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뚜기 등 국내 식품기업들이 제품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던 결정을 줄줄이 철회했다. 식품기업이 자발적으로 제품가격을 동결하거나 인상 조치를 철회하고 있다고 하지만 개운치 않다. 가파르게 오르는 식품 물가를 잡기 위해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장·차관이 직접 나서 간담회를 개최하며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가 하면 고위 관계자가 기업을 직접 방문하는 등 정부가 식품 물가를 밀착관리하는 상황에서 제품가격을 인상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낀 탓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달 27일 정부의 강력한 물가 관리정책에도 불구하고 오뚜기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대표상품 24종의 가격을 12월1일부터 올리겠다고 발표해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오뚜기는 가격인상 결정을 전격 취소했다. 오뚜기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 속에 민생 안정에 동참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물가 관리를 위해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라면, 빵, 우유, 과자 등 농식품 28개 품목을 지정 매일같이 가격동향을 점검할 정도로 인상자제를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어 오뚜기는 이에 따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이다.
오뚜기에 이어 풀무원도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풀무원은 12월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초코그래놀라를 비롯한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었다. 롯데 웰푸드, 빙그레 등 대다수 식품기업들도 가격 인상을 철회하고 있다. 이미 올해 초부터 풀무원 생수, CJ제일제당 조미료·장류, 하이트진로 소주 등이 가격 인상 계획을 취소하거나 인상 시기를 늦췄다.
물론 기업들은 원부자재비와 인건비, 물류비 등 전반적인 원가 인상으로 제품 가격 인상이 부득이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를 이용한 과도한 가격 인상은 막아야 한다. 적정 이윤이상의 선을 넘어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의 정부 가격 억제 정책도 올바른 방법은 아니다. 가격 인상을 억제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정책을 찾아야 한다. 지금처럼 강압적인 가격 억제 정책은 영원할 수 없다. 정부의 정책이 느슨해지면 어느 순간 기업은 가격 인상을 감행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