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하려 하면 도달하지 못한다(欲速則 不達 見小利則 大事不成)
서둘러 하려 하면 도달하지 못한다(欲速則 不達 見小利則 大事不成)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7.05.2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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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 전주대 객원교수·전 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새 정부의 출범과 식품외식산업의 관계성을 주제로 글을 쓸 요량으로 이전의 GH정부와 MB정부 출범 초기의 묵은 원고 파일을 뒤져 보았다.

GH정부 출범을 전후한 시기의 칼럼에는 ‘당선인은 지난 3년간 식품외식박람회 개막식에 빠짐없이 참석해서 테이프 커팅으로 우리 식품외식문화산업을 격려 응원해 준 열성적 멘토의 모습으로 대통령에 취임할 것’이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힘내라!’ 식외경 2013. 1. 14)

그 이전 MB정부의 출범 때도 비슷했다. 국정감사 등 논란에도 한식세계화의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되는 MB정부 초기의 간판 정책인 ‘한국음식 세계화’는 참 멋지고 장엄한 주제로 잔뜩 추켜세웠다.(‘한 Taste의 세계화’ 식외경, 2008. 3. 31.) 당시 새 정부가 식품외식산업의 발전에 도움 되길 바라는 염원을 담고 싶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면 이번 문재인 정부에겐 뭐라고 쓸까? 언뜻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 전과 달리 상당기간의 당선자 신분과 인수위원회를 통한 맛보기식 정책 프리젠테이션없이 선거 다음날에 바로 취임했기 때문일 것이다.

취임 하자마자 벼락처럼 내린데다가 일련번호까지 매긴 업무지시 시리즈였기 대문일까. 밀어붙인 듯한 모양새의 조급성 탓일 수도 있다. 대통령의 진정성을 조급성으로 비트는 반대정파의 속 좁은 헐뜯기로만 볼 일이 아닌 이유다. 

같은 맥락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정책에서도 그 좋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살짝 조급성이 배어나서 아쉽다. 식외경 보도에 따르면 영세가맹점 우대 수수료 적용기준 연매출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중소가맹점은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중소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1%로 인하, 상가 임대료 상한선 9%에서 5%로 인하, 영세자영업자 금융지원 확대 등등.

이같은 공약은 위기를 맞고 있는 음식점 업 등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정책이다. 하지만 또 다른 공약인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 방안은 당장 자영업계의 생존을 위협한다.(식외경, 2017. 5. 15. 974호)

현행 주당 최대 68시간의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축소해야 하는데 가령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는다면 ‘휴일 근로는 근로시간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을 폐기해서라도 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도 조급성으로 읽힐까 걱정이다.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은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악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시급 6470원의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 원으로 인상하려면 앞으로 매년 15.6%씩, 올해 당장 7080원으로 올려야 한다.

시급이 인상되면 갑근세를 비롯한 세금과 4대 보험은 물론이고 정규직의 급여까지 올려야만 하는 실정이다. 인력난이 극심한 마당에 직원 수를 늘려야 하고 가파른 임금 상승까지 닥친다면 경영압박을 넘어 존폐를 위협받게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최저임금을 올려 서민들의 수입을 높이면 그들의 소비가 늘어 내수가 활성화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이론은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칫 직원의 추가채용과 높아진 시급으로 폐업 도미노가 불가피해지면서 실업자만 양산하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식외경 사설 2017. 5. 22 975호)

이 역시 새 대통령의 진정성이 담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정책들이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따르는 대목이다. 일자리 문제, 특히 청년들의 일자리문제, 진짜 심각하다. 심각성으로 보면 새 대통령의 중요정책 과제 중 톱 랭킹으로 내세울만하다.

끝으로 공자의 가르침 한 대목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공자의 제자인 자하가 거부지방의 행정책임자인 읍재(邑宰)가 되면서 정치에 대해 물었다.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서둘러 하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려 하지 말아야 한다. 서둘러 하려고 하면 도달하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보려하면 큰일을 달성하지 못한다.’(欲速則 不達, 見小利則 大事不成, 민경조, <논어 경영학> 151쪽, 청림출판,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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