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최종문 우양재단 이사장·(전)전주대 문화관광대학장
국내 송이버섯 3대 명산지로 꼽히는 강원도 양양, 경북 봉화, 그리고 울진에서는 매년 9월 말부터 10월초까지 송이축제가 열린다. 하지만 올해엔 태풍의 영향으로 계획이 전면 취소된 울진(당초예정 10. 5~7)을 제외한 양양과 봉화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양양(2018. 9. 28~10. 1)의 경우 ‘외국인 방문객 2천3백 명을 포함해 모두 25만5천 명의 관광객으로 북적였는데, 주말인 29일에는 10만 인파’였다는 게 주최 측 발표다.
특히 올해는 송이 작황이 좋아 지난해보다 7배 이상(8,984kg)의 수매실적에 가격 또한 1등급의 경우 지난해 절반인 40만 원대, 등외품도 10만 원대에 거래되어 지역경제도 10년 만의 특수를 누렸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노컷뉴스 2018. 10. 1)
봉화축제(9. 29~10. 2) 역시 올해는 송이풍작이어서 관광객 약 19만2천 명에 경제적 파급효과가 전년대비 31% 증가된 얼추 195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연합뉴스 2018. 10. 4)
이처럼 국내 송이버섯이 풍작호황을 누리고 있을 즈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북한송이 2t은 올 추석 전 상봉 이산가족 4천 명에게 500g씩 나눠줬다.(헤럴드경제 2018. 9. 21) 북측의 송이버섯 선물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2000년과 2007년의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위원장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게 송이버섯 명산지라는 함경북도 칠보산 송이버섯을 선물했던 적이 있으니 이번이 세 번째인 셈이다.(연합뉴스 2018. 9. 20)
문재인 대통령은 그에 대한 답례로 제주산 귤 200t을 평양으로 보냈다고 지난달 11일 청와대가 밝혔다. “아침 8시 우리 군 수송기가 제주산 귤을 싣고 제주공항을 출발해 평양 순안공항으로 향했다. 평양으로 보내는 귤은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때 북측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남측이 답례하는 것”이라며 “귤은 모두 200t으로 10㎏ 상자 2만 개에 담겼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답례 선물로 귤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귤은 북한 주민들이 평소 맛보기 어려운 남쪽 과일이며 대량으로 보내서 되도록 많은 북한 주민들이 맛을 보게 하고자 하는 마음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추진 계획이 주춤해진 상황이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YTN 2018. 11. 12)
어쨌든 그 소식을 듣게 되니 기분이 별로다. 상쾌하지 않고 불안하고 불편하다. 마치 생선가시가 걸린 목젖처럼 께적지근하다. 송이상자를 받은 4천 명에 끼지 못해서가 아니다. 칠보산표 송이버섯을 구경하지 못한 데 대한 심술이나 투정도 아니다. 무슨 이유일까? 이리저리 생각해 보니 결국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존심이 문제였다.
송이버섯은 우리나라 자연산 식재료 중 단연 으뜸에 속하는 고급식재다. 감귤은 외래종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토종 과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표적 대중과일이다. 그러므로 김정은 위원장이 가령 적당량의 송이버섯을 보내고 문재인 대통령이 그 답례로 합당한 수량의 제주산 감귤을 보냈다면 지금 상황이 비록 국제적 대북제재 질서 체제임을 고려하더라도 굳이 시비곡직을 가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무슨 전후 구호품이나 빈곤국에 대한 원조물자가 아닌 선물에 대한 단순 답례품에 지나지 않는 감귤 200t을 긴박한 상황도 아닌데 군 작전용 수송기 4대에 실어 이틀간 4회나 제주 평양을 왕복 수송해야 하는지 그 심사를 깊이 알 수 없다. 혹시 북측의 변덕스런 심기를 고려한 우리 정부의 습관적인 오버형 배려 때문이 아닌가하는 세간의 의구심이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