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우리 농경 역사에서 자연발생으로 탄생했다
김치, 우리 농경 역사에서 자연발생으로 탄생했다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23.12.2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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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모든 전통 음식의 발달은 그 지역이나 나라의 지리적 농경학적 특이성을 바탕으로 많은 지혜가 쌓인 끝에 우연한 발견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특히 발효음식이 그렇다. 유럽의 포도주가 1만 년 이상의 역사를 갖게 되고 우리의 김치, 장도 역사를 갖고 발달한 것이다. 자연발생적인 우연한 발견(serendipity)이다. 따라서 세계 모든 나라 음식의 탄생과 역사를 논하려면 이러한 농경학적인 기반 위에서 이야기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김치 연구는 인문학자들이 중국 한자 문헌을 갖고 문헌학적으로 연구한 측면이 많다. 아주 오래전 우리나라는 우리 의 글이 없어 김치에 관한 기록이 없다. 김치의 탄생에 대해서 고문헌적으로 연구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중국의 문헌으로 김치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어느 면에서 참고할 수 있지만 우리 김치 역사의 줄기를 이야기하는 것은 위험하다. 대부분 그런 경우 김치의 역사가 중국의 음식 역사의 한 축에서 이야기되는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물을 논에 가둬 벼를 재배하는 쌀 문화이다. 구석기시대에는 밭에다 볍씨를 뿌려 재배하는 쌀 문화였으나 1만~2만 년 전에 남방에서 쌀이 유입되면서 차차 논에서 쌀을 재배해 주식으로 먹는 밥 문화로 발달했다. 밥을 맛있게 먹으려면 반드시 보조 음식이 필요했다. 이것이 반찬이다.  

이러 이유로 서양식은 ‘무엇을 먹느냐(What to eat)?’로 이해되는 반면에 우리나라 식문화는 ‘무엇으로 밥을 먹느냐(With what to eat)?’다. 밥 문화에서는 무엇에다 밥을 먹을까 고민해야 하는 데 우리나라에는 중국과 같이 기름도 없었고, 설탕도 없었다.  목축도 발달할 환경이 아니어서 우유, 치즈 등도 없었다. 있는 것은 여러 풀(채소), 향신재료(고추, 마늘, 파, 생강)와 콩뿐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갖고 있는 재료를 이용해 밥을  맛있게 먹는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특히 농경학적으로 콩(원산지)이 있었기 때문에 장이 발견됐고 마늘, 파, 고추가 있어 양념이 발달됐다. 양념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김치 문화가 발생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는 기름이 없기에 중국과 달리 낮은 온도(100℃ 이하)에서 하는 요리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소금을 이용해 맛을 냈고, 장을 발견한 다음에는 간장과 된장을 이용해서 맛을 내어 왔다. 나중에는 마늘과 고춧가루, 파를 이용한 양념을 만들어 맛을 냈다. 그래서 우리나라 식문화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독특한 양념문화로 발전했다. 이러한 양념문화를 바탕으로 채소를 먹는 방법은 대부분 연한 풀을 생으로 양념으로 무쳐 나물을 해 반찬으로 쓰거나 채소를 100℃ 이하인 60~70℃에서 데쳐 물을 줄인(숨을 죽인다고 함) 다음 무쳐서 먹는 방법이다. 나물로 해서 반찬으로 쓰면 밥을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마늘과 생강은 다져 넣으면 다른 잡내를 없애기 때문에 훨씬 맛있게 되고, 고추는 가루로 만들어 넣으면 색깔이 고와서 맛이 나기 시작한다. 따라서 고추의 빨간색은 음식을 맛있게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고춧가루를 빻아서 양념으로 사용했다. 

이런 양념문화는 세계음식 발달의 핵심인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느냐’의 기본방향과 일치한다.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기본 철학에 입각해 수많은 노력을 하게 된다. 이는 중국과 일본과  확연히 다른 음식문화이다. 풀은 마늘, 파, 고춧가루, 간장(고추장)을 기본으로 한 양념에 무쳐서 바로바로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이 김치의 원형인 ‘겉절이’이다. 

인간의 또 하나의 욕심은 지금 만들어 먹는 음식을 나중에도 먹을 수 있길 바란다는 점이다. 양념으로 무친 김치(당시에는 현재의 겉절이형태와 김치를 구분하지 않고 불렀을 것임)는 한나절이 지나가도 며칠이 지나도 무슨 냄새는 나는 데 먹어도 배탈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현대과학으로 보면 자연 발효가 돼 우연한 결과로 김치가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김치를 담가 먹으면 맛도 훨씬 좋아지며 며칠 더 오랫동안 두고 먹어도 배탈이 나지 않고 오히려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건 쉽게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다. 김치는 우리 음식 문화에서 고조선 이전부터 우리나라의 지리적 환경과 농경학적인 특성 때문에 우리 민족이 먹고 살아가려면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할 수밖에 없는 필연이었다. 김치의 탄생은 기술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놀라울 만한 지혜의 결집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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