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업급여 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최저임금의 80%까지 지급하는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한편 수급 자격도 대폭 강화하는 방안까지 폭넓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업자를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으로 만들어진 실업급여 제도가 오히려 실업을 부추기는 한편 근로의욕을 떨어뜨려 실업자만 양산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 실업급여 제도를 악용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나 제도 본연의 취지는 사라지고 오히려 이직을 부추기고 인력난을 배가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올해 주 40시간 근무할 시 받을 수 있는 최저임금은 201만 원인데 반해 실업급여 하한액은 80% 선인 185만 원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이들은 각종 세금과 보험료, 교통비 등을 제외하면 185만 원보다 적은 금액을 받게 된다. 다시 말해 일해서 받는 급여보다 실업급여로 받는 금액이 더 많은 기현상이 이뤄지다 보니 굳이 취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업급여는 눈먼 돈… 부정수급 꼼수 만연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꼼수가 성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간만 근무하겠다는 꼼수로 실업급여 중독에 걸린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채용 시 작성하는 근로계약서의 계약기간을 1년이 아닌 7~8개월만 요구하거나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직하면서도 회사에 권고사직으로 처리해 달라고 떼를 쓰는 직원도 있다. 6개월마다 직장을 전전하고 실업급여를 반복해서 받는 수급자도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실업급여를 탈 수 있는 기간만 근무하고 실업급여를 타기 위함이다.
실업급여를 지속해서 받으려면 지역 고용센터에서 지정한 날에 ‘실업 인정’을 받아야 한다. 실업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제출했다거나 면접을 봤다는 증거를 제출해야 하지만 거짓으로 제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막상 기업이 이력서를 받고 면접하려고 연락을 취하면 10명 중 2~3명 만 면접에 응하거나 설령 입사를 할 수 있어도 일부러 취업을 기피하는 사례도 흔하다. 이러다 보니 젊은이들 사이에 실업급여는 눈먼 돈(?)이며 이를 수급받지 못하는 이들은 바보 취급당할 정도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으로 찾아낸 금액만도 268억7000만 원으로 2018년 부정수급액 196억2000만 원 대비 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급여를 타기 위한 꼼수가 만연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업급여 개혁 더 이상 미뤄서는 안돼
실업급여는 실업으로 인한 생계 불안을 최소화하고 실업자의 구직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실업급여 제도는 본래의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다.
물론 실업급여 제도가 개편될 경우 불이익을 당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지난달 실업급여로 지급된 금액은 1조24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688억 원) 늘었으며 신청자는 8만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2000명) 증가했다. 실업급여 지급이 증가하는 만큼 취업자 수가 증가한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실업급여는 크게 증가하는데 취업자가 늘기는커녕 실업자만 더욱 증가한다면 이는 반드시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실업급여 제도를 만든 취지가 변질돼 실업급여 중독자만 양성된다면 더욱 개혁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실업급여로 매달 1조 원 넘는 거액이 지출되면서 고용보험기금마저 고갈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면 실업급여 제도의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고용보험의 안정성이 무너지면 정작 실업급여를 받아야 하는 이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최근 실업급여 개혁에 소극적인 태도로 바뀌는 분위기다. 이유는 정치논리로 실업급여를 대하기 때문이다. 실업급여 개혁은 결코 정치논리로 풀어서는 안된다. 일부 노동단체와 야당의 강한 저지가 있다해도 위축되지 말고 실업급여 개혁은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