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CEO>겨레가온데 한규용 대표
<앞서가는 CEO>겨레가온데 한규용 대표
  • 관리자
  • 승인 2010.02.22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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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공부를 곧잘 했던 한 학생이 있었다. 그는 갑자기 어려워진 집안사정상 서울에 있는 대학의 진학을 포기하고 고향근처 대학의 장학생으로 입학하게 된다. 군대에 입대를 했고, 제대 후에는 졸업도 하기 전에 곧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어려운 살림살이가 그로 하여금 돈을 벌어야만 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는 지방의 한 중공업회사에 입사해 정말 열심히 일했고 회사를 다니면서 미뤘던 대학졸업도 마쳤다. 그렇게 생애 첫 직장에서 또 다른 꿈을 차곡차곡 키워 나가고 있던 중 갑자기 IMF가 들이닥쳤고 그길로 그는 회사에서 퇴사를 해야만 했다. 그 후 건축자재를 수입하는 개인 사업을 시작했지만 가뜩이나 IMF로 다들 힘든 상황에서 그 사업이 잘될 리 만무. 결국 가족들의 돈까지 모두 날리면서 자신의 첫 사업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출 수는 없는 일. 다시 한 번 이를 악물고 도전에 도전을 거듭, 사업을 그만둔 후 1년 동안 그는 김밥배송, 트럭기사, 대하장사, 이불장사 등 10여개가 넘는 직업을 거쳤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해댔지만 결과는 기대했던 만큼 좋지 못했다. 결국 그에게 남은 건 2억원이라는 빚뿐이었다.

우연에 의해 운명이 바뀌다

결혼 후에도 그의 힘든 삶은 계속 됐다. 빚쟁이들이 쫓아다녀 일을 하기 힘들었던 그는 결혼 후 1~2달 정도는 그냥 놀았단다. 출근하던 아내를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평소에는 보지도 않던 스포츠신문을 우연히 구입하고는 천천히 기사를 읽어내려 나갔는데 그 때 그의 눈을 사로잡은 기사가 거기 있었다. 창업동향란에 조그맣게 있던 ‘뼈 없는 치킨 전문점’에 대한 기사가 바로 그것. 그 때부터 호기심과 궁금증이 증폭돼 기사에서 소개된 치킨 전문점을 찾아 서울로 올라왔다. 유명세가 대단했던지 가게 앞은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뤘고 그 모습을 보고 그는 ‘바로 이거다’라는 느낌을 받았단다.

창업을 해보려고 주인에게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그 시절, 제대로 된 교육과 시스템이 있을 리가 있겠는가. 하루 300만원의 비싼 교육비를 지불하고 목포로 내려와 처가의 도움을 받아 10평짜리 가게를 얻었다. 1998년 12월, 현재 ‘완산골명가’, ‘백일섭의 전복예찬’을 운영하고 있는 겨레가온데 한규용 대표가 외식업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시기다.

한 대표는 “의욕적으로 시작한 치킨 전문점이었지만 그 때도 장사가 안됐다”며 “나 스스로가 먹어봐도 맛이 없다고 느낄 정도였는데 손님들이야 오죽했겠냐”고 말했다.

그 때부터 최적의 맛을 찾기 위해 독학을 하기 시작한 그는 몇 달 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됐고 사업도 차츰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그는 배달박스도 어설프게나마 스스로 만들고 라디오 광고의 카피도 직접 써서 광고를 제작하는 열의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고객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지금이야 컴퓨터로 쉽게 가능하지만 그때만 해도 어디 그런가. 한 대표는 공책을 마련해 고객의 정보나 취향 등을 일일이 손으로 기입해 두었다.

그는 “다음에 주문을 할 때 공책에 기록해 둔 것을 보고 아는 척을 해주니 고객들이 너무 신기해하고 고마워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장사가 잘되니까 주변에서 ‘나도 한번 해보자’ 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단다. 입소문이 퍼져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8개월 만에 광고 한 번 안하고 순식간에 매장이 180개로 늘어났다.
전주콩나물국밥의 재조명

치킨전문점 사업으로 승승장구 하던 한 대표에게 가맹점주들은 ‘장사도 잘되고 있는데 다른 아이템은 없냐’고 계속 물어왔다고 한다. 한 대표 역시 안 그래도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던 차였다. 치킨 사업 때문에 전국을 돌아다녀야 했던 그는 전국 각지의 국밥들을 먹다가 자신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전주콩나물국밥’은 없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됐다. 가끔가다 몇 번 있긴 했지만 정체불명의 해장국을 두고 ‘전주콩나물국밥’이라고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전주콩나물국밥에 대해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한 대표는 지난 2001년 목포에 전주콩나물국밥집을 처음으로 오픈하고 장사에 들어갔다. 어머니께서 이미 전주에서 콩나물국밥집을 운영하고 계셨기 때문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

오픈 첫날 국밥을 500원에 팔아 하루가 지날 때 마다 500원씩 올려 받는 색다른 이벤트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긴 했지만 문제는 맛이었다. 한 대표는 “어머니가 와서 도와줄 때는 맛도 좋고 손님도 많이 왔는데 주방장이 단독으로 하니까 맛이 순식간에 달라져버리더라”며 “자기주관이 있다 보니 레시피가 있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전주콩나물국밥집인 ‘완산골명가’의 가맹사업을 일단 뒤로 미루고 맛을 표준화할 수 있는 작업에 돌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육수. 오랜 연구 끝에 지난 2002년 한 대표는 끓는 물에 우려내기만 하면 육수가 완료되는 ‘육수티백’을 개발해냈다.

오랜 고민을 해결한 그는 2002년 10월 가맹사업에 돌입하기 시작했고 다행스럽게도 기존 치킨전문점의 점주들이 너도나도 가맹점을 내겠다고 나서줘 1~2개월 사이에 10여개 매장을 동시에 오픈하며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2003년 12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AI가 발생, 사업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자 한 대표는 그것을 계기로 치킨브랜드는 정리하고 완산골명가 사업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현재 완산골명가는 전국에 약 12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또 다른 도전…백일섭의 전복예찬, 가정용 육수티백

이러던 가운데 한 대표는 지난 2008년 새로운 브랜드인 ‘백일섭의 전복예찬’을 또 다시 론칭했다. 남해안 지역의 전복 양식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전복을 대중화시킬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이번 역시 곧바로 가맹사업에 들어가지 않고 오랜 연구를 마친 후 2009년 7월에 가맹사업에 돌입, 현재 6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한 대표는 “하다 보니 남들 안하는 아이템만 하게 되더라”며 “백일섭의 전복예찬은 외식업계에서 10여년 넘게 쌓은 나만의 노하우가 결집된 브랜드라 자부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 번에 크게 히트하고 사라지는 아이템보다는 오랜 기간 동안 고객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해 내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맹사업도 서두르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보면 가맹점을 빨리 출점해 사업을 확장시키는 것보다 우량점주, 우량점포를 육성해 오랫동안 보유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지난해 또 한 번의 사고(?)를 쳤다. 당시 보유하고 있던 업소용 티백을 좀 더 연구해 가정에서도 쓸 수 있는 ‘가정용 육수 티백’을 개발해 낸 것. 이것은 지난해 6월 방송된 SBS TV 프로그램 ‘아이디어 하우머치’에서 소개돼 국내 총판권을 두고 실시한 경매에서 6억5천만원의 낙찰가를 기록하며 아이디어의 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한번에 50인분, 100인분을 끓일 수 있는 업소용 티백과 달리 가정용 육수티백은 티백 한 개(15g)당 국수류의 경우 2~3인분, 찌개류의 경우 3~4인분 정도의 국물을 끓여낼 수 있다.

한 대표는 “칼국수, 각종찌개, 전골류 등 다양한 국물요리에 활용할 수 있고, 끓는 물에 넣어 간단하게 끓이기만 하면 육수가 완성되기 때문에 조리 일손이나 비용이 크게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며 “가정용 육수티백으로 끓인 국물의 맛이 좋다고 소문이 나면 본업인 프랜차이즈 사업에까지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음식으로 ‘위인’이 되는 그날까지

한 대표는 올해도 여전히 도전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지금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은 바로 전주에 완공될 가공공장. 현재 겨레가온데는 익산에 공장이 있기는 하나 200평대로 규모가 작아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한계가 따르는 상황. 이에 전주에 1500평의 부지를 마련해 놓고 새로운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나아가 HACCP 인증도 추진해 대형마트나 학교급식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릴 계획이라고. 한 대표는 “육수 티백에 대한 해외수출 문의도 끊이지 않고 들어오고, 수요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번에 짓는 전주 공장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사업을 더욱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맹사업과 관련해서는 신규브랜드 없이 ‘완산골명가’와 ‘백일섭의 전복예찬’에만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완산골명가의 경우 ‘시즌 2’ 개념의 브랜드 실험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완산골명가의 대표메뉴인 콩나물국밥과 돌솥밥은 기본으로 하고 ‘참숯구이’, ‘불쭈꾸미’, ‘떡갈비’ 등 색다른 메뉴를 접목시킨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인 것. 이를 통해 브랜드의 내실을 다지고 장기적으로 추진해나갈 해외진출의 초석을 세우는 계기를 마련해 나갈 방침이라고. 서두를 생각은 없지만 언젠가는 우리 음식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프랜차이즈 기업을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다.

한 대표는 “옛날 위인전을 보면 수많은 위인들이 있지만 정작 음식으로 유명한 위인은 없더라”며 “가끔 직원들에게 ‘우리도 위인전에 한 번 나와 보자’라는 우스갯소리를 할 때가 있는데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음식을 통해서 이름을 알리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본인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세우는 것도 그려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한 대표는 이제 사업을 시작하려는 예비창업자들에게 “잘 익은 과실을 따먹으려고만 생각하지 말고 성공하려면 목숨을 걸고 일을 해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어떤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들이 목숨을 걸고 일을 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주는지 현명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너무 흔한 이야기지만 젊었을 시절 뼈아픈 고생을 담은 한규용 대표의 말이기에 좀 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승희 기자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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