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일본 외식업계 전망
2008년 일본 외식업계 전망
  • 김병조
  • 승인 2008.02.0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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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지 않는 단순함, 소박함' 가치를 인정받는다
新건강트렌드 '맛있는 음식을 즐겁게 먹자'
지난해 유난히 식품위생사고가 잦았던 탓에 자존심이 무너진 일본의 식품외식업계. 이로 인해 최근 일본의 소비자들이 식품외식업계를 바라보는 눈은 곱지가 않다.

여기에 불투명해진 경기에 대한 불안까지 더해져 소비자들의 식품과 외식을 선택하는 기준이 크게 달라지는 등 업계에는 이상기온이 감돌고 있다. 즉 소비자들은 유명브랜드나 가격상승의 원인이 되는 과도한 서비스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외면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부터는 '꾸미지 않는 단순함과 소박함'이 화두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식품위생사고로 얼룩진 2007 일본외식업계

지난해 1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 '후지야'가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원료로 사용한 것이 발각돼 회사가 아예 문을 닫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 것을 시작으로 일본에서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식품위생사고가 연이어 터져 나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닛케이레스토랑이 지난달 소비자를 대상으로 외식업소에서 시행하고 있는 식품의 유통기한과 원산지표시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78.7%가 '거의 모든 점포에서 많든 적든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고 부정적인 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소비자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외식업계는 지난 2006년을 기점으로 외식시장이 점차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었으나 지난해 잇따른 사고로 인해 하반기에는 다시 매출하락 폭이 커지기 시작한 것으로 일본푸드서비스협회는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설상가상 원자재가격의 상승과 심각한 인력부족 현상 등으로 일본 외식업계의 미래는 또다시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혼돈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008년 일본외식업계 키워드는 '단순함과 소박함'

일본소비자들은 믿었던 유명브랜드 외식점포에서 연이어 위반사례가 적발되자 더 이상 유명브랜드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이는 현재 일본의 전반적인 소비경향과 맞물려 2008년 외식업계에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것에 가치를 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필요이상으로 화려한 인테리어나 과도한 서비스로 고객을 현혹시키는 것이 아닌,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적정한 현실적인 가격으로 구매하고 싶다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급속히 번져가고 있다.

최근 한 소비자단체에서 소비의식에 관해 묻는 설문조사에서는 '소박한 것이 좋다'는 답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잡해진 현대사회가 잃어가고 있는 소박함과 단순함, 손으로 직접 만든 느낌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고 답한 응답자가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는 사실을 외식업계에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최근 일본외식업계에서는 겉치장보다는 음식자체에 정성을 들인 외식브랜드나 점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에 한 외식컨설턴트는 “최근 소비자들은 외식점포에 있어 화려한 인테리어는 오히려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음식에 있어서도 어떤 식재를 사용했는지 알기 쉽고, 과도한 기교를 부리지 않은 소박한 음식이 좋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컨설턴트는 또 “사실 그동안에도 번성하는 점포에서 고객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 순위에 창작요리가 들어 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요즘은 더더욱 국적 없는 창작요리보다 재료 자체의 맛을 그대로 살린 순수한 맛의 음식이나 항상 먹어 온 음식이지만 가정에서는 좀처럼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없는 메뉴가 고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은 좀처럼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한편 최근 몇 년간 지속돼 온 건강지향의 트렌드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예를 들면 한 번 먹을 때 맘껏 먹을 수 있는 양이 나오는 ‘빅사이즈’ 메뉴가 지난해 일본 외식업계를 강타한 것이다.

지금까지 건강식이라는 개념은 어떤 식재를 사용하는가와 많이 먹지 않는 ‘소식’ 정도로 인식돼 왔으나, 빅사이즈의 메뉴가 출시되면서 만복감을 느끼고 싶다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데서 오는 만족감도 일종의 ‘건강식’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소비자들 사이에 급격히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외식의 원래 목적이 ‘건강을 위해 먹는다’가 아니고 ‘맛있는 음식을 즐겁게 먹는 것이 몸에 가장 좋다’는 인식이 외식업계의 새로운 건강지향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한 단순함을 지향한다는 것은 ‘저가격 지향’과 직결될 수 있다. 경기가 불안한 상태에서 고객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는 것은 당연한 현상. 따라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맛있고 저렴한 것이 제일’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되살아나고 있다.

닛케이레스토랑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앞으로 어떤 음식점이 늘어나면 좋겠는가’라는 질문에 ‘가격이 저렴한 음식점’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 20.3%로 가장 많았으며, ‘야채를 많이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이 15%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외에 ‘가정요리를 먹을 수 있는 음식점’, ‘자연식 전문음식점’, ‘지방특색요리 전문점’, ‘식재 산지가 정확히 표시되는 음식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단순히 가격만 저렴하다고 고객들이 찾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테리어나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해서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하며, 그 노력이야말로 고객의 발길을 끌어 들일 수 있는 최고의 마케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외식업계 발목 잡는 식재가격상승과 인력부족현상

세계적으로 원유가 상승을 비롯해 대두, 옥수수 등 곡물가격이 치솟고 있는 현상과 관련해 일본에서도 지난해부터 전품목에 걸쳐 식자재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18년만에 맥주 가격이 인상되는가 하면 마가린은 21년만에, 우유는 30년만에 가격이 오르는 등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가격인상 현상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올해 외식업계도 가격경쟁에 대한 전략을 신중히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일본맥도날드는 지난해 8월 메뉴 전반에 걸쳐 평균가격을 올렸으며 스카이락은 9월, 가스트도 거의 모든 메뉴의 가격을 10엔씩 이미 인상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소비세율까지 인상할 조짐이 있어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인상 폭은 더 커질 것이며, 향후에는 외식점포에서도 2차 가격인상을 단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어서 외식업계의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

한편 인력부족 현상도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07년 11월 현재 노동경제동향조사를 보면 음식점, 숙박업의 경우 노동부족현상이 아르바이트까지 포함하면 47%로 나타나 전 업종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르바이트의 시급도 계속 상승하고 있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시급 1600~2000엔을 주고도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따라 외국인 인력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닛케이레스토랑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음식점에서 외국인이 근무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0.7%가 ‘일본인이든 외국인이든 전혀 상관없다’고 답해 언어와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만 갖춰진다면 외국인 채용이 인력난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2008년 히트예감 컨셉트

1. 소박하지만 정갈한 일상적인 메뉴를 제공하는 이자까야

점포인테리어도 요리도 심플하다. 어떤 식재를 사용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고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보통의 요리’를 정성들여 내 놓는 점포가 인기.

2. 천연색소를 얹은 카레전문점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카레에 천연재료로만 만드는 다양한 색깔의 고명을 얹어 제공함으로써 식욕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7종류의 카레를 주메뉴로 제공하고 있는 카레전문점 ‘COLORS'는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건강식이라는 이미지로 고객들이 부담 없이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3. 불필요한 조미료는 사용하지 않는 찜요리전문점

기름과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식재 본래의 맛을 최대한 살린 찜요리전문점 ‘MUSMUS’.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다.

4. 야채 듬뿍 건강식의 대명사 ‘한국요리전문점’

동경의 한복판 긴좌에 위치한 한국요리전문점 ‘개나리’도 건강식 이미지로 여성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야채요리를 중심으로 20여종류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맛있고 신선한 요리를 제공하기 위해 개나리에서는 군마현과 계약재배를 통해 당일 사용할 야채는 전날 밤에 입고시키는 등 재료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남다르다.

5. 가격으로 승부한다

‘안전, 안심 여기에 저렴한 가격까지’를 컨셉트로 운영되고 있는 야끼니꾸전문점 ‘安安’. 이 집에서 가장 비싼 요리는 490엔. 주메뉴인 갈비와 로스고기는 100g에 290엔. 샐러리맨과 가족고객까지 고객층이 다양하며 주말에는 1시간 이상을 기다리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6. 地産地消(지산지소)를 지킨다

자체적으로 농장을 운영, 직접 생산한 재료를 요리에 사용하는 경우나 그 지방의 식재를 적극적으로 메뉴에 적용하는 등 신토불이를 기본 컨셉트로 하는 외식점포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삿뽀로시에 위치한 ‘하찌쿄’는 생선요리전문점. 이 곳의 종업원 모두가 직접 배를 타고 선원들과 친분을 쌓아 온 덕분에 다른 곳에서는 흔히 접할 수 없는 삿뽀로에서만 먹을 수 있는 생선을 구입, 특별요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지연기자 p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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