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
식품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7.07.0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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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식품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하루도 거를 수 없는 필수품이며 식품의 안정적인 공급과 안전성 확보는 사회 안정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와 식품행정에 대한 믿음은 사회의 건전성과 애국심의 기초가 된다.

이러한 식품에 대해 우리는 너무 함부로 대해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식품에 대한 오해나 잘못된 정책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은 무관심하거나 가볍게 다루는 경향이 있다.

우선 최근의 쌀 문제를 짚어보자. 쌀값이 폭락하고 생산비를 건지지 못하는 쌀농사가 파국에 다다랐는데 그 원인과 대책을 제대로 말하지 않고 있다.

쌀값 폭락의 가장 큰 원인은 20년간 끌어온 쌀시장 개방 지연으로 인해 의무수입량이 연간 40만t으로 늘어난데 있다. 국내 생산량의 거의 10%에 달하는 쌀이 수입되니 쌀값이 폭락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을 비롯한 일부 학자들이 쌀시장을 조기 개방해 의무수입량을 낮춰야 한다고 외쳤지만 듣는 사람이 없었다. 농민단체들의 반대시위에 부딪쳐 농정당국은 제대로 정책을 추진하지 못했다.

국내 쌀 생산이 자급에 미치지 못하는데도 쌀이 과잉생산 된다며 쌀 생산억제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늘의 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실책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심층 분석하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전자변형(GMO)식품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와 점차 더해가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농약의 사용량을 줄이고 수확량이 높은 생명공학 신품종을 개발하는 것은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생명공학 연구와 그 이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일부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시위에 밀려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오히려 식품안전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GMO의 안전성에 대해 홍보하고 그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GMO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하고 있으며 과학적 사실이나 과학계의 의견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GMO의 사용을 반대하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이 힘이 약한 소비자를 돕는 일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여론정치가 판을 치는 사회가 되었고 소비자단체나 시민단체가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데도 이들의 잘못된 판단을 옹호하는 것이 약자를 보호하는 일이라고 자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사회는 지금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주장들이 국민의 감성을 자극해 여론을 호도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 이 사회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우리가 매일 먹어야하는 식량과 식품에 대한 잘못되고 왜곡된 의견들이 난무해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 세계가 미래 식량공급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생명공학연구가 우리나라에서는 없어질 지경에 놓여있다. 중국과 일본은 국가발전을 주도할 정책과제로 생명공학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갈 것 같다.

이러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하고 해결하려는 언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 더 이상 시민단체들의 잘못된 주장에 끌려 다니거나 아부하지 않고 과학적 판단과 합리적 사고에 근거한 정론을 펴는 용감한 식품언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나는 식품외식경제에 5년 넘게 월요논단을 게재하고 있다. 학자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매여 있거나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특권을 가지고 남들이 하지 못하는 바른소리, 쓴소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일에 지면을 할애해 주는 언론사에 감사하며 우리 식품언론들이 그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더욱 힘써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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