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과 혼합의 묘미
융합과 혼합의 묘미
  •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 승인 2022.02.0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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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모든 식품 중 단일성분으로 구성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밥을 포함한 주식부터 반찬으로 곁들이는 채소와 양념, 그리고 축산물이나 수산물 모두 수십 가지의 성분으로 조합돼있다. 이렇게 많은 성분은 저분자나 고분자물질로 엉기고 혼합돼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으로 밥상에 놓이고, 체내에 들어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로 작용해 생명 유지에 기여한다.

또한 채소나 육류 등을 적절히 혼합해 조리함으로써 완전히 다른 음식이 탄생하기도 한다. 이런 조합에 의해 독특한 음식이 만들어지고 맛과 향이 차별화된 작품이 우리 앞에 선보여진다.

한식의 주된 재료는 곡류와 채소류다. 여기에 오묘한 향신 조미료가 곁들여져 독창적인 우리 음식이 탄생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부 수산물이나 육류도 사용하지만 한식의 특징은 곡류와 채소류의 사용이다.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원료는 그 지역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고 먹기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가열하거나 갈무리해 발효시키면서 새로운 풍미물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염장과 발효는 한식의 중요한 특징이며 원재료가 갖지 않는 성분을 만들어 차별화한다.

근래에는 세계 여러 나라가 멀지 않은 이웃으로 살아가면서 음식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차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융화하면서 또 다른 식문화를 형성한다. 우리의 전통발효식품인 김치가 이태리의 피자에 곁들여져 두 나라 대표음식이 융합돼 새로운 맛과 향을 창조하고 새 음식이 탄생된다. 이제 이태리 미슐랭 음식점의 셰프가 한국의 한식당에서 일하면서 한식과 이태리 음식을 융합하는 광경은 전혀 낯설지 않다. 

월남 쌀국수는 이미 그 특징에 살며시 한국 음식의 맛이 스며들었고 전통 고추장에 수입과채류 토마토를 섞어 만든 토마토 고추장은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들은 각종 서양의 소스에 매운맛을 추가해 만든 음식을 찾는다.  
 

사실 한식도 긴 역사의 뿌리를 갖고 있지만 시대와 당시 살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계속 변해왔다. 김치만 해도 단순한 염절임에서 어느 땐가 고춧가루가 첨가되면서 맵고 붉은 색을 띄는 지금의 김치로 정착돼 독특한 맛을 내며 세계에 유래 없는 발효산물을 창조했다. 지금도 지역과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제품이 나타나고 있듯 김치도 앞으로 계속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변화될 것이다.

장류는 어떤가. 된장은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메주를 만들어 겨울 내내 방에 띄우고 봄에 장독에 담가 발효와 숙성과정을 거쳐 간장이 되고 이어서 고형분이 분리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왔다. 이런 과정이 이제는 우수균을 선발해 발효를 관리하고 숙성기간을 단축해 기업이 대량생산하는 방식으로 변화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음식은 우리가 미처 인식하기도 전에 우리 식탁에 올라와 입맛을 변화시킨다. 자연환경과 소비자의 입맛이 달라지면서 다양한 색다른 음식이 우리 식탁을 점령한다. 거대 시장으로 성장한 커피는 어떤가. 전통음료인 수정과, 식혜, 녹차 등 고유한 우리 음료가 수천 년 우리 곁을 지켜왔는데 외국에서 도입된 커피가 주인의 자리를 차지 해 가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쉽게 변할 것 같지 않다.

이것뿐인가. 채식위주의 우리 전통 식단에서 육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육류소비량은 지난 20년간 연간 31.9kg 소비에서 54.4kg으로 71%가 증가했고 한식이 채식이라는 등식에 손상이 가고 있다. 

이런 식생활의 변화를 인위적으로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시냇물이 흐르듯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이런 큰 흐름 속에서 우리 한식과 전통식품도 변화의 바람을 거스르기 보다 다름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면서 근본을 지키되 융합과 섞임으로 묘미를 찾을 때다.

우리 된장을 순화하고 맛을 변화시켜 빵에 발라먹는 스프레드는 또 다른 인기 상품이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더 나아가 우리 전통음식을 기반으로 다름을 수용해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화시키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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