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산업 육성정책 ‘딜레마’
식품산업 육성정책 ‘딜레마’
  • 김병조
  • 승인 2008.05.15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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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업계, 농-식 연계강화 동상이몽
식품안전관리 행정체계 미비도 걸림돌
정부가 식품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농업과 식품산업을 동반 성장시킬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식품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식품산업과 관련된 농민과 식품업체, 소비자 등 3주체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는데다가 식품안전관리 행정체계의 미비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식품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배경과 접근방식에 대한 시각차가 크다. 식품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당위성에는 대체로 공감을 하고 있지만, 왜 식품산업을 육성해야 하는지, 그리고 누구를 위해 식품산업을 육성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에 차이가 크다.

농민들은 농업을 살리기 위해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식품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반면, 현실적으로 농업과의 연계성이 별로 없는 식품제조업체들 입장에서는 농업과의 연계보다 식품산업 자체를 우선 육성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소비자단체들은 모든 식품산업 육성정책은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책을 추진하는 농식품부 입장에서는 이러한 3자의 이해관계 충돌을 없앨 수 있는 정책개발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이같은 의견 충돌은 지난 14일에 열린 ‘농식품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방향과 과제’ 정책 토론회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 토론회에서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은 ‘식품산업의 현황과 정책과제’ 주제 발표를 통해 “식품산업과 농업간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품목별로 생산, 유통, 가공, 외식을 총괄하는 공급사슬(supply chain)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농식품부의 품목 담당 부서는 과거처럼 생산지원에만 한정하지 말고 유통, 가공, 외식을 포괄하는 정책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환 원장은 “생산자와 생산자단체, 유통업체, 가공업체, 외식업체 등이 포괄적으로 참여하는 품목위원회를 설립해 품목별 발전대책은 물론 공급사슬의 단계간 연계성 제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또 “생산자 조직이 유통, 가공, 외식 등에 참여하는 것은 국내산 농산물 수요를 견인하는 전략으로서 의의가 크다”며 “농협과 영농조합법인과 같은 생산자조직의 식품산업에 대한 전방통합(forward integration)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곽노성 연구원은 “우리농산물 시장 확대 차원에서 식품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전략은 식품업계 입장에서 볼 때 식품산업이 발전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농산물 사용 의무화’라는 새로운 규제를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노성 연구원은 “식품산업의 수입 원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현실에서 농업과 식품산업의 진흥을 함께 추구하는 것은 자칫 ‘우산장수와 소금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와 같은 딜레마에 빠질 우려가 있다”며 “오히려 식품산업의 발전을 우선 도모하고 커진 파이 속에서 우리농산물 시장을 찾아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식품안전관리 행정체계의 개편이 지지부진한 것도 농식품부가 식품산업 육성정책을 추진하는 데 적지 않게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농업과의 연결고리가 별로 없는 식품업계로서는 식품의 안전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이며,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식품산업 육성을 담당하고 있는 농식품부보다는 안전관리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복지부 쪽으로 ‘몸과 마음’을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농식품부로서는 산업육성과 안전관리 정책이 이원화 돼 있는 상황에서 산업육성에 포커스를 맞추다가도 안전문제가 이슈로 부각되면 산업육성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가 날까봐 멈칫하게 되고, 산업육성을 위해 제도개선이나 규제완화를 추진하려고 해도 소관 업무가 아니다 보니 마음만 있지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농식품부가 국내 농업과 식품산업의 연계를 강화해햐 할 부분은 선택해서 집중 지원을 하고, 식품산업 자체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해외진출 등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쪽으로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식품안전관리 행정체계도 장기적으로는 농식품부로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우선 어떤 형태로든 교통정리가 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병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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