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한지수 혜전대학교 호텔조리외식계열 외래교수
우리나라는 최근 2%대의 낮은 경제성장률이 지속되는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다. 출산율도 떨어져 성장의 발판마저 줄어드는데 요즘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청년실업문제로 청소년의 꿈이 바뀌고 있다. 통계청의 2016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이 선호하는 직장 1위는 국가 기관(23.7%)으로 공무원을 꿈꾸는 청소년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업을 선택할 때 역시 수입과 안정성(49.8%)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웠다. 저성장 시대, 워낙 취업이 어렵고 취업을 하고도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청소년의 직업 선택에까지 영향을 준 것이다.
또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꼴지 수준이다. 저성장 시대에는 가정의 수입이 줄어들고, 자녀를 키우는 부담감이 커지면서 출산율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생산 가능 인구가 감소하게 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더욱 낮아져 해가 갈수록 저성장의 골만 깊어질 것이다.
이렇게 경기불안이 지속되고 장기불황과 취업난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욜로(YOLO)’ 열풍이 한동안 뜨거웠다. 그러나 지금은 이와 반대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짠테크(짠돌이+재테크)’가 유행하고 있다. 장을 보지 않고 냉장고에 남아 있는 식재료로 한 끼를 해결하는 냉장고 파먹기, 봉투에 하루씩 생활비를 나눠 넣고 그 이상은 소비하지 않는 봉투 살림법, 캘린더에 써 놓은 금액만큼 매일 저금하는 캘린더 강제 저축 등 기발한 짠테크 기법이 온라인에 공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욜로와 짠테크 모두 저성장, 저임금인 사회 배경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처한 환경은 같지만 현재에 중심을 두면 욜로, 미래에 중심을 두면 짠테크가 되는 식으로 소비의 양극단을 보여주는 트렌드이지만 그 밑바탕엔 저성장 시대라는 우울한 시대상이 반영돼 있다.
짠테크 열풍이 거세지면서 욜로와 짠테크가 합쳐진 ‘욜테크(Yol-Tech)’란 신조어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투자나 저축을 위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지출은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합리적이고 알뜰한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욜테크는 본인이 추구하는 것을 위해 택시비나 커피 값은 아끼고 절약하면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모바일 앱 등을 통한 특가혜택, 쿠폰 서비스로 합리적인 가격에 조건이 좋은 것을 찾아 비교 구매한다.
요즘 서울시내 곳곳을 다닐 때면 상품 홍보 및 구매를 유도하는 방안 중 하나로 Syrup 월렛에서 쿠폰 알림을 해준다. 고객이 바로 할인받을 수 있는 즉석 할인 쿠폰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혜택을 알려드려요’, ‘사용안 한 쿠폰 있어요’ 등 편의점, 백화점, 각종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여러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판매를 촉진하는 전략을 벌이고 있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원하는 쿠폰을 신나게 이용하며 욜테크를 위한 소비를 하고 있다.
욜로와 짠테크는 서로 정반대의 소비 성향으로 어느 쪽이 더 좋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문제로 서로의 가치관 차이에서 생기는 소비성향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쓸 땐 쓰고 아낄 땐 아끼면서 합리적으로 즐기는 욜테크라면 현재의 행복도 지키고 미래의 안정적인 삶도 보장될 수 있는 한마디로 합리적인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트렌드라 할 수 있다.
한 동안 유행했던 욜로나 현재 급부상하고 있는 짠테크는 모두 각자의 생활에서 나온 삶의 방식으로 당장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모두 소비할지, 아니면 그 욕구를 참고 저축할지의 사이에서 주체적인 소비습관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