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의 슈링크플레이션 칼날 부작용 우려
[사설]정부의 슈링크플레이션 칼날 부작용 우려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23.11.1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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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슈링크플레이션을 비롯한 식품업계의 ‘꼼수 가격 인상’에 경고장을 날렸다. 특히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및 소비자단체와 함께 집중 감시겠다는 방침이다. 빵, 우유 사무관을 지정하는 등 연일 정부가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현장 점검에 나서자 식품업계가 가격은 유지한 채 제품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원가를 조정하는 등 꼼수 인상이 만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은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제품가격은 유지 한 채 용량을 줄이거나 품질은 낮춰 간접적으로 가격을 인상한다는 뜻으로 영국의 경제학자 피파맘 그렌이 2015년 만든 말이다. 패키지 다운사이징(package downsizing)이라고도 한다.

정부 과도한 가격억제 추후 폭등 가능성도

소비자물가가 3월 이후 최고치를 찍는 등 물가 불안이 커지자 정부가 물가 안정을 정책 최우선 목표로 두고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특히 각 부처 차관이 물가 안정 책임관이 되어 빵, 우유, 라면 등 9개 가공식품을 밀착관리하는 전담 사무관·서기관을 지정하고 실명까지 공개했다.

이명박정부 당시 배추 국장, 무 과장이 있었듯 지금은 빵 사무관, 우유 서기관이 만들어 졌다. 농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등 물가 관련 부처 합동으로 이달부터 매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물가 관리품목에 관해서는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를 억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협조를 구한다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정부가 기업을 압박해 가격상승을 억제하는 것은 착시현상에 불과할 수 있다. 원재료 값과 인건비 등 원가인상 요인이 확실한데 단기간의 성과를 우려해 과도한 가격억제를 한다면 풍선효과와 함께 정부의 관심이 느슨해지면 가격이 폭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과도한 억제정책보다 기업들의 고충도 들어가면서 진솔한 대화를 통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가격 유지한 채 중량감소 알리는 것은 당연  

정부가 가격억제를 강하게 압박하는 한 식품업계는 슈링크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설령 가격억제를 하지 않아도 지금과 같이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가격을 인상할 수 없어 상품의 중량을 줄이는 것도 기업 마케팅전략의 일환이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대다수 국가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식품업계뿐 아니라 외식업계도 마찬가지이다. 원자재가격은 물론 인건비와 제조, 물류, 부대 비용 등이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정부의 강한 압박에 가격을 올릴 수 없으니 용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의 지적대로 식품업체들이 가격을 유지한 채 중량을 줄여 파는 것은 자율이라 할지라도 상품의 중량을 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공지했어야 했다. 

최근 거의 모든 식품기업에서 일고 있는 슈링크플레이션이 우려되는 바가 크다. 소비자 물가를 최우선으로 관리해야 하는 정부의 정책에 기업이 협조하고 참여해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기업은 치솟는 원가를 감당할 수 없어 가격을 올려야 함에도 정부의 가격 인상 억제정책에 적극 참여하기에는 버겁기만 한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또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한 가격에 민감해지는 소비자들의 소비행태를 본다면 가격을 유지한 채 중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정부의 가격 억제정책도 기업의 슈링크플레이션도 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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