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산업진흥법 제정 의미ㆍ전망ㆍ과제
식품산업진흥법 제정 의미ㆍ전망ㆍ과제
  • 김병조
  • 승인 2007.11.2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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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과 함께 ‘당근’도 준다, 식품행정 이원화 큰 의미
식품외식산업 육성을 위한 ‘식품산업진흥법’이 제정됨에 따라 국내 식품외식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그동안 정부의 지원책 하나 없이 자생적으로 성장해온 식품외식업계로서는 피부에 와 닿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번 식품산업진흥법 제정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며, 또 이에 따른 변화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본지는 식품산업진흥법 제정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향후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이며, 또 정부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등을 집중 조명한다.

어떤 의미를 갖는가

‘안전관리’·‘산업육성’ 주무부처 명확히 구분

식품산업진흥법 제정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식품행정이 ‘안전관리’와 ‘산업육성’으로 이원화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식품위생법에 근거해 규제만 하는 행정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하자면 ‘당근’은 없고 ‘채찍’만 존재했던 것이다. 그동안의 식품정책은 ‘규제를 강화해 식품의 안전을 소비자가 기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곧 산업을 진흥하는 것’이라는 논리에 입각해 전개돼 왔다. 식품위생법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의 논리였다.

그러나 이같은 논리는 영세하고 취약한 산업구조를 가진 국내 식품외식업계에는 통하지 않았다. 규제를 아무리 강화해도 식품안전사고는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식품외식산업을 육성해야 할 필요성을 통감하고 지난해 식품 안전관리는 ‘식품안전처’를 신설해 일원화 하고, 농림부와 해수부 등 생산부처에서는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토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었다. 식품정책을 이원화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고, 그 결실이 식품산업진흥법 제정으로 나온 셈이다.

식품산업진흥법 제정이 갖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는 산업육성을 위한 주무부처가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식품관련 법령의 소관부처가 8개 부처로 분산돼 체계적인 산업육성 정책이 불가능했다. 특히 그동안 주무부처 역할을 해온 복지부와 농림부 간에는 적지 않은 갈등과 마찰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법률의 제정으로 식품외식산업 육성업무에 관한한 농림부가 주도권을 갖게 됐다. 법률 제4조에 ‘농림부장관이 식품산업의 진흥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식품산업의 진흥 등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ㆍ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제5조에서는 ‘식품산업의 진흥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농림부장관 소속으로 식품산업진흥심의회를 둔다’고 규정한 것이 이를 상징한다.

이와 함께 법률 제6조(다른 법률과의 관계)에서 ‘식품산업 진흥 및 농업의 연계강화 등에 관해서는 다른 법률에서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함으로써 식품외식산업 육성과 관련해서는 식품산업진흥법이 모법의 성격을 지님을 명확히 하고 있다.

식품산업진흥법 제정은 또 농림부의 식품외식산업 관련 예산의 확보가 용이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법적근거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농림부가 아무리 식품외식산업을 육성하고자 해도 기획예산처에서 예산배정을 해주지 않아 난감한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다.

특히 농림부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개정된 ‘농업ㆍ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에서 식품외식산업 육성을 농업정책의 주요한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어 119조 투융자 사업의 수정 등을 통해 식품외식산업 육성을 위한 예산은 큰 폭으로 증액될 전망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국내농업과 연계 강화 업체에 큰 혜택 주어질 듯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날 변화는 농업과 식품외식산업 간의 연계가 강화된다는 것이다. 식품산업진흥법의 제1조(목적)에서 ‘이 법은 식품산업과 농업 간의 연계강화를 통해 식품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식품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 다양하고 품질 좋은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3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식품산업과 농업 간의 연계를 강화하고 식품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데 필요한 시책을 수립ㆍ시행하고, 시책을 추진함에 있어 필요한 법제 및 재정에 관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로 돼있다.

식품외식산업과 농업의 연계를 전제로 할 때 각종 지원과 혜택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식품제조ㆍ가공업이나 외식업 등에서 우리농산물의 소비를 확대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농업도 살리고 식품 및 외식업도 발전시키는 윈윈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취지에서 법률 제13조(계약거래 등 교류협력사업의 증진)는 농업 생산자 또는 그 단체와 식품사업자가 식재료의 계약생산ㆍ계약공급 등을 위한 교류협력 약정을 체결하는 등의 교류협력사업을 장려하고, 이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하나 예상되는 변화는 시장에서 우수식품과 그렇지 못한 식품이 확연히 구분되도록 함으로써 식품의 품질향상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법률 제20조(식품의 산업표준인증)에서 ‘농림부장관은 식품산업의 표준화를 촉진하고 식품의 품질향상 및 소비자의 권익 증진을 위해 식품의 산업표준인증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통식품과 유기가공식품 등에 대한 품질인증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정부가 우수식품에 대해서는 인증마크를 부여함으로써 시장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식품을 구매하고자 할 때는 인증표시가 된 식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해놓고 있다.

이와 함께 농림부의 명칭 변경과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예상된다. 농림부의 명칭변경은 이미 유력한 대선 후보들이 ‘농업식품부’ 또는 ‘농업농촌식품부’ 등으로 바꾸겠다고 공약으로 내세우기까지 한 사안이라 새 정부 초기에 변경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식품산업진흥법의 제정이 그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조직개편은 ‘농산물유통국’을 ‘농산물유통식품산업국’으로 바꾸고 산하에 ‘식품기획과’와 ‘식품진흥과’를 두는 방향으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이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상태다. 나아가 농림부의 명칭이 ‘농업식품부’ 등으로 변경될 경우에는 전면적인 조직개편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해결할 과제는 무엇인가

유관부처 협조·민관협력 체계 구축해야

식품산업진흥법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만사형통하는 것은 아니다. 법률제정은 식품외식산업 육성을 위한 그 첫 단추에 불과하다. 법적근거 위에서 좋은 정책이 개발되고, 그 정책이 원활하게 추진되려면 관련 부처와의 협조체계와 민간업체와의 협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만만치가 않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부처간의 협조체계 구축이다. 특히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으로부터의 협조가 제대로 이뤄질지가 의문이다. 두 기관은 농림부가 식품산업진흥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번 법률 제정이 정부입법으로 하지 못하고 의원입법으로 이뤄진 이유도 복지부의 반대 때문이었다. 그랬던 복지부와 산하 식약청이 과연 어느 정도로 협조해줄 것인가가 관건이다. 어쩌면 협조보다는 오히려 방해를 놓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농림부에서는 식품외식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데 복지부와 식약청에서는 교묘히 규제를 강화하면서 보이지 않게 훼방을 놓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유관부처와의 협조체계를 잘 구축해내는 일, 그것이 농림부가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민간업체와의 협력관계다. 특히 (사)한국식품공업협회나 (사)한국음식업중앙회와 같은 민간단체와 어떤 관계를 갖고 어떻게 상호 협력해나갈 것인가가 농림부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다. 식품공업협회는 식품제조ㆍ가공업을 대표하며, 음식업중앙회는 외식업을 대표하는 단체다. 그러나 이들 단체는 모두 보건복지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식품위생법에 근거한 법정단체다. 좋든 싫든 농림부가 추진하는 식품외식산업 정책과 관련해서는 복지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업체들 입장에서는 농림부가 식품외식산업 육성을 위해 각종 혜택을 준다고 하지만 안전관리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복지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자칫하면 농림부가 추진하는 각종 산업육성 정책이 겉돌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이 힘을 받으려면 법적근거의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민간단체의 협력이 있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민간단체와의 협력관계 조성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이번에 제정된 식품산업진흥법에도 사업자단체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기존의 식품공업협회나 음식업중앙회가 존재하는 한 빠른 시간 내에 새로운 사업자단체가 결성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농림부가 복지부에 소속돼있는 기존 사업자단체들과 어떤 협력관계를 형성해 내느냐 하는 것도 식품산업진흥법 제정의 본래 취지 및 목적 달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김병조 기자 bjkim@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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