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민의 낮은 애국가 관심
정부와 국민의 낮은 애국가 관심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7.04.2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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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불러보는 애국가 전곡이었다. 올 3·1절에 열린 어느 집회에서 부른 대한민국 애국가 이야기다. 근래 애국가 제창으로 그날처럼 감동을 맛본 적이 별로 없다. 제창 도중 3절 4절 쯤 이었을까 갑자기 콧잔등이 시큰해지며 눈물이 핑 돌았는데 때가 때이니만큼 가물가물 생각나지 않는 가사 탓만은 아니었으리라는 생각이다.

어쨌든 그날의 애국가가 안겨준 감동은 4년 전인 2013년 3월 17일 캐나다에서 거행된 세계피겨 선수권대회의 메달 시상식에서 좋은 한국어 발음으로 애국가를 열창했던 캐나다 런던시의 어느 합창단에 못잖은 감동이었다.

당시 국민의 반응 또한 뜨거워서 거의 잊혀가던 애국가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날 것처럼 보였다. 그 동안의 애국가 경시풍조가 얼마쯤은 시정될 걸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국민의 애국가 사랑은 그날뿐 이었다.

우리나라의 애국가 정책은 초라하기 그지없어 있는지 없는지 헷갈릴 정도다. 정책은커녕 광복 69주년이었던 2014년 8월 일부 교육청 주도로 ‘애국가 음 낮춰 부르기’라는 해괴한 정책이 시행될 뻔 했을 정도로 무개념, 무원칙주의가 횡행한다. 세상에서 애국가만큼 제 나라 국민에게 대접받지 못하는 나라노래가 또 있을까 싶다. 

이같은 우리나라에 비해 외국의 경우는 썩 다르다. 외국의 중요 콘서트는 그 오프닝 곡으로 자국의 국가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국가를 중시하고 존대한다는 뜻이다.

오스트리아 빈 신년 음악회, 독일 베를린 필 신년 음악회 등과 함께 세계적 신년 음악회의 하나로 꼽히며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초연된 이탈리아의 대표적 국립 오페라 극장인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극장 신년 음악회’가 그 사례다.

2003년(리카르도 무티 지휘) 신년콘서트를 비롯, 이탈리아가 세계 일곱 번째의 무역규모 1조 달러의 경제대국에서 탈락한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화려하게 열린 2011년 신년(다니엘 하딩) 콘서트와 2012년 신년(디에고 마테우스) 콘서트의 경우 지휘자 입장과 동시 모든 청중이 일어선 가운데 연주된 장중 엄숙한 이탈리아 국가가 압권이다.

영국의 대표적 음악축제 ‘BBC 프롬스’의 피날레 역시 영국 국가다. 영국 여왕 대관 50주년(2002년)과 60주년(2012년) 축하 콘서트 역시 그랬다. 영국 국가로 오프닝을 열고 영국 국가로 피날레를 장식한 적도 있는데 오프닝은 인기 밴드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의 락 뮤직 스타일, 피날레는 합창단과 수만 명 일반 청중이 함께한 클래식 스타일이었다(대관 50주년 축하 팝스 콘서트).

그보다 앞선 1991년 뉴욕메트 오페라의 링컨센터 25주년 기념 오페라 갈라는 지휘자 제임스 레바인이 지휘대에 서자마자 전체 5개층 3900석의 청중과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미국 국가를 연주하는 압도적 장관을 보여준다.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이스라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태국 여왕 80세 생일 축하 태국 방문 콘서트(2013년, 태국 왕궁) 역시 이스라엘 필의 태국 국가 연주로 시작됐다.

이같은 외국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필자는 애국가는 반드시 활성화 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애국가를 제대로 가르치고 불러야 한다고도 믿는다. 오리지널 악보대로 노래하는 창법을 제대로 공부해서 자의적인 음높이로 애국가의 음악적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소신도 여전하다.

그 다음 단계로 애국가에 대한 국민의 친근감 향상을 위한 다양한 편곡의 작품화가 시도돼야 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시급한 것은 국경일 등 각종 기념식과 행사에서 애국가 순서를 절대로 빼지 않는다는 국민적 합의 도출이다.

그리고 애국가를 주제로 한 콘서트 개최와 음반과 동영상물의 제작 보급이 시급하다. 그와 관련 안익태 선생의 애국가를 주제로 한 심포닉 판타지아 ‘한국 환상곡’의 존재감과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한 음악계의 분발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절실하다.

애국가와 한국 환상곡의 연주기회 늘리기와 음반과 동영상물의 제작 배포로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일을 공약으로 내놓는 대통령후보 어디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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