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닭고기의 공급량 부족ㆍ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했던 치킨업계가 연중 최고의 성수기인 여름을 앞두고 식재료 수급이 안정되고 있어 호재가 될 전망이다.

특히 5월 들어 닭고기 가격 하락세가 뚜렷하다. (사)한국계육협회의 닭고기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1일 치킨에 주로 쓰이는 국내산 냉장 10호, 11호, 12호 크기 닭고기 가격이 각각 ㎏당 3600원, 3459원, 3364원을 기록했고, 지난 23일에는 이 가격이 각각 ㎏당 2,985원, 2,871원, 2,640원까지 떨어져 2010년 9월 이후 8개월 만에 2천원대로 떨어졌다.

올해 초 ㎏당 3200~3400원이었던 10~12호 크기 냉장 닭고기 가격은 지난 1월 26일 4천원까지 올랐고, 이후 지속적으로 가격이 올라 지난 3월 14일에는 ㎏당 4500원까지 뛰었다. 이 가격은 한 달 뒤인 4월 21일까지 이어져 치킨업계의 경영난을 부추기는 원인이 됐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중에는 닭고기를 가맹점에 제때 공급하지 못해 일부 메뉴의 판매를 중단해야 하는 곳까지 나타났다.

구제역 이동제한 풀려, 닭 사육 빠르게 정상화

닭고기 가격이 5월 들어 빠르게 안정되는 요인으로는 구제역으로 인한 이동제한으로 제때 병아리를 구하지 못해 닭을 사육하지 못했던 양계농가들의 경영 정상화가 꼽힌다. 돼지, 소의 경우 생산량이 정상화되는데 1년 이상의 기간이 걸리는데 반해 닭은 성장기간이 짧아 45일이면 판매할 수 있어 구제역의 여파에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또 3월 초까지 이어진 추운 날씨가 수그러들면서 양계장의 난방비 부담이 줄어 생산원가가 줄어든 점도 있다.

수입 닭 5만t 할당관세 면제도 주효

정부의 수입 닭고기 할당관세 인하도 닭고기 수급이 조기에 정상화되는데 큰 힘이 됐다는 평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일 구제역, AI,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 등에 따라 수급이 불안하거나 물가상승이 우려되는 품목 9개를 선정해 할당관세를 대폭 인하한 바 있다. 이때 수입 닭고기의 경우 5만t에 대해 기존 20%였던 관세를 면제해 치킨 업계의 닭고기 수급난에 숨통이 트였다.
이 점은 돼지고기가 국내산 품귀로 수입산까지 가격이 2배 이상 급등한 점과 대비된다. 조기에 닭고기 수입량을 안정시킨 결과 국내산 닭고기 가격의 폭등을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돼지고기 값, 여전히 고공행진

치킨 업계가 올해 호재를 맞을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에는 이처럼 돼지고기의 시중 유통가격이 쉽사리 안정되지 못하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정부수매 기준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 23일 기준으로 kg당 평균 6890원을 기록해 한달 전인 4월 25일 평균 5715원보다도 20.5%가 올라 상승세다. 이는 1년 전인 2010년 5월 24일의 평균 수매가격인 kg당 3873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77.8%가 비싸다. 돼지고기 가격이 내려가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치킨이 대체제로 소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쇠고기의 경우에는 가격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한우 육우가격은 지난 23일 kg당 평균 6539원으로 한달 전인 4월 22일 7183원보다 8.9% 떨어졌다. 이는 2010년 5월 24일 kg당 평균 8592원보다 23.8% 인하된 것. 하지만 닭고기에 비해 여전히 2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인해 닭고기와의 경쟁에서는 뒤처질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할당관세
물가안정, 수급원활 등을 위하여 기본관세율의 40%포인트 범위 내에서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인하하여 적용할 수 있는 탄력관세제도.

신원철 기자 hca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