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프라이스, 결국 1년만에 백지화
오픈프라이스, 결국 1년만에 백지화
  • 신원철
  • 승인 2011.07.0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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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과·과자·아이스크림·라면 4개 식품 제외
빙과, 과자, 아이스크림, 라면 등 4개 품목이 이르면 7월중으로 오픈프라이스 대상에서 제외된다.

가공식품에 오픈프라이스 제도를 도입한지 1년만에 백지화하는 것으로 도입 취지와 달리 소비자 불만, 가격 인상 효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6월 30일 현행 오픈프라이스 제도의 성과와 문제점을 점검한 결과, 과도한 가격 인상, 가격표시 미흡 등 효과가 미미해 빙과, 과자, 아이스크림, 라면 등 4개 품목을 오픈프라이스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픈프라이스는 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업체가 가격을 결정하는 제도로 최종 판매단계에서의 가격경쟁을 촉진하고, 과거 권장소비자가격이 과도하게 높게 책정돼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를 저해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 1999년 일부 가전, 의류 등에 최초로 도입했으며, 이후 점진적으로 확대해 현재 가전, 의류, 가공식품 등 총 279개 품목에 적용되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서민과 소비자의 편익 제고와 물가 안정이 정책의 최우선 고려사항이라는 점에서 빙과, 과자, 아이스크림, 라면 등 4개 품목은 7월 중 법령 개정을 통해 오픈프라이스 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라며 “가격정보 제공 품목 확대, 소비자단체와 협력을 통한 가격감시기능 활성화, 유통단계 축소를 포함한 유통구조 개선 등 보완대책도 조속하게 마련해 소비자 편익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졸속 행정’ 비난의 목소리 높아

라면, 과자 등 4개 품목에 대한 오픈프라이스 적용은 시행초기부터 상당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나라의 유통구조상 제조업체가 정하는 권장소비자가격으로 인한 가격 거품을 줄이자는 제도 본래의 취지를 과연 달성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컸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일부터 오픈프라이스가 적용된 빙과, 과자, 아이스크림, 라면 등 4개 품목은 현재 우리나라 여건에서 제도 정착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편의점, 골목상점 등 유통채널별로 가격편차가 2~3배 가까이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A마트에서는 750원에 판매되고 있는 아이스크림이 B마트에서는 450원, C편의점에서는 900원, D슈퍼마켓에서는 1천원 등에 판매되고 있었다. 게다가 정확한 판매가격 기준이 없어 구매한 제품의 가격이 비싼지, 싼지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공통된 불만이었다.

아울러 판매점의 가격표시율도 상대적으로 매우 낮게 나타나 소비자가 가격을 파악하기 어렵고 혼란을 초래하는 등 국민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소비자원 조사결과 판매점에서의 평균 가격표시비율은 2008년 65.4%에서 올해 77.1%로 개선됐으나, 빙과 및 아이스크림 21.5%, 라면 48.8%, 과자 61.2% 등으로 가공식품은 평균에 비해 표시비율이 낮게 나타났다. 또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권장소비자가격 표시금지로 인한 불편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불편하다는 응답이 93.4%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 같은 부작용으로 도입 후 1년 만에 폐지하는 제도인 만큼 졸속 정책의 전형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채 선진국에서 시행되는 제도를 섣불리 도입했다는 지적이다.

제조업체 관계자는 “가공식품에 오픈프라이스를 적용한 것은 시장경제의 원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의 어리석은 정책이었다”며 “정책 시행 후 실효성이 없자 손바닥 뒤집듯 단기간에 바뀌는 정부 정책은 스스로 신뢰성을 훼손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맘대로’ 가격책정 사라질 것

오픈프라이스 대상에서 가공식품이 제외돼 제조업체가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게 되면 유통업체들이 부당하게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일이 사라질 전망이다.

제조업체들이 발표한 제품의 출고가 인상률보다 실제 소매가 인상률이 다소 높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올해 초 제과업체들이 주력 제품의 출고가를 일제히 인상했는데, 제과업체가 발표한 출고가 인상률은 10% 내외지만 실제 소매가는 최고 두 배 가까이 오른 제품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표시가 없는 점을 이용해 소규모 상점들이 가격을 담합해 판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권장소비자가격이 표시되면 그 이상으로 가격을 높게 받는 유통업체는 없어지고 가격이 정확하게 명시돼 소비자들이 제품의 가격을 신뢰하지 못하는 현상은 사라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직 정부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오픈프라이스 폐지가 제조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패키지 교체 작업으로 인한 비용이 추가적으로 소모될 뿐 제조업체 입장에서 다른 변화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권장소비자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현재 시장에서 평균적으로 형성된 가격대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봄이 기자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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