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업과 가계부채가 올 2분기 말 기준으로 4900조 원을 넘어서며 국내 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22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부채는 2705조8000억 원으로 국내 총생산(GDP) 대비 124.1%로 1998년 외환위기 당시(108.6%)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99.6%) 기록을 갈아치웠다. 가계부채는 1862조 8000억 원으로 국내 총생산(GDP) 대비 101.7%에 달했다.
지난달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 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비금융 기업과 가계의 총부채를 합하면 국내 총생산(GDP) 대비 225.7%로 추정돼 한국 경제 규모의 2.26배로 늘어났다. 기업과 가계부채 4900조 원은 우리 국민 전체가 지출 없이 2년을 벌어도 갚을 수 없는 거액이다.
기업·가계부채 4900조 원… GDP 대비 226%
우리 정부가 과감히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2~3년 후 기업 부채는 3000조 원, 가계부채는 2000조 원을 넘어 국가부채는 5000 조 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OECD 회원국 대부분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국내 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가 크게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한국은 오히려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기업과 가계부채 증가는 소비와 투자를 동시에 위축시켜 저성장을 심화시킬 수 있어 향후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에 빠질 우려가 크다. 특히 젊은 층이 부동산에 집착한 나머지 ‘영끌 매수’로 인해 늘어난 과도한 가계부채는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올 2분기 청년층 1인당 주택대출은 5504만 원으로 2019년 말 대비 35.4% 급증했다. 팬데믹 이후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 되면서 자칫하다가는 일본과 같은 부동산 파동이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많은 경제전문가가 한국의 과도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은 이미 수년 전 일이다.
이자 못 내는 한계기업 3903곳… 전체 15.5%
기업 부채가 급증하다 보니 많은 기업이 영업이익을 통해 부채와 이자를 갚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부채 상환은커녕 고리의 빚을 얻어 이자를 내며 근근히 버티고 있다. 이에 따라 올 1~8월 기업파산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8.6%가 늘어났고 지난해 말 외부 감사 대상 기업 2만5135개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낼 수 없는 한계기업이 3903개(15.5%)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악성 좀비 기업이 된 지 7년이 넘는 ‘장기 존속 한계기업’도 903개로 전체의 3.6%에 달했다. 이들은 영업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대출를 늘릴 수밖에 없고 유동성과 상환능력, 안정성이 저하되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회생하기는 매우 비관적이라 할 수 있는 기업들이다. 이들이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한 금액만 무려 50조 원이 넘고 있다니 자칫하다가는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뇌관이 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계기업 중 특히 서비스 업종은 재무 상태가 좋지 않아 5.5%가 좀비 기업이며 음식․숙박업, 여행사, 부동산소개업, 청소․경비 등 영세 사업 지원 서비스 업종은 5곳 중 1곳(19.6%)이 좀비 기업으로 분석됐다.
만약 자영업·소상공인 등 영세업체만을 분석한다면 ‘장기 존속 한계기업’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근근이 견뎌왔던 중소기업 혹은 자영업·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이후 더욱 힘들어지고 있음을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