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정성’이라 쓰고 ‘성공’이라 읽는다
[오피니언]‘정성’이라 쓰고 ‘성공’이라 읽는다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외식테라피연구소장
  • 승인 2023.08.18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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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연한 기회에 약 사반세기(四半世紀) 전에 온 국민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드라마 ‘허준’을 다시 보게 됐다. 숭고한 인간애와 불멸의 업적으로 추앙받는 구암(龜巖) 허준의 애민정신(愛民精神)이 유난히 돋보였다. 허준은 당시 늦은 나이에 내의원(궁중의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뛰어난 의술과 더불어 수많은 병자(病者)를 돌보고 중세 동양 최고의 의서(醫書) 중 하나인 동의보감(東醫寶鑑)을 주도적으로 집성한 점 등을 인정받아 나중에는 결국 정일품 하계 보국숭록대부(輔國崇祿大夫) 양평부원군으로 추증되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이뤄냈다.

단순히 ‘출세’의 시선으로만 본다면 실로 대단한 ‘입신양명’이 아닐 수 없다. 뛰어난 실력과 임금의 신임을 얻어 최고의 자리에까지 이르렀으니 결과만 놓고 본다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성공을 이룬 셈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살펴보면 온갖 어려움과 고비를 이겨내고 이룬 값진 결과다. 오직 병자를 살려내고자 하는 일념으로 갖은 정성을 다해 돌보는 일관된 모습이 그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출세만을 위해 임했다면 그런 정성은 바닥을 드러냈겠지만 의원으로서의 본분과 병자를 향한 ‘지극정성(至極精誠)’이 있었기에 그 뜻이 하늘에 닿았을 것이다.

드라마 ‘허준’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병(病)은 의원이 잘한다고만 해서 낫는 게 아닙니다. 병자가 처방을 잘 따라야 병이 나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허준의 병자 치료 과정을 보면 의료진에게도 그렇지만 특히 병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유독 엄격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의술(醫術)을 지녔다고 해도 병자가 의원의 처방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효하다. 이렇듯 허준은 의술을 제공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병자의 역할에까지 책임을 다하였으니 가히 ‘명의(名醫)’를 넘어 ‘의성(醫聖)’의 경지에 이른 것이라 하겠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만큼 의학도 발달해 과거보다 인간의 수명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각종 정보도 넘쳐날 정도로 산재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대인의 식생활은 갈수록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퇴화하고 있다. ‘편의성’ 중심의 식생활로 변하면서 외식 활동이 일상화되고 가공식품이 다양해져 편리함의 극치를 맛보고 있지만, 그런 식생활 문화에서는 ‘제공하는 쪽’도 ‘받는 쪽’도 각자가 추구하는 성공에 이르기에는 ‘정성’이 한없이 부족하다. 식품을 생산, 판매하는 측에서 사업 성공을 위해 어떤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지, 식품을 구매, 섭취하는 측에서는 건강을 위해 어떤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극정성’으로 사업을 운영하면 고객을 얻을 수 있다. 그것도 ‘충성고객’을 얻게 된다. 수많은 외식업체가 존재하고 있지만 명성을 떨칠 정도로 성공한 곳은 손에 꼽는다. 가히 성공했다고 할만한 곳은 음식 맛보다 지극정성의 기운이 더 진하다. 손님 응대하는 주인과 직원의 태도에서, 음식의 재료와 조리된 상태에서, 시설과 설비의 청결과 정리 정돈에서 한결같은 ‘지극정성’이 결국 추앙받는 ‘성공’을 만들어낸다. ‘지극정성’으로 식사하면 건강을 얻을 수 있다.

바쁜 일상에서 ‘한 끼를 때우는 식’으로 먹거나 끼니를 거르거나 폭식하거나 불규칙하게 식사하는 것에는 ‘정성’이 깃들어있지 않다. 음식을 고를 때에도 ‘아무거나’ 고르지 말고 건강을 고려해 정성껏 찾고, 음식을 제공해 주는 이에게 정성껏 감사를 표하고, 식사할 때도 의사의 처방을 병자가 준수하듯이 지극정성으로 해야 건강이라는 ‘성공’을 얻게 된다. 이처럼 음식을 주고받는 이의 ‘지극정성’은 결국 ‘상생의 성공’으로 통(通)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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