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장기화, 정부 종합대책 없나
경기침체 장기화, 정부 종합대책 없나
  • 이인우
  • 승인 2014.07.07 04: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월호 이전부터 민간소비 위축
정국 난맥 겹쳐 매출 반토막 ‘시름’
“이대로는 방법이 없다. 정부가 일시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아도 민간의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없다. 국민 모두가 신뢰하는 원로가 이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털고 평상시와 같은 생활로 돌아가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면 좋겠는데 우리 사회에는 그런 인물도 없다.”

대기업 계열 식품·외식업체인 A사 중견 간부의 말이다. A사는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대외적인 사업을 전면 중단하라는 그룹 본사의 지시를 받았다. 현재 A사는 당초 진행 예정이었던 외식사업 분야의 소비자 프로모션을 모두 철회했고 식품사업 또한 극심한 소비침체로 매출이 급전직하했다. 외식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크고 작은 식품·외식업소 경기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월드컵 특수 ‘찻잔 속의 미풍’

식품·외식업계가 소비활성화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월드컵 또한 브라질과의 12시간 시차와 대표팀의 부진으로 분위기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다 앞서 A사 관계자가 말한 사회 원로는커녕 세월호 참사 이후 2달이 넘도록 새 국무총리 인선조차 하지 못하고 정홍원 총리 유임으로 돌아서는 국정의 난맥상까지 겹쳐 내수경기 침체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같은 어려움은 국내 모든 식품·외식기업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부터 크게 떨어진 외식기업의 매출은 반등세는커녕 오히려 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외식기업 10곳 중 지난해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롯데리아와 본아이에프, 교촌F&B 등 3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7개 기업 중 CJ푸드빌과 아모제푸드, 이티앤제우스 등 3곳은 적자 전환했고, MPK와 놀부NBG, 썬앳푸드는 영업이익이 50~70%씩 크게 줄었다. MPK그룹과 아모제푸드, 놀부, 썬앳푸드, 이티앤제우스의 경우 이익뿐 아니라 매출도 감소했다. 당시 외식업계는 지난 1월 새해부터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전망 아래 2013년 실적이 ‘바닥을 쳤다’며 반등세를 기대했다.

하지만 4월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내수가 얼어붙는 바람에 더 극심한 불황에 빠진 상태다. 여기다 외식업계 대표 브랜드 CJ푸드빌의 경우 지난 5월 26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터미널 푸드코트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화재의 책임 공방이 벌어지면서 타격을 입고 있다.

사고 발생 직후 CJ푸드빌 측은 “화재가 발생한 매장은 CJ푸드빌의 외식브랜드 매장이 아니다”고 밝혔으나 한 달째 적극적인 마케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B2B 식품업체 연쇄적 매출 부진

다른 외식업체들도 민간 소비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업체 D사는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30% 줄어 비상이 걸렸다.

외식기업들의 매출 그래프가 줄지어 꺾이면서 B2B 식품업체와 식자재 유통업체들도 연쇄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B2B에 주력하는 외국계 식품제조·유통업체인 E사 관계자는 “올해부터 그동안 쌓아온 셰프 대상 프로모션의 결실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한 매출의 반도 올리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식자재 공급업체들도 같은 계열사 외식업체들의 실적부진에다 단체급식 시장도 성장세가 멈추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관련 업체들 중 선방하는 업체는 동원홈푸드와 현대그린푸드 등 소수에 그친다.

동원홈푸드는 그동안 악성재고로 남았던 비축 해산물을 모두 처분한데다 올 초 삼조쎌텍과의 합병, 강원랜드 단체급식 수주 등에 힘입어 흑자경영으로 돌아섰다.

자영외식업주들의 경우 업소 생존 여부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지난 5월 회원사 조사결과 밝혀진 평균 매출 36% 감소보다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특히 각급 단체나 기관의 행사와 모임 중단이 계속되면서 대형 외식업소의 타격이 더 심각하다”고 밝혔다.

영세 외식업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강동구에서 35㎡(10여 평) 면적의 중식당을 운영하는 P씨는 “홀 담당 직원 1명과 배달원 3명 중 1명을 줄이고 아내가 홀을 맡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털어놨다.

●일자리·분배 등 복합대책 내놔야

문제는 이러한 식품·외식업계의 불황을 끝낼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극심한 소비부진이 세월호 때문만은 아니라는 진단이 나오는 등 불황의 장기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세월호 참사 이전부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둔화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 역시 전기 대비 0.3%를 기록해 지난해 전분기(0.6%)보다 감소했다. 세월호 참사는 이같은 소비증가율 둔화를 더 확대하는 뇌관 구실을 했을 뿐이란 진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세월호 참사에 따른 민간소비부진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보다 적극적인 일자리 정책 시행과 분배구조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을 통한 가계 구매력 향상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팀장은 “현재로서는 세월호 충격이 완화되더라도 민간소비가 살아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기업의 수출실적 등에 따른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괴리,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 가중, 노후준비 미흡과 일자리의 질 악화 등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시행해야 민간소비부진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인우 기자 liw@foodbank.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