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은 김치의 날이다. 김장문화가 2013년 유네스코의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후 전 세계 사람들이 김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제 누가 보더라도 김치는 한국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김치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데 반해 김치의 역사가 바르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아직도 김치 역사에 대해서는 잘못된 인식과 오류, 왜곡이 판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나 연구소는 이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교수나 연구원들은 연구비가 나오지 않는 일에는 관심이 없으므로 이런 오류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 결과 김치 역사와 문화는 과학을 잘 모르는 인문학자들의 전유물이 됐고 가짜가 진짜인양 돌아다니고 있다.
김치와 관련한 대표적인 오류 중 하나는 ‘김치는 고대김치가 있었고 현대 김치와 달랐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는 ‘고추가 임진왜란 때 들어왔다’는 아무 근거도 없이 말 한 교수가 있다. 이 잘못된 주장에 꿰맞추다 보니 김치의 역사가 왜곡됐다. 잘못된 주장을 과학자들이 검증해주지 않으니 인문학자들은 고추가 임진왜란 때 들어 왔다는 주장을 확증편향적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맞는 온갖 황당한 설을 만들어 냈다. 이것이 우리 김치의 역사가 왜곡된 근본적인 이유다.
사실 온갖 설이 많으면, 아니 잡설이 많아야 지탱되면, 또한 보편적인 과학적 사실에 어긋나면 진리가 될 수 없다. 그래서 김치 역사에 대한 잡설이 많은 것이다. 고대 식품역사에서 발생한 음식이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보편적이고 과학적이다. 왜냐하면 음식의 역사는 기술의 역사가 아니라 지혜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세계 고유 토속 음식의 발달은 다른 나라에서 기술을 받아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연한 발견(세렌디피티, serendipity)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김치는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한 것이다. 이것이 보편적인 진리다. 김치의 탄생은 중국과 교류 이전 우리나라 고유 농경역사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한 것이다.
우리 음식의 뿌리나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중국책, 한자책으로 연구하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한자책을 연구하면서 우리 음식 역사를 중국과의 교류로 생각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사실 인문학자들이 한자를 통해서 우리 음식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주 쉬운 방법이다. 그러므로 과학적인 검증이 따라야 한다.
그들이 만든 설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임진왜란 전후로 고대김치가 진화돼 현대김치가 됐다는 설이다. 또한 고추가 전국에 퍼지고 김치가 진화하는 데는 몇 백 년이 걸렸으니 현재와 같은 김치를 먹게 된 것은 불과 100년밖에 안됐다 것이다. 이러한 시각이라면 고대김치는 중국의 파오차이와 한국김치의 뿌리가 같다는 것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파오차이가 한국에 와서 김치로 변했을 것이라는 설이 통하게 된다. 더군다나 김치를 중국의 파오차이나 일본의 쯔께모노, 독일의 사우어크라프트와 비교하면서 김치가 배추가 아니라 무였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여기서 ‘고추가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에 들어 왔다’는 주장은 오늘날 유전자 분석기술 등 생명과학 기술로 봤을 때 고추의 뿌리는 2000만 년 전에 지구상에 처음 나타났다. 이후 새에 의해 전 세계에 전파돼 200만~300만 년 전에 각 지역의 풍토에 맞게 진화됐다. 이미 지구상에는 100여 종 이상이 존재한다. 중남미에 없는 고추가 인도 등 동남아시아에 존재한다. 우리나라도 50만 년 전에 이미 분화된 고추, 고추 당초가 자라기 시작했다. 문헌적으로도 임진왜란 이전 삼국시대에 우리 고추를 재배했다는 기록이 수없이 나온다. 조선시대 초기에 아기를 낳다가 죽은 20세 정도의 여성 미라의 배에서도 고추씨가 나왔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가짜 주장을 뿌리 뽑아야 우리 김치 역사가 바로 세워질 수 있다. 우리 김치는 우리나라 농경 역사의 환경에서만 발생할 수 있고 우리나라 농경 역사는 필연적으로 발생한 발효역사이자 하늘이 우리 민족, 여성에게 준 선물이다. 이것이 김치가 세계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음식인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