집, 잘하는 집, 참 잘하는 집
하는 집, 잘하는 집, 참 잘하는 집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외식테라피연구소장
  • 승인 2024.05.31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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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모임이 있는 날 아무래도 외식이 빠질 수 없다. 그날 모임의 성격에 따라 식사 장소도 천차만별이다. 특별한 전문가라면 모를까 그때마다 최적의 장소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알만큼 유명한 음식점이 손에 꼽히던 시절에는 장소 선택이 쉬웠을지 모르지만, 요즘 내로라하는 음식점이 수두룩해진 세상에서 모두의 입맛에 딱 맞는 음식점 찾기는 어지간한 정보력으로도 만만치 않다. 

음식점을 찾기 위해 인터넷, SNS를 검색하다 보면 가장 많이 노출되는 정보가 나오고 평가가 좋은 곳으로 최종 선택한다. 그리고 나선 예약을 하거나 현장에서 대기하는 등 결국 나도 많은 이들의 경험에 동참하며 왠지 모를 성취감에 안도한다. 주관적인 판단과는 다르게 남들이 인정하는 곳이니 애초부터 만족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는 것 같고 잘 모르겠지만 이런 맛이 모든 이들이 좋아하는 입맛인가보다 하고 내심 마뜩잖게 받아들인다. 흡족하지 않았어도 다수가 인정하는 분위기에 편승해 내 자신의 경험도 남에게 뒤질세라 인터넷 세상에 알리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오늘날의 맛집 정보는 절대적 기준으로 평가된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경험을 알리는 ‘SNS 소통의 시대적 산물’인 셈이다. 아무리 형편 없이 맛없는 음식점도 온라인 세상에서는 소문난 맛집으로 둔갑하는 것이 생각보다 수월한 세상이 됐다.

음식점을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맛의 추구’가 으뜸일 것이다. 아무거나 먹겠다는 사람도 내심 맛있는 음식을 기대하는 걸 보면 외식에서 ‘맛’을 빼고는 얘기할 것이 없다. 여느 때보다 맛집에 대한 열망이 고조된 요즘 세태를 보면서 음식점의 ‘맛’의 기준이 세 가지로 구분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는 집,’ ‘잘하는 집’ 그리고 ‘참 잘하는 집’이 그것이다. 

특정 메뉴에 따라 가장 선호하는 치킨집을 예로 들어보자. 동네 골목마다 서너 군데씩 찾아볼 수 있는 치킨집이 전국에 즐비하다. 특정 음식을 파는 집에 가서 먹어 보면 그냥 하는 집이 있고 잘하는 집이 있고 참 잘하는 집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하는 집의 맛은 ‘랜덤(random)의 맛’으로 복불복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배고플 땐 맛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땐 내 돈 주고 사 먹기 아까운 맛이다. 그래서 ‘하는 집’은 사업 성과가 그다지 좋지 않다.

‘잘하는 집’은 ‘기술(skill)의 맛’으로 음식 하나는 맛있는 집이다. 조리 기술에 대한 단일 의존도가 매우 높아 조리사의 상황에 따라 품질이 좌우되거나 오랫동안 사업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참 잘하는 집’은 ‘신뢰(trust)의 맛’이다. 조리 기술뿐만 아니라 인적서비스, 시설과 분위기, 상품 가치 등 전반적인 시스템이 안정되고 지속성을 인정받아 형성된 고객과의 신뢰가 궁극적인 ‘맛’으로 아우러진 곳이다. 이런 곳은 빼어난 음식 맛을 자랑하는 곳보다 음식 자체의 맛은 떨어질 수도 있으나 다른 부분들이 이를 충분히 보완하고도 남을만한 곳이다. 그래서 참 잘하는 집은 대를 이어 유지하거나 사업을 확장해서 운영해도 그 신뢰의 맛으로 더욱 굳건한 자리를 유지한다. 

외식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자신의 가게가 어떤 집인지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그냥 하는 집인지, 잘하는 집인지, 참 잘하는 집인지 판단하고 그냥 하는 집의 수준이라면 빨리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기술을 보완하거나 기술자를 영입하는 등의 전략에 집중할 것이고, 잘하는 집이면 음식 맛 외에 손님과의 신뢰를 견고히 하기 위해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전반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몰입해야 한다. 참 잘하는 집이라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신뢰의 맛을 더 끌어 올리고 깊이 있게 하는 전략에 매진하는 것이 ‘맛의 세계’를 이끌어 가려는 진정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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