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외식업체들이 유명 작가들과의 협업을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인기작가와의 콜라보레이션(이하 콜라보)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끌어 올리고 예술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잠재 고객층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작가는 작품을 알리고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할 수 있어 현장에서는 작가와의 협업이 이제 흔치 않은 일이 되고 있다.사진=각사 제공
♯대학생 오유정 씨는 올해 초 이른 새벽부터 수원 스타필드를 찾았다. 아웃백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오픈 기념으로 리미티드 ‘위글위글’ 다이어리 키트를 선착순 300명에게 배포했기 때문이다. 아웃백이 ‘위글위글’과 손잡고 선보인 다이어리는 특유의 색감과 트렌디한 감성이 더해져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새해를 맞아 한정판으로 선보인 아웃백×위글위글 콜라보 기프트 카드 까지 손에 넣은 오씨는 즉시 자신의 인스트그램에 사진을 올렸다.
유명 작가와의 협업을 통한 마케팅은 특유의 감성과 유쾌한 에너지로 MZ세대는 물론 전 연령대에 걸쳐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성공적인 콜라보를 선보인 대표적인 기업으로 코카콜라가 있다. 코카콜라는 매 시즌 다양한 아티스트와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예술가들이 제작한 개성 있는 디자인의 콜라병은 소장 가치가 높다.
코카콜라와 마크 제이콥스가 협업한 콜라보 에디션은 그 희소성과 예술성 덕에 단순한 콜라병을 넘어 수집가들이 대거 존재할 정도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 작가들과 협업한 한정판 굿즈는 소비자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며 매출 상승에 기여한다. 제품에 대한 주목도로 인해 홍보와 이미지 제고는 덤이다.
커피업계와 작가의 협업은 이전에도 활발했었다. 할리스는 2021년 도예가 이혜미 작가와 협업해 ‘시그니처 도자기’ 4종을 선보인 바 있다. 무수한 과정과 인고의 시간이 담긴 시그니처 도자기 머그는 ‘시간성’에 집중해 제작돼 독특한 그립감으로 오랜 시간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예술 작가의 혼이 깃든 작품과 브랜드의 만남은 장기간 브랜드의 고급화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미래의 소비 고객인 젊은 세대들은 기존의 어느 세대보다 작가의 예술작품에 관심이 많다.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이미 사상 최초로 1조 원을 넘겼다. 편의점 음료에서 포장디자인, 매장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작품이 일상속에 스며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SNS의 발달로 개성 강한 작품을 선보이는 아티스트가 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식품․외식업계 ‘그림’을 입다
한솥은 지난해 30주년 기념으로 인기 일러스트 작가 ‘키크니’와 협업해 도시락을 주제로 한 키크니 작가 특유의 감성과 유머를 담은 인스타툰과 스티커를 선보이며 MZ세대와의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프랑스의 명품와인 샤또 무통 로쉴드는 1945년부터 매년 와인 라벨을 유명 예술가의 그림으로 장식하고 있다. 2013년 이우환 화백의 그림이 빈티지 라벨로 소개되기도 했고 이후에도 샤갈, 피카소, 키스 해링턴의 그림을 와인 라벨로 제작하고 있어 대표적인 해외 고급마케팅 전략으로 손꼽히고 있다.
식품업체들은 유명 화가의 명화를 적용한 신선한 패키지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상으로 사용하는 제품에 유명 화가의 명화를 덧입혀 고급스러움과 새로움으로 제품 이미지를 환기시켜주기 때문이다.
농심은 신라면건면 패키지 디자인으로 20세기 대표 화가 앙리마티스 작가의 작품 ‘한 다발’ 그림을 채택했고 오뚜기 진라면은 30주년 스페셜 에디션으로 호안미로의 작품이미지를 사용했다.
우유팩에 명화를 디자인 해 친근감을 준 추억의 ‘덴마크 우유’처럼 식품업체들은 유명화가의 작품으로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저작권법 상 70년이 지나면 저작권이 사라져 쉽게 작품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도 있지만 식품업체가 명화를 사용하는 이유는 자사의 제품을 다른 제품과 차별화 하고 예술작품이 가진 긍정적인 이미지가 제품에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간을 콜라보 하다
투다리 매장에는 독특한 포토존이 있다. 바로 ‘투다리×이사라 ZONE’이다. 매장을 찾는 MZ세대들은 이곳에서 이사라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는다. 이사라 작가는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종이 인형과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아 사랑스럽고 감성적인 캐릭터 그림으로 유명하다. 매장 내 직원들도 컬렉션이 프린팅 된 티셔츠와 앞치마를 착용해 MZ세대 고객과의 친밀함을 높이고 있다. 컬렉션 작품을 담은 텀블러, 피크닉 돗자리, 다이어리, 일회용 카메라 등의 굿즈도 출시했다.
투다리 관계자는 “이번 이사라 작가와의 협업은 MZ세대에게 투다리를 재밌고 즐길 수 있는 외식문화공간으로서 다가가고자 기획하게 됐다”며 “최근 리뉴얼된 투다리 가맹점들이 새로운 분위기로 MZ세대와 가족 동반 고객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협업으로 인한 변화도 매우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마트24도 지난해 ‘크리에이터 작업실’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팝업스토어에는 MZ세대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가제로신, 이민진 작가가 참여했고 팝업스토어 내부는 작가들이 실제 작업하는 공간처럼 꾸몄다. 작가들이 사용하는 팔레트, 색연필, 붓 등 작업도구와 함께 구상 과정의 아이디어가 담긴 스케치 흔적 등을 전시해 고객들은 온라인에서만 구입할 수 있었던 작가들의 굿즈를 구입하고 작업실을 구경하는 등 차별화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스타벅스✕‘도도새 작가’ 김선우 작가
스타벅스 코리아(이하 스타벅스)는 예술작품이 가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자사 브랜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올해 초부터 ‘도도새 작가’로 알려진 김선우 작가와 협업한 MD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선우 작가는 실제로 날지 못해 멸종된 도도새를 작품 속에서 풍선이나 다른 수단을 통해 나는 모습으로 그려내며 꿈과 희망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로 청년 세대에게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작가다. 이번 신상품은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 ‘Daydream’, ‘In full bloom’, ‘The wishers’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상품 6종(토트백 2종, 텀블러 2종, 머그 1종, 트레블 텍 1종)이다.
‘도도새 엠브로이더리 라지 토트백’은 도도새가 살았던 모리셔스 섬에서 행복을 꿈꾸는 도도새를 다채로운 색감의 자수로 표현했다. 가방을 사용하는 고객이 작품 속 도도새처럼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디자인했다.
‘도도새 엠브로이더리 트레블 텍’은 원작 속 꽃 대신 스타벅스 컵을 들고 있는 도도새와 주변에 커피 원두를 함께 배치해 스타벅스 에디션임을 강조했다.
‘도도새 엠브로이더리 미니 토트백’, ‘SS 도도새 코나 텀블러’, ‘SS 도도새 밸류 텀블러, ‘도도새 머그’는 코어 그린 색상 등 스타벅스를 상징하는 디자인 요소와 함께 도도새를 표현해 스타벅스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미니 인터뷰| 김범수 스타벅스 코리아 마케팅 담당
▲가장 인기있던 MD 상품은.
=‘도도새 엠브로이더리 라지 토트백’이다. 도도새가 살았던 모리셔스 섬에서 행복을 꿈꾸는 도도새를 다채로운 색감의 자수로 표현 한 토트백은 온라인 스토어에서 빠르게 품절됐다. 스타벅스가 기존에 선보이지 않았던 풀자수 형태의 가방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던 것이 인기 이유다.
▲왜 김선우 작가인가
=김선우 작가는 최근 가장 인기가 높은 아트 작가로 작품 속 도도새를 통해 청년 세대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작가의 메시지에 스타벅스가 공감하며 협업이 성사됐다. 2022년부터 작가와의 협업을 진행하면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작가와의 콜라보를 통해 얻게 되는 효과는.
=스타벅스 MD에 작가의 작품을 표현함으로써 언제 어디서든 MD를 사용하며 작품 속 희망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며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예술로 누구나 작가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개성 있는 작가의 메시지를 스타벅스의 차별화된 상품에 담을 수 있는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앞으로도 지속할 계획이다.
서울장수✕셰퍼드 페어리 그라피티 아티스트
주류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막걸리 브랜드 ‘서울장수’는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그라피티(graffiti)아티스트 셰퍼드 페어리와 손잡고 ‘서울장수×오베이’ 스페셜 굿즈를 선보이고 있다. 오베이는 작가의 그라피티 운동을 의류산업으로 확장한 브랜드다. 이번 굿즈 디자인은 장수 막걸리 시그니처 컬러인 그린을 바탕으로 오베이 브랜드의 상징인 ‘아이콘 페이스’를 위트있게 변형해 만들었다. 서울장수 관계자는 “최근 다양한 주종을 찾아 마시는 MZ세대가 늘면서 막걸리를 보다 재밌고 신선하게 경험하도록 협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비맥주 카스는 첫 밀맥주 ‘카스 화이트’를 출시하며 캐릭터 ‘바라바빠(BARABAPA)’로 잘 알려진 팝아트 작가 홍원표 작가와 서울 여의도 IFC몰에서 팝업 쇼케이스 ‘웰컴 투 화이트 캔버스(Welcome to White CANvas)’를 열었다. 홍 작가는 주류업계와 인연이 깊어 전통주 제조업체 ‘술샘’의 창립 10주년 기념 신제품 ‘미르 라이트’의 술병 라벨을 본인의 팝아트 작품으로 제작 하기도 했다. 소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가와 콜라보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제품을 구입한다. 특히 막걸리나 전통주가 낯선 MZ세대들은 이런 다양한 콜라보를 통해 전통주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갖고 자연스럽게 소비계층이 될 것으로 주류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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