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문 걸어 잠그기
화장실 문 걸어 잠그기
  •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 승인 2023.08.04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장실 문화가 획기적으로 바뀐 것은 88올림픽을 계기로 세계 여러 나라 손님을 맞기 위한 준비로 시작됐다. 당시 대대적인 화장실 개보수사업이 진행됐다. 근래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면서 우리 문화의 척도, 화장실 관리 수준에서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항상 느낀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화장실은 최고의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바닥이나 변기의 깨끗함은 당연하고 휴지 준비, 손 씻는 세척제의 갖춤, 어느 것 하나 불만족스러운 것이 없다. 거기에 잔잔한 배경 음악이 깔리고 지역에 따라 코를 즐겁게 하기 위한 향수까지 선사하니 금상첨화다. 

우리나라는 컴퓨터나 자동차 등 세계 1, 2위를 차지하는 분야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국민의 자질도 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준에 이르렀다. 과거의 어려운 시절을 생각하면 기적 같은 변화다. 하긴 어려운 시대를 지나온 세대는 이 변화에 격세지감을 피부로 느끼겠으나 주어진 이 조건에서 태어난 세대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 그 고마움을 느끼기에는 감정적 차이가 있다.

충분히 이해하나 따뜻함에 익숙해지면 추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옛날얘기, 지금은 엉뚱한 소리라 핀잔을 듣겠지만 화장실과 처가는 멀어야 좋다고 했는데 그 말은 완전히 반대됐다. 화장실이 버젓이 안방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냄새는 수세식과 배기 설비로 불쾌감을 느끼기 전에 없어져 버린다. 거기에 특징적인 향수가 품어져 나오는가 하면 비데까지 갖춰 최고의 위생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참으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 화장실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이 훌륭한 화장실 문화에 가끔 언짢을 때가 있다. 화장실은 좋은 말로 표현한 것이지 진정한 본래 뜻은 변소(便所)가 맞다. 편안함을 주는 곳이다. 생리적으로 급히 필요할 때 찾는 곳, 화장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편하게 만들기 위해서 찾는 곳이다. 그 누구도 생리적 급박함이 없는 경우 놀이 삼아 화장실을 찾을 때는 없다. 이렇게 급박하게 사용하고 싶은 변소가 필요한 경우 문이 잠겨있다면 어떤 심정일까. 

우리 사회가 대도시화되면서 많은 사람이 몰려 사는 집단 거주지가 만들어지고 대형 빌딩과 업소들이 길거리, 뒷골목까지 차지하고 있다. 이런 거리를 지나가다 급한 볼일이 생겼을 때 찾을 곳이 화장실이 아니겠는가.

전철에는 친절하게도 꼭 필요한 곳에 화장실을 잘 갖추고 있으나 길거리에는 공중화장실이 거의 없고 결국 건물이나 외식업소를 기웃거려야 한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의 건물은 대부분 화장실을 공개하고 있으나 작은 업소, 외식업체의 경우 상당수가 화장실 문을 걸어 잠가 놓는다. 이해는 한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면 청결을 보장할 수 없고 관리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잠재고객인 손님들의 급박한 사정을 생각해보면 화장실 문을 잠가놓는 것은 좀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나도 개인 사무실을 갖고 있을 때 화장실을 개방해 놓았는데 건물 주인이 계속 잠가놓으라고 강요해 잠가놓기는 했지만 마음은 편안하지 못했다.

대안으로 제안하기를 내가 운영하는 업소나 건물에 딸린 화장실을 개방해 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화장실 관리에 비용이 들 것이다. 이런 대중과 관련되는 요구사항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할 것이다. 개방화장실을 운영하는 업소에는 관리비 일부를 지원하고 관리상태를 가끔 점검하면 서로 상생하는 관계가 될 것이다.

선진국이라 알려진 유럽 한 국가의 관광지에서 급한 볼일로 화장실을 찾았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동전을 넣어야 문이 열리게끔 돼있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중 그 나라 동전을 준비해서 다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 일 하나로 그 나라에 대한 인상이 완전히 달라졌고 다시 찾고 싶지 않은 국가가 됐다. 

우리나라도 관광객 수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공공화장실뿐만 아니라 개인 업소, 건물들의 화장실을 전면 개방해 급하고 다급한 생리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변소를 개방하는 운동을 벌였으면 한다, 국가 이미지 관리에도 중요하다. 

 


▣ 식품외식경제 정기구독 신청 02-443-4363
https://smartstore.naver.com/foodbank_4363/products/652113377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