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김치․밥, 원료가 우리 농산물이었기에 우리 문화가 됐다
[오피니언]김치․밥, 원료가 우리 농산물이었기에 우리 문화가 됐다
  • 권대영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농수산학부장
  • 승인 2024.02.02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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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 역사는 그 나라의 지리적 농경학적 기반에 기인

지난번(1154호) 기고문에서 “세계 모든 나라의 전통 음식 발달은 다른 나라에서 기술이나 지식을 들여와서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이나 나라의 지리적 농경학적 특이성을 바탕으로 많은 지혜가 쌓인 끝에 우연한 발견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특히 발효음식이 그렇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따라서 김치의 기원, 역사를 한자책이나 중국 역사책에서 찾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고 그러한 시도는 우리 음식을 폄하하려는 대단히 잘못된 인식에서 기인한 것이다. 또한 위의 문헌들을 인용함으로써 그들이 현학자임을 과시하려는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김치는 우리나라 농업환경과 지리적 환경에서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하면 밥을 잘 먹고 살 수 있을지 생각하며 갖은 노력 끝에 우연한 발견에 의해 탄생한 전통 발효음식이다. 지리적 농경학적 환경으로는 수천 년 전부터 있던 쌀을 주식으로 하는 쌀 문화와 우리나라 농산물 원료인 배추, 무를 중심으로 한 채소 문화, 고추, 마늘, 파, 장 문화가 어우러진 양념 문화 등이 있었기에 탄생한 세계 유일의 문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밥 문화에 대해 먼저 얘기해야 한다. 또한 밥문화를 얘기하려면 쌀의 원산지를 얘기하지 않고는 정확히 얘기할 수 없다. 현대 생명과학의 발달로 쌀의 유전자 분석이 가능해지고 품종의 진화와 변화에 대해서도 과학적으로 규명이 가능해졌다. 유전학적으로 지구상에는 수백 종의 쌀이 있다. 대표적인 품종으로 동남아시아에는 장립종(long grain rice)을 주종으로 하는 밥 문화가 발달해 있고, 동북아시아에는 단립종(short grain rice)을 주종으로 하는 밥 문화가 발달했다. 장립종은 푸석푸석하기 때문에 손으로 먹기에 편리하고 단립종은 약간 찰기가 있어 숟가락을 사용한다. 또한 amylopectin 성분이 상대적으로 많은 찹쌀 성분이 있는 벼의 종류가 있다. 찹쌀은 떡을 해 먹기 좋고 동남아시아에는 찰기 때문에 찹쌀을 연잎이나 바나나 잎으로 싸서 밥을 해 먹기도 한다.

구석기시대에는 우리나라에도 벼가 밭에서 야생으로 자라고 있었고 이를 채취해 생으로 먹다가 토기가 발명된 신석기 시대 이후로는 이를 빻아 밥으로 해 먹었을 것으로 유추한다. 이처럼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에 우리 쌀(단립종)이 있었기에 우리나라와 같은 밥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동남․남부아시아는 장립종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 고유의 장립종 쌀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흔히 우리는 우리나라 농경 문화를 논하면 무조건 쌀, 고추, 배추, 콩 등을 언제 들여왔냐부터 따지니 언제 이후부터 밥 문화, 김치, 고추장이 있었다고 판단한다. 이것은 언제부터인가 지식인층에서 우리 음식 역사를 연구하는 현학적인 패턴이 됐다. 대단히 잘못된 인식이다. 이들은 “쌀이 1~2만 년 전에 남방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장립종이 단립종으로 진화돼 단립종 쌀 문화가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이는 “500년 전 임진왜란 때 멕시코 매운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매콤달콤한 고추로 진화돼 우리 고추가 됐다”는 것과 같다. 이러니 김치 역사가 100년도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우리 고유의 쌀 품종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고유의 밥문화가 형성된 것이고 이에 따른 반찬 문화, 양념 문화가 발전해 우리 고유의 세계 유일 김치․장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우리나라 밥․김치 문화는 역사적으로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토기의 발견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토기의 발달은 결국 장․국 문화로 이어진다. 빵은 밥솥이나 옹기(독)가 없어도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화덕의 발달과 관련 있지만 우리나라는 토기 문화, 장독 문화, 도자기 문화가 우리 음식 문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장 문화, 김치 문화, 젓갈 문화의 역사성을 토기의 발명과 연관 지어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우리나라 음식문화의 고유성을 농경문화, 지리적 특성, 모든 농작물의 특성에 맞춰 연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비과학자들의 문헌적인 조사만으로 인해 김치․고추장 역사, 밥 문화가 심각하게 왜곡돼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더 심각한 것은 일부 학자들도 과학적인 검토 없이 비과학자들의 논리를 따르는 일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유전공학 등 생명과학이 발달한 현재는 우리 김치나 장, 밥문화 역사를 더 이상 비과학적으로 왜곡하기도 어렵고 그런 거짓 주장이 통할 수도 없다. 

이러한 논리적 근거로 보면 지난 호의 글에서 “2만 년~1만 년 전에 남방에서 쌀이 유입되면서 차차 논에서 쌀을 재배해 주식으로 먹는 밥문화로 발달됐다”는 표현은 논리적 검증 차원에서 보면 표현의 오류임을 밝히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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