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개선 전제조건은 급식비 현실화
질적개선 전제조건은 급식비 현실화
  • 관리자
  • 승인 2008.06.03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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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정책위원회’ 설치, 범정부 차원 접근 필요
학교급식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질적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직영이냐 위탁이냐의 운영방식 논란을 떠나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효율적인 학교급식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범정부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와 함께 학교급식의 기본취지와 개념부터 바로 정립돼야 한다는 따가운 비판의 소리도 있다. 바람직한 학교급식, 어떤 대안들이 있는지 짚어 봤다.

특수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서울시내 한 고등학교의 급식실. 국내 대부분의 학교가 급식실을 지하에 두고 있기 때문에 통풍이 잘되지 않아 항상 눅눅하고 불쾌한 음식냄새가 배어 있는 경우와는 달리 이 학교의 급식실은 2층에 널찍하게 자리 잡고 있어 우선 밝고 상쾌하다.

점심시간이 되자 깔끔하게 마련된 자율배식대에는 한 눈에 봐도 신선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음식들이 푸짐하게 놓여진다. 오늘의 메뉴는 팥밥에 소불고기, 해물파전, 깻잎찜, 가지나물, 배추김치. 디저트로는 참외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져 한 켠에 준비돼 있다.

불고기의 재료는 한우를 사용했으며, 야채 중 잔류농약이 특별히 신경 쓰이는 깻잎은 친환경농산물이다. 학생들은 주메뉴인 소불고기는 물론, 본인의 기호에 맞는 음식을 맘껏 골라 먹을 수 있으며 음식양도 스스로 조절한다.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는 학생들은 탄수화물은 줄이고 단백질과 비타민을 충분히 보충하기 위해 밥은 조금만 먹고 불고기와 과일을 양껏 섭취함으로써 만복감을 느낀다.

이 학교의 순수식재료비는 3700원. 우유값과 인건비, 관리비를 합하면 한 끼 급식비가 5000원을 훌쩍 넘어선다. 급식비는 전액 학부모 부담이다. 일반 중고등학교의 한 끼 평균급식비가 2500원에서 3000원 사이인 것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수준이다.

학생식당 운영은 교육청에서 배치한 영양교사와 학부모회에서 전적으로 맡고 있다. 학교는 급식비를 받아서 집행하는 단순한 역할만 수행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은 국내에서는 드문 경우다. 학부모들의 100% 동의와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시행하기 힘든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 학교 영양교사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하루 세 끼를 모두 학교에서 해결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영양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한창 자라나는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 학부모들의 협조로 진정한 의미의 급식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나라 대부분 중고등학교의 급식현실은 앞서 소개한 학교와는 사뭇 양상이 다르다. 지하 한 쪽에 마련된 칙칙한 분위기의 급식실 조차도 공간이 없어 교실로 배달급식을 하는 학교가 더 많다.

벌크형태의 운반차로 교실로 옮겨지는 음식은 온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양도 제한돼 있다. 비교적 고가의 식재료비가 들어가는 고기·생선류의 주메뉴는 갯수나 1인분 양이 정해져 있어 학생들이 더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다. 성장발육이 가장 왕성하게 일어나는 청소년들에게는 질적·양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것이 오늘날 학교급식의 현주소다.

학교관계자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학교급식의 질적개선을 위해서는 ‘급식비 현실화’가 가장 시급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급식비를 현실화시키는 방법에 있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 학교급식 전문가는 학교급식의 개념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급식은 복지차원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가지고도 먹을 수 있는 것이 학교급식이어야 한다”면서 “가장 저소득층의 자녀도 다른 자녀들과 똑같은 급식을 제공받아야 하므로 기본적인 급식비 외에 발생하는 비용은 당연히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학교급식에는 ‘아이들은 국가에서 제대로 키워야 한다’는 기본개념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이 전문가는 또 “학교급식 수준을 보면 그 나라의 국가수준을 알 수 있다”며 “프랑스의 경우 학부모의 소득을 A부터 E까지 세밀하게 등급별로 구분해 소득이 높은 학부모가 소득이 낮은 학부모보다 급식비를 더 내지만 아이들은 똑같은 급식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화 돼 있다”고 선진국의 예를 구체적으로 들었다.

그러나 정작 관련부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급식비를 국가차원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하는 숫자도 만만치 않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 교육기관 관계자는 “최근 각 지자체에서 친환경급식을 지원하겠다며 앞다퉈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과연 급식에 들어가는 수많은 식재료 중 몇 가지나 친환경농산물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며 “확실한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우선 발표하고 보는 지자체의 무책임함도 학교급식이 표류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급식비는 원칙적으로 학부모가 부담하되 정부가 시설 지원을 일괄적으로 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으며, 지자체 차원에서는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해 농촌직거래나 계획생산 등을 활성화시켜 학교급식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교육부에서 전담하고 있는 학교급식 업무를 범정부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 업무는 학교급식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정해진 예산으로 학교급식을 지원하기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관련되는 여러 기관에서 각 부처의 업무에 해당하는 부분에 지원을 한다면 교육부의 부담은 줄고 학교는 보다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학교급식을 국민보건 및 영양 차원에서 본다면 보건복지가족부 업무와 관련이 있으며, 우리농산물을 학교급식에서 적극 사용하게 함으로써 지산지소(地産地消)를 실현하고 농가를 살릴 수 있는 계기로 삼는 식재수급 측면에서 본다면 농림수산식품부, 청소년들에게 우리전통음식을 접하게 하고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켜나간다는 면에서는 문화관광부도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이를 총괄할 수 있는 학교급식정책위원회(가칭) 같은 학교급식행정 전담기구를 총리실 산하에 두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학교급식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친환경농산물 사용만으로는 부족하다. 앞에서도 정부관계자가 지적한 바 있지만 친환경농산물 사용은 급식에서 사용하는 식자재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하고 질 좋은 일반 식자재 선별능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급식현장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효율적인 유통시스템 정착과 함께 국가가 공인하는 학교급식식자재전문회사를 설립하는 등 인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친 후 신뢰할 수 있는 식자재전문회사를 다양한 업태별로 만들어 학교에서는 선택만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가장 의견이 대립되고 있는 학교급식 운영방법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학교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학교급식법 개정에 따라 오는 2009년까지는 모든 학교가 급식을 의무적으로 직영화 해야 하는 시점에서 ‘과연 직영전환만이 대안인가’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급식을 직영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데다가 정부의 지원이 없는 한 상황이 현재보다 호전된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전문성의 결여도 우려되는 사항 중 하나다.

이러한 가운데 위탁과 직영의 절충형을 제안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운영은 전문가인 위탁업체에 맡기고 식자재 조달은 학교에서 직접하는 형태를 말한다. 이 경우 식자재 구매에 관한 노하우와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가 학교에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학교급식 관리 전반을 책임지고 수행할 수 있는 ‘학교급식 관리사’ 제도의 도입도 검토해 볼만 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위탁을 맡기되 일정한 수수료를 위탁업체에 지불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위탁급식이 불신을 받아 온 이유는 위탁운영을 맡기는 학교와 업체 사이에 이윤과 관련된 신뢰와 믿음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해 나온 대안이다.

박지연 기자 pjy@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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