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식산업의 성장 과정을 돌이켜 보면 시대에 따라 호황을 누리는 업종, 또는 메뉴가 있었다.
외식업이 산업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지난 1979년, 국내 최초의 외식기업이라 할 수 있는 롯데리아가 출범하면서 햄버거가 호황을 누리기 시작한 이후 주기적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업종이 줄을 이었다. 햄버거에 이어 면류, 양념치킨, 그리고 1990년대 초 보쌈에 이어 최근 한식뷔페와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호황을 누리던 업종도 성장주기는 길어야 3~4년을 넘기지 못했고 짧게는 1년 만에 사라져 간 업종도 수없이 많다. 그만큼 국내 외식업계는 유행에 민감한 탓에 업종이나 메뉴 사이클이 매우 짧은 것이 특징이다.
1년 동안 마신 커피 250억5천만 잔
그런데 유독 커피업종만은 예외다. 커피업종은 지난 10여 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많아 언제 고속성장의 신화가 끊길지 궁금하다. 대한민국이 커피에 미쳤다는 말이 회자된 지 5년여가 지났는데도 커피시장은 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2006년 이후 고속성장하기 시작한 국내 커피시장의 연매출은 10년 전 3조 원대에서 지난해 8조7906억 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커피전문점 수도 9만여 개가 넘는다.
커피전문점 외에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와 같은 베이커리카페, 디저트카페, 생과일주스전문점과 호프집은 물론이고 최근 저가 커피를 취급하는 편의점까지 합치면 족히 11만 개에 육박하는 점포에서 커피를 파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커피 판매점은 치킨집과 편의점보다 훨씬 많다.
이토록 많은 커피집이 있어도 도심지의 점심 시간 전후에는 모두가 만석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식후에 커피를 마시는 일이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문화의 일부분이 됐다. 지난해 원두 수입량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소비된 커피를 잔으로 환산하면 약 250억5천만 잔에 이른다.
국민 한 사람이 연간 500잔을 마셨다는 결론이다. 우리보다 커피 문화가 일찍 전파된 일본보다 우리 국민의 커피 소비가 더 많다.
양극화·출혈경쟁 피해, 영세 커피점 몫
국내 커피전문점의 대표 주자인 스타벅스는 지난해 연 매출 1조 원을 넘어섰다. 커피 팔아서 연간 매출 1조 원이라니 상상이 안 된다. 저가 커피의 대명사이던 이디야의 점포 수는 2천 개를 넘어 더 이상 점포 확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토록 커피전문점이 많다 보니 과당경쟁은 당연하다. 폐업하는 점포도 크게 늘고 있는 반면 호황을 누리는 업체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커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커피 한 잔에 500원짜리 점포가 생겨나는 한편으로는 커피 마니아를 대상으로 하는 스테셜티전문점을 중심으로 1만 원대 커피 시장이 커지고 있다.
커피 문화는 앞으로도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우후죽순 커피전문점이 생겨난다면 갈수록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 없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은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무조건 브랜드에 열광하는 국내 소비자의 심리로 인해 커피시장의 양극화는 더 가속화될 것이다. 특히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출혈경쟁으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 개인이 운영하는 영세 커피점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상위 몇몇 브랜드와 일부 경쟁력 있는 저가 브랜드 외에는 생존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다. 과당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다른 커피점과 완벽하게 차별화하지 못하면 생존은 불가능하다. 국내 커피시장의 지속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쉽게 커피시장에 뛰어드는 일은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