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한 대응
[오피니언]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한 대응
  • 윤광희 win-win노사관계연구소 소장, 법학박사·공인노무사· 한경대 겸임 교수
  • 승인 2023.10.24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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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가 2019년 7월부터 시행된 지 5년이 돼가는 현재 시점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5일 직장 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직장인 3명 중 1명인 35.9%가 ‘최근 1년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감소세를 보였으나 코로나 엔데믹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괴롭힘 유형은 ‘모욕·명예훼손’(22.2%)과 ‘부당지시’(20.8%)가 많았고 다음으로 ‘폭언·폭행’(17.2%), ‘업무 외 강요’(16.1%), ‘따돌림·차별’(15.4%) 순이었다. 괴롭힘 행위자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37%)가 가장 많았다. ‘비슷한 직급 동료’(22.3%), ‘사용자’(19.2%)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비정규직 피해자의 경우 ‘고객이나 민원인 또는 거래처 직원’이 괴롭힘 행위자라는 응답이 17.1%로 정규직(5.5%)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직장생활에서 괴롭힘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괴롭힘의 행위 유형과 행위자 비중에서 그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행위 유형으로 객관적 사실 확인이 가능한 ‘폭행, 부당인사, 업무 미부여’는 전년 대비 줄고 있지만 개인적 경험에 따라 판단하는 모욕이나 명예훼손, 부당지시는 증가하고 있다. 괴롭힘의 행위자로서는 상급자, 비슷한 직급 동료 등이 많아서 서로 자주 접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괴롭힘 행위자로 지목된 관리자들은 ‘자리를 자주 비우는 직원에게 주의를 주었더니 정신적 상처를 받았다’고 신고한다고 하소연한다. 또  ‘편의점에 물건 사러 간다기에 내 것도 사다 달라고 했는데 지위를 이용해 사적 용무를 시켰다’고 주장한다고 억울해한다. 동일한 사안을 두고 서로 다르게 인식하니 해결이 어렵다. 생각과 관점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라서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 내 갈등의 문제로 고착화되고 있다. 향후 MZ세대가 산업 현장에 더 참가하게 되면 심각한 문제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리 근로기준법은 사후적 조치 위주로 피해근로자 보호조치와 행위자에게 징계 등의 조치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상호 이해하게 하고 화합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요법이어서 실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발생한 사업장의 경우에 사후조치 과정 중이나 조치 이후에 행위자와 피해자 등이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목격한 구성원들은 몸보신하거나 서로를 불신하게 된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단순하게 볼 것이 아니라 심각한 산업 현장의 병폐로 인식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사후적인 대처보다 예방적 조치를 엄격하게 강화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예방조치는 취업규칙의 규정으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에 관한 사항을 두도록 하는 것이 전부이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한 대응은 사후적 조치와 별개로 사전적 예방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사전적 예방조치로는 구성원 간 갈등을 관리하는 소통에 대한 스킬 교육이 필요하고, 자신이 소중하면 타인도 소중하며 조직의 성과를 위해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인간과 조직에 대한 태도 자세 교육도 필요하다. 이러한 사전적 예방조치를 위한 교육을 법정 의무교육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에서 이에 필요한 교육내용 구성과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해 교육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사후적 조치에서도 조사와 징계만으로 나아갈 것이 아니라 행위자와 피해근로자, 주변 구성원들에게 서로 함께 나아가는 문화활동과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대응으로 예방교육과 사후조치로서 화합과 치유활동은 직장 내 구성원들을 화합하게 만들고 우리 산업 현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인프라로서 중요한 투자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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