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산업은 어느 업종을 막론하고 고객이 최우선이다. 고객이 느끼는 서비스 만족도가 곧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최고의 요소다. 외식업도 마찬가지다. 외식업의 경우 고객과 접할 수 있는 장소는 업장이다.
그 중에서도 이른바 홀이다. 고객이 느끼는 서비스 만족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장 민감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표정에서, 말투에서, 심지어는 숨소리로도 고객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곳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외식업체의 CEO가 되려면 업장, 특히 홀 서빙이라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외식업에 첫 입문을 하는 사람들은 초년병이라는 이유로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회사의 방침에 따라 홀 서빙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홀 서빙(접객 서비스)보다는 마케팅이나 메뉴개발 등 사무직을 원한다.
이같은 성향은 본지가 창간 11주년 특별기획으로 현재 외식 관련 학과를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4년제 대학인 경기대학교와 경희대학교, 세종대학교, 2년제 대학인 한국관광대학과 혜전대학의 외식관련 학과를 전공하고 있는 334명의 학생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직종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312명 중 가장 많은 128명(38.3%)이 마케팅 및 판촉 분야라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조리 분야로 88명(26.3%), 메뉴개발 54명(16.2%), 그리고 서버(접객) 분야는 42명(12.6%)으로 가장 적게 나타났다.
이를 학년제별로 구분해서 분석해보면 2년제의 경우 전체의 41.5%가 조리 파트를 가장 선호했으며 마케팅 및 판촉(19.5%), 서버(15.9%), 메뉴개발(15.2%)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4년제 학생들은 과반수가 넘는 56.5%가 마케팅 및 판촉 분야의 취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메뉴개발(17.1%), 조리(11.8%), 그리고 서버는 가장 적은 9.4%였다.
필자는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서 외식업계에 진출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사고에 거품이 끼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같은 조사결과가 궁극적으로 선택하고자 하는 직무분야이지 처음에는 접객 서비스뿐만 아니라 주방에서 설거지라도 하겠다는 생각이 전제된 것이라면 걱정할 바 아니지만 힘든 일은 기피하고자 하는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한국 외식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하고 싶다.
고객 접점에서 고객의 불만이 무엇인지,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몸으로 체험하지 않고서 무슨 마케팅이나 판촉 전략을 짜고 메뉴개발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사람 사는 모습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시장 통에 가봐야 하고, 기자가 현장감 있는 생생한 기사를 쓰려면 현장에 있어야 하듯이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고객 접점 지대에서의 경험이 생명이다. 홀 서빙은 아르바이트생이나 하는 일이고 명색이 대학에서 외식을 전공한 사람은 전공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이번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와 병행해 외식업체들의 인사담당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알아 봤다. 이들은 한결같이 “서비스업은 고객을 접대하는 업인만큼 부서를 불문하고 서비스 마인드가 기본이 돼야 한다”면서 “채용이나 근무평가 시 ‘인성’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힌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비스 마인드는 생각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몸으로 체험을 할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외식업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장차 외식업체를 직접 경영하는 것이 꿈이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밑바닥부터 경험하겠다는 자세로 철저하게 낮은 데로 임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본지 창간 11주년 특별 좌담회에서 어느 토론자가 외식업계 인력난과 관련해 “모두들 사장만 되려고 하지 어렵고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는 의식이 문제”라고 한 말이 아직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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