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부활, 유통개혁이 지름길
전통주 부활, 유통개혁이 지름길
  • 관리자
  • 승인 2008.06.0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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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문화 중에서도 술 문화는 국적과 민족성이 뚜렷한 기호음료 문화이다. 각 민족의 전통주들은 나라마다 특색 있는 술 문화로 정착 발전됐으며 그 민족 나름대로 멋과 맛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오랜 옛날부터 다양한 술을 제조해 왔으며 그로 인해 형성된 술 문화는 우리 선조들의 삶을 한결 풍요롭게 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이렇듯 우리 삶 가장 가까이서 함께 해온 우리 전통주는 1907년 조선통감부의 주세령 공포, 1917년 자가 양조 전면 금지 등을 거치면서 급속한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전통주의 맥이 끊기는 단절의 역사를 겪으면서 우리 전통주가 자리하고 있던 주류시장을 차지한 것은 바로 희석식 소주와 맥주. 거대 자본력을 가진 제조업체에서 희석식 소주와 맥주를 취급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 주류시장에서 전통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줄어들었다. 6조 7000억원 규모의 주류시장에서 소주, 맥주, 양주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전체의 95%. 전통주는 3% 정도의 시장규모를 가지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특히 2000년대 이후에는 탄탄한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수입와인이 급성장하고 있어 전통주는 더욱 심해지는 주류 업계의 경쟁 속에서 더욱 소외되게 됐다.

전통주는 우리의 민족문화 콘텐츠임은 물론 관련 농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국민건강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반드시 부활되고 복권돼야할 필요가 있다.

△높은 세율ㆍ엄격한 규제 - 전통주 발전 ‘걸림돌’= 우리 전통주 산업은 현재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전통주의 명맥이 끊어져 시장 내에서 입지가 좁아진 것뿐만 아니라 전통주 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즉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이 자국의 술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전통주를 국세징수의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커 전문 인력의 양성, 기술개발 등 체계적인 육성 노력이 소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 구조와 엄격한 규제제도 또한 존재해 전통주 산업 발전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아울러 대중주 및 수입주류가 저가의 수입곡류를 사용해서 제조되는 것과 달리 전통주는 주로 국내산 원료를 이용해 제조되고 있기 때문에 원가부담이 크고, 제품가격도 올라가기 때문에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전통주 산업이 발전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유통ㆍ판로확보 어려움이 가장 큰 문제= 이러한 문제점들 이외에 전통주 산업이 가지고 있는 큰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전통주 유통과 판로확보의 어려움이다.
주세법 제8조 및 동법 시행령 제9조에 의하면 주류는 주류판매업의 종류별로 시설요건을 갖춰 허가를 받고 정해진 거래 상대방에게만 유통할 수 있다.
그러나 전통주의 경우 판로 문제 해결을 위해 탁ㆍ약주나 민속주, 농민주 등을 취급하는 특정주류도매면허제도를 마련해 특정주류도매업의 시설 및 자본금에 대한 규제를 완화 하는가 하면 거래상대방제한 규정도 완화해 소매상이나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고시’를 제정하고 전통주의 경우 주류제조자가 1인 1회 판매수량 20병 이하로 우체국을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주 판매처 중 특정주류도매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7.4%로, 백화점 및 할인점(27.4%), 직판장 (14.4%), 유흥음식점 (13.9%) 등에 비해 적어 전통주 판로 개척에 큰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우체국을 통한 판매도 소비자들이 택배요금을 부담하면서까지 이용하기에는 취급물량 규모가 너무 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전통주의 통신판매를 취급하는 기관으로 기존 우체국 외에 농협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을 추가하고 판매허용물량 또한 확대해 개별소비자뿐만 아니라 도ㆍ소매상에 대한 통신판매도 가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또한 정부로부터 지정 받은 농어촌지역의 관광시설에서 음식 및 숙박업을 하는 경우 일정규모 이하의 주류에 대해서는 소규모 맥주 제조자처럼 기존의 건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조 및 판매허가에 필요한 시설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제조장과 주점을 겸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 등을 제기하고 있다.

△대기업, 주류시장 독점 구조도 문제=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주류시장의 구조도 전통주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현재 국내 주류시장은 크게 유흥시장과 가정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가정시장은 할인점이나 슈퍼 등을 통해 가정에서 소비되는 시장을 말하며 유흥시장은 주점을 포함한 외식업소를 말한다.
문제는 현재 이러한 주류시장의 대부분을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불합리하고 왜곡된 구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기업 제조업체들이 거대한 자본력과 풍부한 인력을 앞세운 전국적인 유통망을 가지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대기업 주류 제조사는 오랫동안 도매상들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자본력에 바탕을 둔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마케팅활동을 펼치고 있어 영세한 전통주제조업자가 이 틀을 깨고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주류의 주력 판매처인 외식업소에 전통주가 납품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소비자들이 전통주를 접할 기회가 더욱 줄어들게 된다. 대량 소비가 보장되는 판로확보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통주 프랜차이즈 ‘붐’=이런 가운데 전통주 프랜차이즈가 불합리한 시장구조 타파를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마침 새로운 프랜차이즈 아이템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창업 붐이 일어난 전통주 프랜차이즈는 전통주 업체에게는 고정 소비처를 마련해 줌과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전통주를 홍보할 수 있는 창구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가장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는 막걸리를 중심으로 한 프랜차이즈가 많이 확대되고 있으며 업계 관계자는 다른 전통주 프랜차이즈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일시적인 붐으로 전통주에 대한 책임감도 없이 사업적인 측면만을 생각해 따라하기식의 창업을 계속하게 되면 주질의 저하를 초래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우리 전통주의 몰락을 앞당기는 지름길이 되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전통주 산업 협업체계 구축해야=유통 어려움의 해결 방법 중 하나로 또 제시되고 있는 것이 전통주 산업의 협업체계 구축이다.
현재 우리 전통주 산업은 규모의 영세성으로 인해 브랜드 인지도 자체가 낮고 제품의 유통과 판매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들은 우리나라에 어떤 전통주들이 생산되고 있고 어떻게 판매되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별로 여러 개별 제조업체들이 집적돼 있는 경우 공동 브랜드로 통합해 규모화를 이뤄 지역의 향토사업으로 육성함으로써 전통주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또한 공동유통사업단의 설립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윤진원 한국주류문화연구소장은 “견고하게 형성돼 있는 대기업 위주의 주류시장에서 전통주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전통주 전략 유통사업단이 해결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소장은 사업단이 우리 농가의 원료를 대량으로 구매한 뒤 각 제조업체들에게 싸게 공급해 업체들의 원가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제조업체들은 좋은 품질의 원료를 이용해 더 좋은 품질의 전통주를 저렴한 가격으로 꾸준히 생산해 낼 수 있다는 것.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생산된 제품의 유통과 마케팅 활동을 유통사업단에서 전담해서 하게 되면 각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하는 것 보다 더 큰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은 “현재 전통주 제조업체들은 생산자가 제품의 개발, 생산에서부터 마케팅, 판매까지 다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생산자는 좋은 제품의 생산에만 주력할 수 있도록 하고 유통을 전담하는 단체는 따로 마련해 제조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지원과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조업체가 워낙 영세하다 보니 연구개발이나 홍보, 판매 등을 업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여력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에 박 소장은 “각 지방마다 독특한 지역 전통주들이 있다”며 “각 지자체들은 이러한 전통주제품의 육성을 위해 각 지방 전통주업체와 연계해 제품의 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에 자금 및 정책 지원을 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또한 “해외시장 공략도 한 가지 방법이 된다”며 “우리나라 전통주가 정부 주도 하에 명품주로 육성되고 프랑스의 와인처럼 전 세계로 수출되면 우리나라를 알리는 것과 동시에 전통주 또한 함께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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